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이 적자인데 왜 운영을 해. 팔면 되지. 사장이 멍청한 거 아니야?”
무자비한 ‘팩트폭행’! 매우 감사 드립니다. 꼭 그렇게 답답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적자 등의 이유로 폐업 신고를 한 자영업자수가 작년 기준 58만명에 육박하니까. 그리고 생각하시는 것처럼 그렇게 가게가 쉽게 거래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주시길. 높아진 임대료와 투자비 회수에 대한 미련, 상권 분석 실패 등, 못 팔고, 안 팔리는 이유를 찾으라면 100가지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가게가 팔린다고 딱히 갈 곳도 없습니다. 경기가 안 좋다고, 청년실업이 문제라고 말하는 요즘, 외식시장도 매한가지입니다. ‘소형화’와 ‘직접운영’이 자영업의 반강제적 트랜드로 굳혀져 가는 지금. 이제 와서 내가 가게를 접는다고, 일할 식당이 많아지는 것은 아닐 것 입니다. 이 모든 일들이 당신이 평생 모아놓은 퇴직금을 몰빵한 사업체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당신은 이를 쉽게 놓을 수 있겠습니까?
너무 우리에게 뭐라 하지 마십시오. 이것은 현실입니다. 적자에서 생존해간다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왜 장사를 안 접냐는 비자영업자들의 조롱을 들으며, 자신의 선택에 대한 미칠듯한 후회 혹은 타인에 대한 강렬한 원망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갈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임대료, 운영비, 인건비, 재료비, 주류비, 수도세, 가스비, 전기료, 세금, 기타 등등!! 잔금이 모자라 자동이체가 실패하였다는 문자는 속도 모르고, 맘도 모르면서 무심히 핸드폰을 울려댑니다. 사장의 근심과 고민은 가게의 서비스와 요리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팔아도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웃음을 지으며 손님을 응대하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매우 힘든 일입니다. 시대가 원망스럽고, 상권을 비판하고, 원가 절감을 위해 재료자체의 품질을 극적으로 낮춰 버리는 해선 안될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자! 분기점입니다. 이제부터 ‘크게 다르지 않은’, ‘사실은 전혀 다른’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침침해진 가게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새로운 마음으로 대청소를 감행합니다. 식자재와 마케팅에 관심을 보이고, 투자를 감행합니다. 철저한 재고 관리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도, 묵은 재고를 모두 날려버리기도 하고, 기존 메뉴에 변경 및 수정보완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작게는 메뉴판에서 크게는 간판까지도 교체를 시도해 보기도 합니다.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잘 사용 할 줄도 모르는 핸드폰으로, ‘고.다.모._고깃집 사장님 다 모여라’ 같은 자영업 커뮤니티에 조언을 구합니다. 번개라도 있는 날이면 장사를 마감한 늦은 밤에도 지친 몸을 이끌고 꼭 참석하여 장사의 선배, 장사의 신들에게 한 수 배우기도 합니다. 지금의 그들에겐 새벽 2시의 늦은 시간도, 300km가 넘는 거리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그들의 이런 모습이 발버둥, 혹은 잠깐의 기우처럼 느껴지십니까? 저에겐 유수의 MBA를 졸업한 경영컨설턴트들이나, 역전의 드라마를 써낸 전설적인 경영인들과 그 본질은 전혀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위기인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위기이다.” 굳이 학교에서, 회사에서 이를 배우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그들은 알고 있는 것 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내일에 대한 ‘희망’ 이라는 것. 같은 망이라고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망이라고 그 희망을 매도하지 마십시오. 분기점에서 갈라져 나온 그들은 눈빛부터가 다르니까요.
코로나 같은 재앙적 위기 상황에서, 노력하는 자영업자인 우리 모두가 ‘대박’을 쫓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일하는 재미를 찾고, 나의 삶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싶은 것 입니다. ‘도전, 노력, 승리’(아이큐 점프의 표어) 라는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우리를 못났다 매도하는 당신들은 빨리 아이큐점프부터 다시 읽고 이 자리에 오십시오. 적자에도 생존한다는 것은 이런 것 입니다.
/김세종 통할통 대표
-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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