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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재해 극복 방법

[라이프점프] 김윤희의 쉽게 읽는 부동산(3)




불안심리가 집어삼킨 금융시장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국내 주식시장은 글로벌 경기침체의 우려와 오일전쟁 여파로 끝 모르는 하락의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 미국 및 한국 정부의 경제위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발 빠른 대응책 마련으로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3월 정책금리를 1%포인트 전격 인하하면서 사실상 제로금리를 선언했다. 우리나라도 이에 발 맞춰 기준금리를 0.5%포인트 하락 조정하며 역대 최저 금리를 기록했다.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확정하는 등 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힘쓰는 모습이다.

/자료=한국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


펜데믹과 국내시장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연일 자금을 회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가 또한 18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요소는 시장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경제 위기론을 주장하며 부동산 시장 폭락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강남 집값 5억 이상 뚝뚝 떨어진 급매물 속출” 등과 같은 언론보도 제목은 지금의 불안한 시장 상황을 대변하는 듯 하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의 공포로 인해 유사한 현상만 가지고 너무 시장을 속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금 더 냉철하게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재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파급력을 지닌 이번 펜데믹 사태는 우리 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본적인 산업과 유통, 수송은 물론 업무와 소비 행태도 크게 달라졌다. 근무와 생활은 주로 실내, 그 중에서도 주거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IT와 온라인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졌다. 수요 유입이 제한되면서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중심상권 등에서도 공실이나 휴점 업체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 된다면 소위 말하는 ‘10년 주기설’에 부합하는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

상업용 부동산과 달리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아직 큰 출렁임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잠실 파크리오, 올림픽선수기자촌, 은마아파트, 반포자이 등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의 아파트를 선정하여 시가총액 변동률을 지수화한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3월말 현재 기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강남권 주요 단지들은 호가가 조정되기는 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 유사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료=KB리브온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보유 부담 증가 및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등 제도적인 이슈로 인한 매수자 우위시장 역시 이러한 흐름을 나타나게 하는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도적 변수가 해소되는 하반기에는 하락조정 보다는 보합 수준에서 안정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제도적 영향에서 자유로운 비규제지역이나 수요 선호가 다소 낮은 지역의 경우에는 투자자금 회수 등에 따른 하락조정 움직임이 나타날 여지가 있어 시장 흐름을 면밀히 살펴 조정기에 대비해야 한다.

작금의 시장에서 가장 큰 위험은 불확실성이다. 시장 전체에 만연한 불안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보다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방위적으로 실물경제가 위축되는 경기하락 기조에서는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부동산 시장도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임대나 투자 측면의 자산은 변동폭이 증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주거 측면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이 대표적이며, 무리한 대출을 동반한 공격적인 갭투자 등도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공유 부동산이나 불특정 다수를 손님으로 받아야 하는 상가 등의 경우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점진적으로 재택 문화가 안착되면서 사무 공간에 대한 제약이 사라지고, 정기배송 등과 같은 정기구독 비즈니스는 더욱 확대됨에 따라 종전 사무공간이나 상업용 공간의 탈바꿈이 요구될 수 있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집중도가 높은 상권 등은 서서히 회복이 가능할 수 있으나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시점까지는 지금과 같은 불황시장이 이어질 수 있음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대비를 해야 한다.


시장을 바라보는 올바른 눈


애석하게도 당분간 이러한 시장 위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펜데믹은 아직 시작(확산)단계에 불과하며, 글로벌 시장은 출렁이고 있다. 백신 개발은 아직이고, 해법이라곤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최대한 확산을 막고 스스로 면역력이 생기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이와 관련하여 중앙임상위는 코로나19에 대하여 인구의 60%가 집단면역을 가져야만 종식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사태를 겪으며 반드시 위기가 올 것이라는 단정은 이르다. 국내 시장 참여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 배려하고 조심하면서 이 재해를 이겨내려 힘쓰고 있다. 점진적으로 국내 확진자 수 증가세가 안정화되는 것도 일견 희망적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밖에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집에서 머무는 시간은 늘어나고 있다. 집은 투자의 개념보다 안전하게 머물며 쉬는 공간으로써 그 가치가 확대되고 있으며, 그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공간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시장의 메가트렌드를 이해한다면, 지금과 같이 공포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조금 더 냉철한 판단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보면,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은 그 자체로서의 위험보다 대중들의 판단을 흐리는 거짓 정보와 비이성적 사고가 더 큰 위험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포에 잠식되지 않고 시장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냉철한 판단력과 이성일 것이다.

/김윤희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 과장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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