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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값'을 하는 상도동 대학가 단골 카페 'A Cup of Comfort'

[썸데이 기자단] A Cup of Comfort가 대학생의 마음을 사로 잡은 이유는?


요즘 ‘감성 마케팅’이 트렌드라고 한다. 인스타, 레트로 등 저마다의 감성을 내세운 카페들이 20대의 핫플레이스로 회자되고 있다. 가성비를 내세우던 대학가 상권도 예외는 아니었는지, 어느 순간부터 우리 학교 주변에도 분위기 좋은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는 가까운 감성 카페들을 제쳐두고, 굳이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A Cup of Comfort로 걸음 했다. 돈도 없고 취업도 어렵다는 20대의 힘든 청춘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만큼은 음료 한 잔을 시켜놓고 공부해도 눈치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응원 받는 기분이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이 카페를 “어떤 것을 시켜도 편안한 곳”이라고 인식했다. 상업적인 감성이 아니라 대학생을 생각하는 진짜 ‘감정’이 가슴을 따뜻하게 했다. 속된 말로 ‘*닉값’을 하는 카페였다.

(*닉값: ‘닉네임의 값’이라는 뜻으로, 자신의 닉네임에 걸맞은 말과 행동을 이르는 신조어.)

Knock, knock. 오늘도 A Cup of Comfort의 문을 두드리며 하루를 시작했다.

상도동, 'A Cup of Comfort' 카페 모습


◈ 최고의 커피는 좋은 원두로부터

Q. A Cup of Comfort가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요?

A. 오픈 때부터 변함없이 ‘높은 품질의 음료 제공’과 ‘By the youth. For the youth' 라는 두 가지 방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커피와 음료를 즐기실 수 있도록 SCA(스페셜티커피협회) 인증 전문 바리스타 과정을 마쳤고, 원두도 직접 엄선하고 있어요. 또한 중앙대와 숭실대 사이에 위치한 만큼 청년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자 합니다.

Q. 그래서 메뉴판에 원두가 표기되어 있었군요!

A. 네(웃음). 메뉴판에 표기되어있듯 저희는 모든 커피에 최고급 원두인 ‘케냐 AA TOP 싱글 오리진’만을 사용하고 있어요. 케냐 커피는 고급스러운 산미와 다크초콜릿 맛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다만 가격부담이 될 대학생을 위해 만든 ‘뉴욕커피’메뉴만 아라비카 원두가 블렌딩 되어있어요. 하지만 아라비카 원두도 좋은 원두에 속하고, 절대 단순한 원가 절감을 위해 저렴한 원두를 블렌딩하여 사용하지 않습니다.

원두가 표기된 메뉴판


Q. 메뉴판만 봐도 좋은 원두를 쓰신다는 것이 확 느껴집니다. 원두를 팔기도 하시나요?

A. 네. 스페셜티를 판매하고 있어요. 지금은 '코스타리카 페레즈 젤레돈', '콜롬비아 잉가 아폰테 허니', '르완다 타바 내추럴', '에티오피아 코케허니' 이렇게 4가지 원두가 있고, 원두 종류는 매번 바뀝니다.

판매되고 있는 스페셜티. 원두를 직접 볼 수 있어 신뢰감이 간다.


Q. 고객분들도 좋은 커피를 사용한다는 것을 느끼실까요?

A. 솔직히 주 고객층인 학생분들은 크게 느끼시지 못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중장년 고객분들 중 커피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좋은 커피를 마시고 싶으셔서 저희 카페를 찾으세요. 100번 넘게 방문해주신 고객님께서는 상도동에 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저희 매장에 오셔서 커피를 즐기다 가세요. 참 감사하죠.

Q. 물론 크게 느끼진 않지만, 학생들도 좋은 원두를 쓴다는 것에 신뢰감을 느낄 것 같아요! 그런데 ‘뉴욕 플레이팅’은 무엇인가요?

A. 뉴욕 플레이팅은 고객의 취향대로 에스프레소 샷과 우유의 양을 조절해가며 드실 수 있는 메뉴입니다. 현재 뉴욕에서 유행하고 있는 커피 제공 방식이어서 뉴욕 플레이팅이라고 이름지었습니다. 한 번 해보시겠어요?

원하는 비율로 카페라떼를 만들어 먹는 ‘뉴욕 플레이팅’.


