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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 카페 잘된다'는 고정관념은 버려라...여대 상권은 진화 중

[썸데이 기자단] 2020 여대 상권 분석 보고서


한때 이대 앞은 패션 · 뷰티의 요충지였다. 2000년대 전까지의 이대는 재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몰려와 젊음을 즐겼던 만남의 광장이었고, 인접한 신촌 · 홍대 상권 또한 그러했다. 강북의 대학가 상권 (이하 대학 상권)은 대세 중 대세였다. 임대료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으며, 이러한 시기가 영원할 줄 알았다.

그러나 2020년 지금, 당시의 대학 상권은 쇠퇴한 지 오래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을 주말 오후 3~4시의 신촌 거리는 과거의 명성이 무색하게 한산하며, 높게 들어선 건물에는 공실 / 임대 표시가 있다. 젠트리피케이션과 상권 특색 약화로 바글바글했던 유동 인구가 다른 곳으로 유입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주들이 대학 상권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고정된 소비층과 영향력을 들 수 있다. 대학은 방학을 제외하고는 대학생, 교직원, 교수 등 ‘대학 내 구성원’이라는 든든한 주 소비층이 있으며, 그들의 젊은 마케팅 능력을 발판 삼아 대박의 기회를 노릴 수 있다. 또한, 대학 상권은 그 규모가 매우 크며 그에 수반되는 지원시설들이 주변에 있는 특성을 가진다. 즉, 학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주변 시설의 구성원들 또한 실제 소비층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 내 여러 대학 상권 중 여대 상권은 창업 희망자에게 있어 특수한 상권이다. 여성 성비의 비율과 그들의 소비 특성의 영향력 때문이다. BC카드의 결제 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서울 시내 여자 대학교 상권은 성신여대, 숙명여대, 이화여대의 세 개 대학으로 서울 시내 주요 대학 상권 13곳에 포함된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세 대학의 상권은 여자대학교라는 특성 외에 별다른 공통점이 없다. 먼저 이대는 과거보다 규모가 쇠퇴했다는 평을 들으나, 대학 상권 외에 신촌이라는 강력한 외부 유입 상권이 인접해 있다. 성신여대 또한 대학 상권에 주거지역이 위치하여 캠퍼스 상권과 주택가 상권이 합쳐진 모습을 띤다. 숙대는 두 상권과 달리, 용산의 다른 지역에 비해 고립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외부 유입층이 거의 없다.

그러나 창업자들과 부동산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여대 앞 상권은 조금 다르다. 관계자들은 공학 대학 상권과 여대 상권을 구분 짓는, 여대 상권만의 특성이 있다고 언급한다. 그 특성 중 대표적인 것은 ‘개인주의 문화’와 ‘특정 업종에 대한 여대생들의 선호’이다.

여대의 개인주의 문화란 일반적으로 단체 술자리 / 유흥 문화를 선호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실제 부동산 업자들은 여대 상권의 경우 주 소비층의 특성상 유흥 상권이 발달하지 않아 남성을 포함한 외부 유입이 적으므로 전체적인 매출 규모 또한 적을 수 밖에 없다고 평가한다.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하면 연대나 고대 같은 공학 근처를 가지 숙대나 이대 같은 여대 상권을 가지는 않는다”는 것이 실제 서울 소재 대학생들의 반응이다.



