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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과 창업가의 서로 다른 24시간

[라이프점프] 원부연의 지극히 사적인 커리어(1)


서울 강남역 뱅뱅사거리로 출퇴근 하고, 회사에서 준 명함으로 자기소개하고, 정기적으로 채워야 할 수십 가지의 문서 작성 일을 그만둔 건 2014년 6월 이었습니다. 회사 일을 시작한지 9년 차, 내 브랜드의 공간을 하고 싶다 생각한지 4년차 때였죠. 그리고 다음 달인 2014년 7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제 이름을 딴 ‘원부술집’이란 공간을 오픈했습니다.

직장인을 위한 동아리방 같은 술집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원 없이 부어라 원부술집, 상암동 소셜클럽.’ 간판에는 이런 문구를 담았죠. 공간을 오픈하기까지 과정은 창업기라는 테마로 블로그에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창업 과정은 녹록지 않았고, 사업자등록,인테리어, 설비, 포스기 설치 등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제가 터득했던 다양한 매뉴얼을 공유하고자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나만의 공간, 내 브랜드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만만치 않은 일련의 과정을 전하고 싶었죠. 또한 많은 예산이 들어가니 파트별 적당한 금액들도 제대로 알려드려야 했습니다. 최대한 많은 이미지 등 자료를 보태가며 세세하게 내용을 정리해 갔습니다.

기록의 힘이란 참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블로그 덕분에 많은 예비 창업가들에게 멘토링을 해주었고, 다양한 형식의 강연도 시작했습니다. 방송에도 출연했으며 저자로서 세 권의 책까지 쓰게 됐죠. 특히 저자로서 배운 것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의미 있었습니다. 출판사 및 에디터와의 깊은 고민을 통해 스스로 부족한 지점들을 깨우칠 수 있었죠.

공간을 운영하는 운영자로서, 작가로서, 창업가로서, 강연자로서, 때론 플랫폼을 진행하는 리더로서, 꽤나 다양한 역할들을 하다 보니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많은 일을 할 물리적 시간이 있나요? 도저히 시간이 안 나실 것 같아요.” 정말 예외 없이 많은 분들이 물어봐 주시는데 적잖이 당황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오히려 생각보다 시간이 굉장히 많아서죠. 가끔은 하는 일의 종류에 비해 여유로운 삶을 돌이켜보며, 왜 그럴까 고민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저의 하루, 일주일, 한 달 간의 일상들을 돌이켜 보았죠. 회사 다닐 때와 비슷하게 아침 9시에 하루를 시작해서, 새벽 한 두 시쯤 잠 드는 패턴은 비슷했으니까요. 제가 회사를 다녔던 2006년 10월부터 2014년 6월까지를 돌이켜보며 현재와 비교해보니 아래와 같은 결론이 나오더군요.

첫째, 쓸데없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회사 다닐 때를 돌이켜보면 조직의 특성상 절차로 인한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보고를 위한 보고서 작성,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의전, 결과적으로 큰 차이는 없는데 계속 수정해야 하는 회의 자료나 컨택 리포트. 막내들의 경우는 하루 종일 문서 한 장 수정하느라 여념이 없을 때도 많았죠,

둘째, 너무나 다양한 기다림을 감내하지 않아도 된다.

조직이기 때문에 감내해야 하는 기본적인 기다림이 있죠. 유관 부서에 업무 요청 후 피드백이 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 클라이언트의 컨펌을 기다리는 시간, 제작을 위해 외주 업체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시간, 내부 팀장님과 임원분들의 결제를 받는 시간 등등 많습니다. 물론 조직이기에 필요한 과정이지만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셋째, 관계를 위한 과잉 에너지를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

조직생활을 할 때는 인간관계를 위해 에너지를 과잉으로 투자했습니다. 팀 회식, 타 부서와의 프로젝트 쫑파티, 티 미팅, 부서 간 단합대회 혹은 워크숍. 이를 위해 장소 알아보고, 사회 보고, 이벤트 준비하고, A안과 B안 중 뭐가 좋은지 윗분들 의중 파악하고. 일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지경에 일 외적인 것들도 완벽해야하니 회사원의 삶도 돌이켜보면 참 팍팍했던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들에서 자유로운 상태가 되었다는 것. 내가 우선순위를 정해 하루 일과를 준비할 수 있으니 시간이 많아질 수밖에요. 절차는 생략하고, 직원들과 회의가 있다면 미리 안건을 정리해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실수가 있다면 누구 잘못 따지려 들기 전 빨리 수정하고, 우선순위대로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되는, ‘나 중심 라이프스타일’ 덕에 매일이 여유롭습니다.

그래서 저의 하루는 단순합니다.

오전에는 주로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집니다. 블로그를 작성하거나, 책이나 기고를 해야 하면 원고를 쓰죠. 때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리를 하기도 하고요. 오후에는 필요한 미팅들을 진행합니다. 다만 회사 다닐 때처럼 15분, 30분 등 시간을 정해두진 않아요. 최대한 여유 있게 진행합니다. 다음 일정에 쫓길 필요가 없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저녁에는 저의 공간들을 둘러봅니다. 제가 운영할 때도 있고 지인들이 찾아오면 찾아오는 공간으로 찾아갈 때도 있죠. 가끔은 이 곳에서 재미난 이벤트를 할 때도 있고요.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다 보면 자정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쉬지 않고 반복된다는 단점이 있죠.

회사 다닐 때는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쉰다’, ‘업무시간에 집중하고 퇴근 이후에는 내 삶이다’ 등과 같이 일과 삶의 구분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창업가의 삶에서는 그 경계선이 모호하죠. 일과 삶의 분리가 대체로 안 되기 십상입니다.‘워라밸이 중요하다’라는 건 어쩌면 창업가의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회사는 지옥 혹은 노잼의 끝판왕, 이런 생각으로 창업을 꿈꾸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창업은 워라밸이 없는, 일의 끝판왕입니다. 이 둘은 장점과 단점이 하나도 겹치지 않는 독립적 영역이죠. 직장인 9년 차, 창업 7년 차. 두 개의 라이프를 살아본 사람으로서 저의 가장 솔직한 경험입니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괜찮으시다면 창업의 세계에 들어와 보시길 권합니다.

※ ‘라이프점프’는 국내 최초의 경제지인 서울경제신문이 론칭한 4050세대의 이직·재취업, 창업·창직, 겸·부업 전문 미디어입니다. 라이프점프는 ‘일하는 행복, 돈 버는 재미’를 이야기합니다.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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