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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한우물만 판 4050, 창업가 자질로 충분하죠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부소장]

4050 일자리 정책의 사각지대

고용 악화 추세는 구조적 문제

숙련창업으로 양질 일자리 확보


일자리를 잃은 4050이 가장 먼저 노크하는 곳은 자영업 시장이다. 이 자영업 시장이 위기라고 진단하는 기사에는 늘 이런 맥락의 댓글이 달린다.

“자영업 시장이 위험하더라도 늘 새로운 진입자는 늘 생긴다. 왜냐하면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자영업 시장은 근본적으로 공급과잉이 초래하는 위기다. 총파이는 한정돼 있는데 공급자가 넘치니 공멸하는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KDI와 청와대에서 일하며 오랜 기간 4050의 일자리 문제에 집중해왔다. 그는 역대 정부들이 청년계층을 중심으로 일자리 정책을 추진해왔다면 이제부터는 정책의 사각지대에 머물렀던 4050 쪽으로도 무게중심을 옮겨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4050의 ‘일하는 행복, 돈 버는 재미’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라이프점프가 혹할 수밖에 없는 그의 주장을 심도 있게 파고들었다.

- 자기소개를 해달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내 연구기관 IBK경제연구소 부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1년 9개월 간 청와대 중소기업비서관실에서 근무했고 4개월 전 옛 직장인 이곳으로 돌아왔다.”

- 청와대에서는 어떤 업무를 맡았나

“중소기업의 R&D혁신체계, 정책자금, 기금운용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중장년 계층의 일자리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 중장년 일자리 문제를 오랜 시간 연구해오신 걸로 알고 있다. 중장년 계층이 처한 현실을 진단하면.

“국내 4050의 고용은 추세적으로 악화 되고 있다.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는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 4050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몸으로 견뎌낸 불운한 계층이다. 현재도 고용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더구나 4차산업혁명이라는 급격한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기도 하다. 4050 고용은 단기간에 일자리를 공급하는 대책을 넘어 그 다음 10년을 고민하는 교육이나 시스템 마련이 중요한 상황이다.“

- 4050 계층 대상의 정부대책은 어떤 수준인가.

“사실상 4050을 지원하는 정부대책은 없다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고용대책은 주로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진행돼 왔다. 4050은 고용대책에서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고 보여진다.”

- 정책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진단은 꽤 설득력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의 4050은 포스트 베이비부머 세대가 주를 이룬다. 앞선 세대인 베이비부머는 사실 운이 좋았던 세대다. 고속성장의 수혜를 누린 계층으로 안전자산인 부동산 비중이 높고 금융자산을 포함한 총자산도 다른 어떤 세대보다 앞서 있다.

자산수준이 높아서 고용문제도 크게 도드라지지 않았다. 반면 포스트 베이비부머는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거치면서 이전과 다른 4050의 고용문제에 직면해 있다. “

대통령이 최근 40대 일자리 문제에 대한 작심발언을 쏟아내고 있는데 대안은 어떤 것들이 가능할까.

“단기대책, 중장기 대책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고용지원금 형태로 생계를 책임지는 4050에게 수혜를 주는 형태가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포퓰리즘 논쟁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 계획은 반드시 수립돼야 한다. 지금의 4050은 사라지는 게 아니고 앞으로 계속 이 사회의 주류 계층이 된다. 시스템 개선 없이는 근본을 처방할 수 없다. “

-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노동유연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인데 4050 일자리 문제는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하는 걸까.

“노동유연화가 중장년 일자리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앞으로 노동시장 유연화가 강화되더라도 일방적 해고 방지 같은 노동자 보호 흐름 역시 강화될 것이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고용해고를 자유롭게는 할 수 없지 않을까. ”

- 중장년 근로자들에 대한 전직교육을 강조해왔다. 이것은 기업의 역할일까, 정부의 역할일까.

“기업들이 자사 근로자의 전직과 관련해서 일련의 행동을 기업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 개념으로 이해하는 측면이 있다. 기업이 고용과 퇴출을 자유롭게 하더라도 아무런 지원 없이 퇴출 시킬 수는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이 교육이다. 특히 창업과 관련해서는 자립하기 전에 아이디어 발굴, 창업교육 등을 지원하는 형태가 필요하다.

오픈 플랫폼이란 개념이 여기서 출발한다. 근로자를 내보내기 전에 창업을 지원해 모기업의 플랫폼에서 활동하게 하고 이익을 공유하게끔 하는 상생의 모델이 기업의 비즈니스에도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



- 지금의 4050 일자리 문제를 고령화 이슈와 연결 시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수십년 후면 인구의 절반이 실버계층이 되는 상황이 된다. 분명히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다. 지금처럼 고령연금,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으로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을지, 정부가 어떤 또 다른 역할을 담당해야 할지 깊은 논의가 미리 진행돼야 한다. ”


- 노인의 개념도 바뀌게 될까.