두 번 째 특성은 여대생들의 ‘선호’이다. 여대생들이 의류 / 뷰티 / 카페업과 같은 특정 업종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는 부동산 업자와 4050 창업 희망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퍼져 있는 인식이다. “창업은 상권의 특성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업종을 확실하게 정하지 않은 이상 상권 주 소비층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업종이 정해진다. 따라서 일반적인 ‘여자’대학생에 대한 인식은 여대 상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실제로 소상공인마당 상권분석 보고서와 네이버 지도를 통해 화장품 소매 업장의 수 대비 상권 면적의 비율을 확인한 결과, 각 상권의 면적과 특성 등을 고려해도 서울 주요 여대 상권의 해당 업종 비율이 공학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여자 대학교의 소비 특성은 새로운 바람을 맞아 점차 변하고 있다. 1) 미용과 의류관련 소비가 높으며 2) 감성을 자극하는 일명 ‘인스타용 가게’를 원하고 3) 국밥, 삼겹살을 싫어한다는, 여대생들과 여자대학 상권에 대한 특성은 구시대적 유물이 된지 오래다. 미용·뷰티·의류 산업의 20대 여성 매출 급감과 오프라인 소비의 부진, 다수의 여자 대학교 커뮤니티의 반응이 이를 증명한다. 실제 여대 재학생들은 여대 상권에 대해 “(학교 앞 상권의) 업종이 다양하지 않아 불만족스럽다” “학교 앞 가게는 유행만 따르고 실질적인 구매층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다” “드럭 스토어, 화장품 가게, 비싸기만 한 카페, 마라탕 가게밖에 없고 국밥집은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커뮤니티에서는 주 소비층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학교 앞 상권의 업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다수였으며, 높은 추천수와 공감하는 댓글을 기록하였다.

흥미로운 변화는 또 있었다. 소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요인의 변화이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연구리포트 <2017 여자 대학생의 달라진 생각을 읽다>에 따르면, 여대생들이 선호하는 주요 소비 키워드는 ‘취향저격’과 ‘가성비’로, 각각 72%와 62.6%의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 때 취향은 단순히 외적인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지, 사회적으로 올바른지 등과 같은 것이 해당한다.

이러한 여자 대학교의 새로운 소비 특성은 여대 상권이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여대 상권의 핵심은 여대생에 대한 기존의 편견에 의존하기보다는, 여느 상권 분석이 그렇듯이 직접 예상 소비층과 주 소비층의 특성을 철저히 분석하는 것에 있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여대 상권 분석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한다.

‘직접’ & ‘발로 뛰는’ 상권 분석_대학 상권과 예상 수요층의 특성을 명확히 파악하라

일반적인 대학가 상권의 성격은 하나 이상이다. 상권 특성상 역세권, 대학생 주거지역 (하숙 / 오피스텔 등)을 흡수하여 다양한 특성을 갖게 되기 때문. 대표적인 예시가 신촌인데, 신촌의 경우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의 주요 대학가를 포함함과 동시에 2호선 & 경의중앙선 역세권이다. 따라서 신촌의 배후 수요는 정확한 상권의 위치에 따라 인접한 대학가의 대학 구성원이 될 수도, 혹은 단순히 신촌에 놀러온 내 / 외국인 관광객이 될 수도, 근처 직장인이나 거주자가 될 수도 있다. 즉, 대학 구성원이라는 고정 수요층 외에 직장인, 거주자, 관광객 등이 유입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권이다.



반면 숙명여대 같이 외부 유입층이 거의 없는 ‘밋밋한 상권’ 또한 있다. 이러한 상권은 주로 대학 구성원과 몇몇 거주자들이 배후 소비자가 되며, 방학에는 매출을 올리기가 힘들다. 이러한 상권 같은 경우, 외부 유입층을 노리기보다는 고정 수요층을 명확히 파악하고 탄탄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요층의 특성을 파악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한데, 예상 영업 기간에 직접 해당 상권을 찾아가 업종과 업장의 포화 상태를 체크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들을 들으며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대학 커뮤니티와 같은 온라인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 또한 있다. 단, 99%의 대학 커뮤니티는 외부인의 접근을 엄격히 제한하므로 주변에 재학생인 지인이 없다면 가장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혹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제공하는 상권정보 분석 시스템 (http://sg.sbiz.or.kr) / 네이버 지도 / 구글 지도 등의 온라인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여대 상권은 서울시내 주요 대학 상권을 이루며 창업자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그러나 2020년 현재 시대가 변함에도 불구하고, 여대 상권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전히 뿌리 깊다. 전문가들과 여대생들이 말하는 새로운 여대 상권 파악의 핵심은 ‘편견에 의존하지 말라’는 것이다. 고정관념에 의존하는 대신, 상권을 ‘직접’ 파악하는 것이 바로 시대에 발맞추어 변화하는 여대 상권의 핵심이었다.

/김세민 썸데이 기자단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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