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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인드셋”

[이우진 국민대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

대기업 회사원 출신

유통·외식 창업 경험

4050 업무숙련 높아

창업 기본자질 갖춰


‘학습하는 인류’

동시대 새롭게 발아하기 시작한 인류의 형태다. 근로시간 단축이 불러온 시간적 여유, 상시적 구조조정에 따른 유비무환의 자세 등이 복잡다단하게 어우러진 결과, 많은 직장인들이 짬을 내 자기계발에 나서고 있다.

학습하는 인류는 연령을 따지지 않는다. 오히려 고용 안정성이 위험구간으로 진입하기 시작한 4050 계층에서 학습수요가 더 빠르게 자라나고 있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대기업에서 월급쟁이 생활도 해보고 유통, 외식 등을 창업한 후 조금은 뒤늦게 대학에서 창업강의를 하고 있는 이우진 국민대학교 글로벌벤처대학원 교수를 만나 4050의 창업생태계를 진단해봤다.

- 상당히 젊어 보인다.

“1976년 용띠다. 올해로 마흔 다섯이다. ”

-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있나.

“P.E.V(Planning The Entrepreneurial Venture) 과정을 강의한다. 미국 최대의 기업가정신 재단인 카우프만 재단의 프로그램을 활용한 창업가 양성과정이다. 쉽게 풀어쓰면 비즈니스 컨셉과 모델을 잡고 사업계획 구상해 모의로 진행해보는 거다.”

- 그러니까 사업 아이템 선정하고 팀 구성해서 역할 분담하고 수업 때마다 실제 창업과정을 시뮬레이션하는 그것?

“그렇다. ”

- 대학원이면 수강 학생들의 연령대가 다양할 것 같은데. 라이프점프 타깃인 4050 세대도 많이 있나.

“전체 학생 중에서 4050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30% 정도다. 30대가 가장 많고 50대 이상도 약 15% 정도 된다. 직업별로는 창업가가 가장 많고 대기업 임원이나 공무원들도 있다.”

- 바쁜 시간 내서 대학원 수업 들을 정도면 학생들이 무언가 액티브할 것 같은데

“맞다. 우리 대학원에 들어와 있는 학생들의 경우 학비를 지원 받아 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만큼 의지가 강하게 반영돼 있다는 것인데 경영MBA와 비교하면 특징이 더욱 확연하다. 간단한 예로 점심 먹으러 중국음식점에 갔다고 치자. MBA 학생들은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갈팡질팡한다면 우리 학생들은 짜장면을 먹을 것인지, 짬뽕을 먹을 것인지 각자의 의견이 매우 확실하다. 사람들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되게 웃기다. ”

- 다년간 창업교육 해오면서 발견한 4050 학습자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교육하는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신 나는 대상은 2030이다. 이들은 마치 스폰지 같다. 하나를 알려주면 그대로 흡수하면서 그 다음 단계로 스스로 발전해간다. 4050은 반대다. 경험이 있고 연륜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수용성이 낮다. 교육하는 이와 경험배틀을 하려고 대학원에 온 것은 아닌데도 그렇다. 특히 나처럼 젊은 교수들 입장에서는 다가가기가 좀 버거운 면이 있다. ”

- 단점도 있지만 그 와중에 4050만의 장점도 있을텐데.

“그렇다. 업무 숙련도가 높다는 점이다. 오랜 직장생활로 네트워크도 좋고 자기만의 주특기도 하나씩은 갖고 있다. 창업의 기본을 갖춘 셈이다. ”

- 그들만을 대상으로 한 교습방법이 따로 있나.

“앞서 말했지만 2030은 바뀌려고 마음을 먹으면 흡수가 굉장히 빠르다. 반면 4050은 자기 안에 내재된 것들이 있어서 방향을 틀기가 굉장히 어렵다. 태세의 전환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마시멜로 챌린지라는 것이 있다. 창업교육을 위한 방법론적 접근인데 이게 뭐냐면 스파게티 면을 이어서 탑으로 쌓는 일종의 놀이다. 이 놀이를 가장 잘 하는 계층은 유치원 아이들이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게임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바로 쌓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탑 쌓기가 늦는데 실행에 앞서 전략을 짜는 것에 시간을 허비한다. 이 게임이 시사하는 것은 이거다. 아무리 계획을 디테일하게 짜더라도 실제에 들어가면 전략은 다 바뀔 수 있다는 것. 마이크 타이슨이 말한 그대로다. ‘누구나 계획이 있다. 나한테 펀치를 맞기 전까지는’”




- 일반인들에게 창업은 버겁고 거창한 일처럼 다가온다.