“UN, IMF 등이 규정하는 노인의 정의가 각기 다르다. 노인의 개념은 각 국가와 사회발달 수준에 따라 상이하다. 선진국은 정년연장, 연금수령시기 조정 등을 통해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역시 그 시대적 흐름을 맞출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아마도 고령계층 스스로가 노인으로 취급 받는 것을 거부할 수도 있다. 예전에는 우리가 국가경제를 이끌었다는 연장자로서의 자부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경로석 양보한다고 하면 거부하는 모습도 많이 목격된다. 우리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관행과 관습이 바뀌어 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

- 민감한 질문인데, 정년연장은 일자리 문제 해결의 답이 될 수 있을까. 얼마 전 일본은 회사가 원하는 인력에 한해 정년을 70세까지 늘릴 수 있다는 정책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유일한 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하나의 수단이 될 수는 있다. 기본적으로 정년연장 했을 때 혜택을 보는 계층은 전체 사회의 20~30% 정도다. 단편적으로는 특정계층만 혜택을 본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지만 그들이 전체 연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늦춰지는 것이어서 어느 정도 효과를 예측할 수는 있다.”

-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오랜 시간 숙련창업, 그러니까 중장년 계층의 창업정책 활성화를 주장해왔는데.

“정부가 창업을 핵심이슈로 주장하기 시작한 연원을 찾아가면 2010년 이후부터다. 그 전까지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활성화, 이를 통한 고용효과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기업경영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고용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았고 창업, 특히 청년창업 지원 쪽으로 관심이 이동했다.

그러나 여러 연구를 통해서 숙련도가 높은 이들의 창업이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 창업정책의 질적성장을 위해서라도 숙련창업이 강조돼야 하는 시점이다. 창업자의 능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창업대책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최근 수년 사이 중장년 창업지원정책이 교육기간이나 지원금액 측면 모두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

- 중장년 창업의 장점은 무엇일까.

“창업자의 능력을 평가할 때 단순히 좋은 대학교를 나왔는지보다 중요한 것이 자기분야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 경험, 숙련을 쌓았느냐다. 창업의 질적성장을 위해서 창업지원방식과 주체를 다변화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일정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4050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중장년 창업은 기본적으로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이라는 것은 단순히 테크니컬한 이공계열의 기술이 아니다. 공학적 기술, 서비스 분야에서의 숙련, 사회과학분야에서의 노하우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라면 자신만의 무기를 지니고 있다. 그렇게 되면 프랜차이즈 식당창업처럼 생소한 분야를 통한 창업진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

- 주변에 그런 사례가 있을까?

“LG연구소에서 오랫동안 태양광 리서치 공학박사를 맡은 지인이 있었다. 그 사람이 대기업을 퇴사하고 중소기업 신생 창업에 합류해 유리온실 태양광을 만들었다. 이걸 지역 유휴지에 뿌렸고 그곳에 농작물 심어 여기에 참여한 농민들 가져가고 유리온실로 인한 태양광 에너지 전기는 기업과 지자체가 나눠가졌다. 대학교수, 사회과학 연구소 등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지식인들이 현장과 맞물리면 그런 새로운 창업 생태계가 나올 수 있다.”



- 건국대학교 시니어창업학과 개설을 설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설계 자체 아이디어는 청와대 들어가기 전이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다니던 중 대기업에서 20년 넘게 일한 우수한 인력들이 놀고 있더라. 이들을 창업교육 시키면 훨씬 더 좋은 수준의 창업 되지 않을까 해 계획서 작성해서 보고를 올렸다.”

- 직접 강연도 하셨다는데 분위기는 어땠나?

“사실 원해서 온 사람보다 기관에서 보내서 오거나 ‘이게 도대체 뭐지’ 식으로 오는 분들이 많았다. 이런 분들에게 먼저 학과 취지와 어떻게 갈 건지. 그리고 성공 모델 몇가지 분류한 뒤 이 중 하나에는 무조건 속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이후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오시더라.”

- 앞으로 어떤 글을 쓰실 것인가

“4050을 경제주체로 삼고 그들이 어떤 활동을 하거나 어떤 형태로 삶을 준비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보다는 4050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이나 제도를 소개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글을 쓰겠다.“

- 박사님 모시고 오랜 시간 귀한 이야기를 들었더니 이 시대 주인공인 4050의 인생도약을 위해 라이프점프가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더 나은 콘텐츠를 전달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 있다면.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시죠. 화이팅!”
/박해욱기자 spooky@lifejump.co.kr 영상=조민교기자 mink94@lifejump.co.kr

※ ‘라이프점프’는 국내 최초의 경제지인 서울경제신문이 론칭한 4050세대의 이직·재취업, 창업·창직, 겸·부업 전문 미디어입니다. 라이프점프는 ‘일하는 행복, 돈 버는 재미’를 이야기합니다.

박해욱 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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