Q. 직접 만들어 먹으니까 더 재미있네요! 플레이팅도 예뻐서 사진찍기 좋은 것 같아요!

A. 그렇죠? (웃음) 그래서 커플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우유와 샷을 섞어 라떼로 드실 수도 있지만 에스프레소만 따로 드실 수도 있어서, 커피 본연의 향을 느낄 수 있답니다.

직접 해본 뉴욕 플레이팅. 커피와 우유가 섞이는 과정이 예뻤다.


* 특별 부록) 필자의 뉴욕 플레이팅 즐기는 법

우선 에스프레소 잔을 들어 커피 본연의 향과 맛을 음미했다. 그 후 남은 샷을 얼음 컵에 모두 붓고, 우유의 양을 조금씩 늘려가며 맛보았다. 처음에는 커피의 진한 향이 입안에 가득 퍼졌고 우유를 넣을수록 점점 부드러워졌다. 너무 달지도 그렇다고 밍밍하지도 않은 다과가 라떼와 무척 잘 어울렸다.

◈ Comfort; 언제나 편안하고 위로가 되는 공간

Q. 처음에 2층과 3층의 분위기가 상당히 많이 달라서 놀랐어요! 어떻게 공간을 분리해서 운영할 생각을 하셨나요?

A. 고객이 원하는 목적대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2층 'A Cup of Comfort'는 일반 카페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눌 수 있어요. 3층 ‘Big Ears Consulting’은 공간 대여, 세미나 유치, 컨설팅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3층은 원래 카페가 아닌데, 매번 공간대여나 세미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어서 평상시에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무료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2층 ‘A Cup of Comfort' 내부 모습.


Q. 아 저는 처음에 3층을 보고 스터디카페인줄 알았어요!

A. 그렇게 오해를 많이 하십니다.ㅠㅠ. 하지만 저희는 스터디카페가 아니라 스페셜티 전문점입니다. 다만 편하게 공부하실 수 있도록 3층 공간을 마련해드린 것이에요. 1층도 원래 예쁜 쇼파형 의자로만 되어있었는데, 혼자 공부하시는 분들이 불편해하시는 것 같아서 3층의 1인용 책상과 의자를 가져다 놓았어요.

3층 내부 모습. 공부하기 좋은 책상, 그리고 세미나실이 있다.


Q. 화장실쪽, 테이블, 출입문 정면 등 모든 인테리어가 너무 예뻐요. 흔히 말하는 ‘인스타 감성’도 있구요! 직접 구상하신 건가요?

A. 네. 이 테이블을 자세히 보시면 'C' 모양으로 되어있어요. Coffee, Comfort, Community의 ‘C'를 따와서 구상했습니다. 특히 출입문 정면의 공간은 고객분들이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곳이기 때문에 더 신경을 쓰고 있어요. 지금은 북극곰 테마로 꾸며져 있지만, 전에는 제가 그린 초상화들이 있었답니다.

C’자형 테이블.


블로거들 사이에서 ‘포토존’이라고 불리는 화장실.


Q. 북극곰 테마가 겨울에 정말 잘 어울리네요! 특별히 북극곰으로 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A.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카페에서 환경 이슈를 논하는 것이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고객들에게 환경에 대해 생각할 기회는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기후변화에 민감하면서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북극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환경에 대한 작은 실천으로 오픈 때부터 종이빨대를 쓰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북극곰 보호 캠페인을 하고 있는 WWF(세계자연기금)라는 단체에 후원도 하고 있어요.

북극곰 테마로 꾸며진 입구 정면. 겨울과 잘 어울린다.


Q. 와! 정말 뜻깊네요! 그럼 시즌마다 인테리어를 변경하시는 건가요?

A. 그러려고 노력합니다. 12월에는 크리스마스, 1~2월은 북극곰, 봄에는 봄에 맞는 그림들로 교체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시즌에 상관없이 나무는 몇 그루라도 두려고 해요. 좀 더 안락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요. 그리고 아직 구상이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고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무언가도 포함시켜 보려고 합니다.

Q. 테이블 안에 있는 나무가 고객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의 일종이군요!

A. ‘소원 나무’말씀이신가요? 새 해가 시작된 만큼 소원을 적고 마음다짐을 할 수 있게 북극곰 테마의 소원 종이와 펜을 마련해두었어요. 하나 작성하고 가세요~

‘소원 나무’와 직접 참여 가능한 북극곰 테마 메모지.