“창업가는 만들어지는 것인지, 타고 나는 것인지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가령 쌍둥이 두 명을 비교해서 한 사람은 창업했는데 왜 나머지 한 사람은 창업을 하지 않았는지를 알아보는 건데, 이러한 연구결과를 보면 창업자는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아무리 개인역량이 뛰어나더라도 당대가 제시하는 제도, 규제라는 것도 있고 이 같은 환경에서 창업에 성공하려면 충분한 정보를 취득하고 교육을 통해 이를 완성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4050은 젊은 계층에 비해 자신만의 업무 숙련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창업교육이라는 과정을 통해 창업가로서의 자질을 숙성 시킨 뒤 창업에 나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수 있다. “

- 교육을 받으면 어느 정도 창업가로서 자질을 계발할 수 있다는 건가.

“그렇다. 그래야 나도 먹고 살지. (하하)”

- 창업을 꿈꾸는 4050은 무엇을 배울 수 있나.

“창업대학원에서 습득할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스킬셋과 마인드셋. 대기업에서 강연하면서 발견한 재밌는 광경이 있다. 이른바 책임자 위치에 있는 사람들, 가령 임원이나 고참 부장 같은 사람들은 리더십이 몸에 베 있어서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반면 과장이나 차장 같은 중간급은 잘 움직이지 않는다. 마인드셋이 부족한 것이다. 창업에 나서려면 이 부분, 마인드셋부터 바뀌어야 한다. 스킬이 좋다고 창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 정부의 창업지원 대책이 청년계층에만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

“대략 2014년 이후부터 창업정책의 기조가 4050, 그러니깐 시니어 계층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특히 재창업 지원책의 경우 대상자의 대부분이 시니어 계층이다. 기존 사업에서 실패했거나 엑시트 이후 재창업에 나서는 이들인데 재창업은 첫 창업보다 성공률이 높다는 것이 연구결과로 확인됐다. 이미 한번 실패해 본 경험이 창업 성공률을 높이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 4050 창업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직장에서 조기 퇴직하는 인력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기대수명은 더 높아지고 있다. 4050 창업의 트리거가 될 만한 사회적 요건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10년 전에 청년창업에 나섰던 이들 중에서 재창업을 준비하는 이들도 대기하고 있다. 시니어 창업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의미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 창업수요를 어떻게 잘 끌고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현재 국가경제 구조를 감안하면 창업 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동력 확보차원에서라도 창업정책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인터뷰는 사전질문지 없이 진행됐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도 똡막힘없이 답변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학교에서 일하기 전까지 직장 다니면서 직장인의 비애도 겪고 복수의 창업을 통해 실패의 쓴 맛도 경험해봐서일까.

- 직장과 창업 경험 후 학교로 들어온 걸로 알고 있다.

“직장생활, 창업, 공부 등이 뒤섞여 있는 인생이다. 직장은 삼성을 다녔고 공부는 미국에서 했는데 첫 번째 창업은 유학하면서 병행했다. 유학하던 지역에 노후가구가 많다는 데이터를 발견하고 틈새수요를 공략하기 위한 사업이었는데 재미 못 봤다. 아이템은 좋았는데 공동창업했던 게 걸림돌이 됐다. 그러다 한국 와서 시작한 와인유통사업이 꽤 잘됐는데 이후 레스토랑 운영하면서 손해도 많이 보고. 실패와 성공이 섞여 있는데 후회는 없다. 여러 경험을 했던 게 교육서비스 공급자로서 좋은 토대가 됐던 것 같다.”

- 라이프점프에는 어떤 글을 쓸 계획인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연구, 교육이니까 4050 세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증거기반의 문헌을 탐구해보겠다. 창업을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역시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글을 쓰겠다.”
/박해욱기자 spooky@lifejump.co.kr 조민교기자 mink94@lifejump.co.kr

※ ‘라이프점프’는 국내 최초의 경제지인 서울경제신문이 론칭한 4050세대의 이직·재취업, 창업·창직, 겸·부업 전문 미디어입니다. 라이프점프는 ‘일하는 행복, 돈 버는 재미’를 이야기합니다.

박해욱 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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