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검색창 닫기

베지노믹스, “비건을 잡아라”

[썸데이 기자단] 국내 채식 인구 급성장, 150~200만 명 추정

커지는 채식 시장과 비건 선점 경쟁


채식 시장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롯데리아는 지난 달 13일 ‘미라클 버거’를 출시해 연일 화제에 오르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롯데리아 뿐만이 아니다. 현재 국내 식품업계와 유통업계는 치열한 ‘비건’ 신제품 출시 경쟁으로 뜨겁다. 지난해 연말부터 CU의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 세븐일레븐의 비건 간편식 시리즈, 오뚜기의 ‘채황’, 롯데마트의 ‘건강한 마요’ 등이 연달아 출시되고 있다.

롯데리아 미라클 버거 /출처=롯데리아 홈페이지

CU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 /출처=BGF리테일 홈페이지

세븐일레븐 비건 간편식 /출처=세븐일레븐 홈페이지


베지노믹스(Vegenomics). 채식 인구의 성장과 시장 선점 경쟁


근래 식품업계의 치열한 채식 시장 경쟁의 배경에는 괄목할 만한 채식 인구의 증가가 있다. 이미 서구에서는 ‘비건’이 중요한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최근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채식연합(KVU)에 따르면 국내 채식인구는 150만 명 가량으로 급성장을 이뤘다. 더욱이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 가끔 육류를 즐기는 채식 유형)까지 합치면 국내 채식 선호 인구는 약 1,000만 명 이상에 이른다고 한다. 이에 따라 턱 없이 부족했던 인프라와 상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 기업들이 앞다퉈 비건 제품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즉 베지노믹스(Vegenomics, 채식경제)라는 말도 생기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시장에서 새로운 고객군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활발하다.

한국비건인증원의 비건 인증 마크. 한국비건인증원은 2018년 11월 국내 최초 비건 인증기관으로 인정됐다.


국내의 채식주의 트렌드


비건(Vegan)이란?

일반적으로 채식주의자(Vegetarian)란 식습관 뿐만 아니라 채식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자들을 두루 지칭한다. 하지만 채식의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는 육류 섭취 정도, 범위, 빈도, 양 등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구분되어 불린다. 그중 비건(vegan)은 물고기, 난류, 유제품 등을 일체 먹지 않는 가장 엄격한 채식주의자로 분류된다. 그 외에는 락토(lacto), 오보(ovo), 락토-오보(lacto-ovo), 페스코(pesco) 등으로 구분된다.

현대의 채식주의 트렌드는 단순히 건강한 식생활을 위함이 아니라 환경 문제, 동물 권리와 생명 윤리, 자아 정체성과 가치의 실현을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대표된다. 즉 오늘날의 주요한 화두 중 하나인 ‘사회적 책임 경영’과 ‘윤리적 소비’ 아래에서, ‘채식주의’는 환경 문제와 동물 권리 등 ‘착한 소비’를 대표하는 흐름이다.

개인의 ‘음식 선택’은 생물적이고 심리적인 요인들에 더해 그들이 속한 공동체 문화의 영향 아래 행해진다. 즉 식습관은 개인적인 차원과 더불어 특정 지리적 위치와 시대에 실현된 문화가 반영된 산물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최근 국내 채식주의 트렌드에 내재한 또 다른 요인을 감지할 수 있다.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는 강한 수직적 체계와 단일하고 획일적인 행동양태라는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특징은 물론 ‘음식 선택’에서도 작용한다. 여러 명이 한 상에 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관행, 손윗사람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 수반되는 수동적인 메뉴 선정이 대표적이다. 즉 국내의 채식주의자들은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 작용하는 사회적 압력에 당면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자신을 오보 채식주의자(ovo : 난류와 유제품은 먹는 채식주의자)라고 밝힌 대학생 송씨는 “왜 고기를 안 먹고 사느냐, 건강에 이상은 없느냐, 육식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거다” 등의 말을 반복해 들어왔다며 “같이 밥을 먹을 때마다 받게 되는 곱지 않은 시선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오늘날 젊은 세대에 만연한 ‘개인주의’와 ‘혼밥(혼자 밥 먹기)’ 문화는 채식주의 생활을 영위하는데 유용한 환경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최근의 인권 문제에 대한 활발한 사회적 논의는 개인의 가치관과 개성에 대한 존중을 이끌어내고 있다. 따라서 채식주의가 자율적인 식습관의 배경에서 서구에 정착했듯이, 국내의 채식인구 역시 젊은 세대를 필두로 하여 지속적 성장을 가늠할 수 있다.

이외에도 채식 시장으로의 진입을 고려할 다른 요소가 있다. 채식은 어떠한 이념의 실현으로서만 기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 년 전 크게 회자됐던 ‘웰빙 트렌드’와 같이, 채식은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하나의 방도이다. 따라서 채식은 현대인들의 건강을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한국 고유의 식단은 채식을 기반으로 한 음식이 풍부하다. 주식인 쌀,보리, 잡곡 등 곡물로 만든 밥, 각종 나물, 채소, 버섯, 떡, 쌈, 전, 죽 등 셀 수 없이 많은 식물을 활용한 음식이 존재한다. 따라서 ‘채식 시장’에서는 채식주의를 표방하는 젊은 세대들을 겨냥한 차세대 시장임과 함께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잠재성을 감지할 수 있다.

‘비건 김밥’ 메뉴를 추가한 한 김밥 전문점/정지현 썸데이 기자단

비건을 위한 '김밥' /정지현 썸데이 기자단

비건을 위한 '버섯들깨덮밥' /정지현 썸데이 기자단



베가니끄(Veganique). 비건 베이커리 카페 인터뷰


이화여자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Veganique /정지현 썸데이 기자단


가니끄 사장님은 “디자인을 공부하며 유럽에 머물다 비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비건이 가진 ‘선한 문화’가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던 자신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유럽에서 비건 친구들과 어울리며 비건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됐고, 비건과 논비건(non-vegan)이 함께 음식을 즐기는 문화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디자인을 본업으로 삼고 계신 사장님은 처음부터 비건 창업을 계획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식물성 재료만으로 만드는 요리에 즐거움을 느낀 것이 발단이 됐다고 한다.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사용하여 생생한 식감을 살린 음식을 만드는 실험을 성공 할 때마다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베가니끄의 메뉴판 /정지현 썸데이 기자단

비건 디저트 /정지현 썸데이 기자단


문화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사장님은, 비건 페스티벌 등을 참여하며 비건 활동을 이어가다 선한 문화를 나누는 공간을 구상하게 됐다. 그리하여 “비건과 논비건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만들자는 생각”에 이르렀고, 그렇게 ‘베가니끄’가 탄생했다. 다양한 비건 제품을 통해 미각과 시각을 만족시키고, 비건과 비건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 있는 벽을 허무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정지현 썸데이 기자단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 저작권자 ⓒ 라이프점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메일보내기

팝업창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