Q. 3층에 있는 책꽂이는 어떻게 활용할 계획이신가요?

A. 빈 책장은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St.Jone's University가 선정한 100권의 책을 구입해서 비치해두는 것과 ‘꿈틀’을 위한 자리입니다. 꿈틀은 ‘꿈을 위한 틀’이라는 뜻으로, 자신의 꿈을 상징하는 물건을 두고 이곳에 올 때마다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할 공간입니다. 고객들이 이 공간을 마음껏 채우셨으면 좋겠어요.

3층 책꽂이, ‘꿈틀’. 주변의 나무들이 편안한 느낌을 더해준다.


◈ By the youth, For the youth

Q. 매장을 둘러보다가 엽서를 발견했어요. 엽서도 파시는 건가요?

A. 아, 그건 저희가 파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가 ‘By the youth. For the youth'를 지향한다고 말씀드린 것의 일종인데, 젊은 작가를 위한 전시 기회를 마련해드리고 있어요. 그림을 전시할 공간이 마땅하지 않을 때, 저희 카페 공간을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벽면에 걸린 그림도 작가님 작품입니다.

젊은 작가님의 엽서와 그림. 카페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Q. 정말 청년들을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시험기간에 연장운영도 하신다면서요?

A. 한 시간 정도이긴 하지만..네..! 시험기간에 2주정도 밤 12시까지 연장 영업을 합니다. 마음은 더 늦은 시간까지 열고 싶지만 저희 카페는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직원으로 고용해서 직원들이 11시 30분까지만 일을 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12시까지 카페에 있다가 마무리 청소를 하는데, 끝나면 1시정도라 더 늦게는 어렵겠더라고요.

Q. 직원으로 고용하신다구요? 또 늦게까지 하면 힘들지 않으세요?

A. 네. 저희는 청년고용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조금이나마 응원하고자 직원으로 뽑고 있습니다. 연장운영은 당연히 힘들죠.(웃음). 하지만 학생들이 시험기간 동안 늦은 시간까지 공부할 장소를 찾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공부하고 막차를 탈 수 있게요!

Q. 카페 엘레베이터에서 ‘집 밥 먹자!’라는 포스터를 봤어요. 이게 무엇인가요?

A. 저희 위치가 원룸이 밀집한 곳이다 보니 주변에 배달음식이나 패스트푸드에 노출된 원룸 거주 청년들이 많아요. 그래서 주변 원룸에 거주하는 대학생, 청년들과 토요일 점심에 ‘집 밥’을 함께 먹기로 다짐했어요. 메뉴는 매번 다르지만 고기류와 샐러드는 항상 준비하려고 하고, 최대한 매주 진행하려고 노력합니다.

혹시 주변 업장에 해가 될까봐 매장 내에서만 소극적으로 홍보한다는 ‘집 밥 먹자!’의 포스터.


Q.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가능한가요?

A. 그런 점에서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도, 상업적인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도 계세요. 하지만 ‘집 밥 먹자!’는 저희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저희 취지에 공감하시는 많은 분들의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어떤 분들은 고기로, 어떤 분들은 재정 후원으로 함께 하고 있어요. “집 밥을 먹이자”는 순수한 마음으로만 진행되니까 부담 없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언젠가는 저희의 마음을 알아주실 것이라고 생각해요.

Q. 지금 또 계획하시는 것이 있으신가요?

A. 3층을 원래 목적대로 세미나, 컨설팅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활성화하려고 합니다. 저희 아내(3층 대표님)가 진로 컨설턴트여서, 특히 취업을 위한 세미나와 진로컨설팅 등을 개최하여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열심히 준비함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일을 하기 힘든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단골이 될 수밖에 없는 ‘A Cup of Comfort’.


단골이 많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들었다. A Cup of Comfort도 그랬다. 이 카페는 매일 가도 질리지 않았다. 좋은 원두 향은 *디폴트였고, 매 시즌 바뀌는 인테리어와 두 층의 전혀 다른 분위기가 언제나 색다름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항상 청년들에게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 디폴트 : ‘기본값’이라는 뜻. 컴퓨터 용어를 일상생활에서 은유적으로 사용.)

A Cup of Comfort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가게가 아니었다. ‘사람을 위한 공간’이었다. 이런 생각의 차이가 사람들의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하고, 이곳을 더 특별한 공간으로 만든 건 아닐까? “수많은 커피숍 중 하나가 아니라 상도동에 꼭 필요한 카페였으면 좋겠다.”는 A Cup of Comfort. 그 바람은 벌써 이뤄진 것 같다.

/김수연 썸데이 기자단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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