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검색창 닫기

경자년 부동산 시장은 상승과 하락이 교차

[라이프점프] 김윤희의 쉽게 읽는 부동산(1)


경자년 새해가 밝은지 어느덧 한 달이 됐다. 지난 한해 부동산 시장은 다사다난했다. ‘과거를 똑바로 알아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말처럼 새해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려면 지난해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되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결 같이 펴왔던 부동산 규제정책은 종전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다주택자 세금 중과를 비롯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 이르기까지 꾸준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16일 기습적인 대책이 발표된 이후 부동산 시장은 매매 시장을 중심으로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말에 발표된 부동산대책은 한마디로 지금껏 펴왔던 대책들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약 30여 가지에 달하는 대책을 예고 없이 불시에 발표함으로써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당혹스러움을 자아내게 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최근 시장 기조를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수준의 정책이 대부분이다.

우선 대출 규제 및 보유세 부담 강화, 실수요 중심의 공급 확대는 앞서 발표된 대책과 맥을 같이 하고 있으며, 거주요건 강화와 청약규제 강화, 자금조달계획서 증빙자료 제출 등 약간의 ‘불편’이 가중된 데 그친다. 다시 반등할 기미가 보이는 시장을 안정화 시키려는 목적도 있겠으나 정부의 의지를 다시금 확인시키려는 목적이 더욱 커 보인다.

다주택자에 대해 ‘채찍’으로 일관하던 기존 정책과는 달리 12.16부동산대책에서는 ‘당근’이 함께 제시됐다.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자가 2020년 6월 말까지 조정대상지역 내의 주택을 매도할 경우 양도소득세 중과 없이 일반과세가 적용된다.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거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등의 우회적인 방법을 이용하고, 급기야는 아예 매도를 포기하면서 나타난 매물 잠김 현상을 일부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우회적인 방법을 쓰기 어려운 주택을 다수 보유하던 이들에게는 숨통을 트여주고, 실수요에게는 주택 마련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똘똘한 한채로 남길 가능성이 많은 강남 등 주요지역에서는 중과를 피하기 위해 던져질 매물이 많지 않겠지만, 중심지역에서 약간만 벗어나면 매물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가점이 낮아 청약 당첨 가능성이 낮은 무주택자나 이주를 고려한 1주택자라면 이들 지역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에 없던 기준을 새로 제시한 점도 눈에 띈다. 시가 9억원을 전후로 고가주택과 일반주택을 구분함으로써 비과세 등 혜택을 부여했던 것에 시가 15억원 초과 구간이 더해졌다. 다소 막연했던 ‘초고가주택’이 구체적인 금액으로 규정됨에 따라 나타나는 시장의 반응은 매우 흥미롭다. 마포구에 소재한 R 단지의 2019년 12월 말 기준 시세를 살펴보면, 공급면적 113~115㎡(34평)의 경우 15억원 중반~16억원 가량에 실거래와 매물 호가를 보이고 있다. 마치 매물 호가와 실거래의 기준이 정책이 제시한 ‘가이드’를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가격 상승선을 억제하기 위해 제시한 규제가 오히려 심리적 하한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마포구 R단지 113~115㎡ 시세 /출처: 호갱노노, 2019.12.30 기준

2020년 부동산 시장을 움직일 주요 변수는 크게 경기, 부동산 정책, 수요 공급, 금리 및 유동성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 등 주요기관 관계자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1.8~2.3% 가량으로, 2019년(1.9∼2.0%)보다는 개선되겠지만 2%대 중반 수준인 잠재성장률은 하회 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정책은 기존에 발표한 대책을 토대로 핀셋규제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언론을 통해 풍선효과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부분에 대해 규제를 강화할 것임을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 의지를 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아파트 수급은 다소 안정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신도시와 뉴타운 등의 공급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서울 지역의 수급도 상당히 안정적인 수준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전체를 보면 2022년까지 공급이 수요를 충분히 충당하고 남는 수준으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는 없어 보인다. 다만 서울은 당장 올해부터 수요가 입주물량을 앞지르기 시작해 2022년께에는 6만이 넘는 수급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청약제도에 거주요건이 강화됨에 따라 주소지를 도심지로 옮기면서 나타나고 있는 전세가 상승 움직임을 고려할 때 잠재 대기수요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으며, 3기 신도시 등 신규 공급 이슈가 단기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만큼 수급 불균형에 따른 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과 더불어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양적완화 정책을 재개함으로써 세계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넘치고, 그로 인해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서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는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의 뉴 노멀 시대를 관측하는 움직임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금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이미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조정했다. 새해에도 이와 유사한 수준을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기조로 유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서도 3기 신도시 등 토지 보상이 예정되어 있다. 업계 추산 약 50조원에 이르는 토지 보상액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상승압력과 하락압력이 공존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정책변수에 따른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보수적인 관점의 접근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즉 부동산 보유 부담이 가중되는 등 규제 완화보다는 강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큰 상승 반등 없이 보합에 가까운 움직임이 예상된다. 따라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산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와 솎아내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갈아타기를 고려하는 수요라면 내년 상반기까지 중과 유예를 피해 출현하는 기존 주택을 전략적으로 공략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무주택자로 가점이 높다면 4월 이후 분양가상한제 물량에 집중하되 가점 경쟁력이 애매한 경우라면 분양가상한제 이전 출현하는 분양 물량을 공략하는 것이 좋다. 당첨자 발표일이 다르다면 다수 분양 건에 한 개의 통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 ‘라이프점프’는 국내 최초의 경제지인 서울경제신문이 론칭한 4050세대의 이직·재취업, 창업·창직, 겸·부업 전문 미디어입니다. 라이프점프는 ‘일하는 행복, 돈 버는 재미’를 이야기합니다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 저작권자 ⓒ 라이프점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메일보내기

팝업창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