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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후벼파기] "모든 국민 고용보험 시대" 고용 안전망 확충일까, 독이 든 사과일까

文 대통령, 전국민 고용보험 단계적 추진 공식화

코로나발(發) 고용 위기에 고용보험 확대 탄력

재계-노동계 대립 속...추가재원 확보 과제


※이슈는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습니다. 넓고 깊게 살펴야 이슈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열쇳말로 이슈를 분석하는 <이슈 후벼파기>입니다.

지난 2월 서울노동청 앞에서 열린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기자회견에서 서비스연맹 김광창 비정규특별위원장이 취지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


주인공: 문재인 대통령, 고용보험

주제: 모든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명암

열쇳말: 코로나와 4·15총선 압승 , 특수고용 노동자, 갈등의 씨앗

# 개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모든 국민의 고용보험 시대를 공식화했습니다.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 극복방안으로 고용안정망 확충을 들며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밝힌 것이죠. 고용보험은 실작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면서 재취업을 유도하고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제도로 1995년부터 시행돼 왔습니다. 현행 고용보험은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보험료(급여의 1.6%)를 반반 씩 부담합니다. 이 때문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문 대통령이 모든 국민의 고용보험 시대를 열겠다고 한 건 자신이 사업주(자영업자)거나, 사업주가 불명확해 그간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노동자들까지도 제도 안으로 끌어 들이겠다는 의미죠.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실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용보험을 확대하려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현재 4대 보험이라는 틀이 완성된 것도 돌이켜보면 대량 실업이 일어났던 IMF 위기에 대응하는 차원이었으니깐 말이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은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그런데 '세상엔 공짜 점심은 없는 법'입니다. 모든 사회보장 제도가 그렇듯, 고용보험 혜택을 늘리기 위해선 막대한 재정이 뒷받쳐줘야 합니다. 실업급여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은 지난해 2조원의 적자를 기록했죠.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은 고용이 불안정해 실업급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더 빈번하게 노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새로 거두는 보험료보다 실업급료로 나가는 금액이 더 많아지면, 기금 고갈 우려는 더욱 커지겠죠. 보험료 인상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장에서 실업급여 부정수급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 부담 증가가 불가피한 재계와 소상공인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고용보험을 확대하면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고용망 안정 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또다른 사회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될까요. 이슈 후벼파기에서 짚어봤습니다.

# 열쇳말1. 코로나19와 4·15 총선 압승

국내 언론들은 지난 11일 취임 3주년을 맞은 문 대통령이 어떤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4·15 총선에서 집권당인 민주당이 비례정당을 포함해 과반을 넘는 180석을 차지했고, 나라 밖으로는 주요 선진국들로부터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정권 후반기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죠. 문 대통령의 선택은 사회복지체계 개선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을 조속히 추진하고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예술인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빠르게 해소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자영업자들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코로나19 극복이라는 명분과 함게 여권의 총선 압승으로 확보한 입법 동력을 토대로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첫 단추를 꿰기로 한 것이죠. 물론 고용보험 확대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 때도 특수고용직 근로자에 대한 확대 적용을 추진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죠. 현재 국회에는 특수고용직, 예술인도 고용보험 의무 가입대상으로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취임 연설에서 화두를 던진 만큼 어떤 형태로든 고용보험의 확대가 이전보다는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 열쇳말2. 특수고용 노동자

문 대통령이 '전 국민의 고용보험' 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한꺼번에 달성할 수 있는 과제는 아닙니다. 대통령도 '단계적 추진'을 명확히 했죠. 고용보험 확대 대상으로 언급한 노동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노동자들은 특수 고용노동자와 예술인입니다. 국회에 법안이 계류돼 있다는 건 그만큼 논의도 많이 진행됐다는 걸 의미합니다. 실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통령의 3주년 취임 연설 직후인 지난 12일 "내년부터 특고직과 예술인에게 고용보험 적용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고는 택배기사, 보험설계사, 대리기사, 학습지 교사 등 40개 직종에 걸쳐 있습니다. 사업주 밑에서 일하는 임금 노동자의 성격을 띠지만 실제로는 개인 사업자 신분이어서 다른 직장인처럼 고용보험 가입 대상은 아니었죠. 이들은 코로나19로 일감이 많이 줄어 생계가 막막해졌지만, 실업급여 수당이나 재취업을 위한 직업 훈련과 같은 지원에서 소외돼 왔습니다. 고용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8년부터 '특고 종사자 고용보험 적용'을 추진해왔죠. 전 국민의 고용보험 적용은 어떻게 보면 그동안 추진해왔던 특고 노동자의 고용보험 적용 확대 논의 을 좀더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열쇳말3. 갈등의 씨앗

전국민 고용보험 적용은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취지는 좋지만 제도를 설계하고,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난관이 예상됩니다. 전국민 고용보험의 첫 단추인 특고 노동자의 고용보험 적용부터 만만치가 않습니다. 사업주가 임금 노동자처럼 특고 노동자에 대해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할지를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첨예하게 맞설 것으로 보입니다. 경영계는 특고의 경우 사업주가 최소한의 시스템만 제공하고 업무 방식 및 근무시간엔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임금노동자와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의무가입보단 임의가입을 선호하죠. 반면 노동계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다른 사회보험처럼 사업주가 고용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반박합니다. 특고를 고용보험 임의가입 대상으로 두면 고용보험 사각지대 문제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만큼 의무가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보험료 부과 방식도 뜯어 고쳐야 합니다. 현재 고용보험료는 임금을 기반으로 걷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고나 프리랜서, 자영업자들은 임금을 받고 일하지 않죠. 결국 현행 고용보험료 부과 기준을 '임금'이 아닌 '소득'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모든 취업자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죠. 이 역시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사회적 합의'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자영업자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고용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절반씩 부담하는데 자영업자는 보험료를 분담할 대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영업자도 2012년부터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이런 이유로 고용보험 가입률은 저조한 실정입니다. 한 푼이 아쉬운 1인 자영업자의 경우 보험료를 내는 것 자체가 부담이죠. 보험에 가입하면 소득이 노출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종업원 50인 미만 자영업자의 가입률은 0.4%입니다. 식당과 같은 소규모 사업장에선 근로자들이 먼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사장님한테 부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부가 자영업자에 대해 고용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해주는 것도 어렵습니다. 자신의 임금에서 고용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는 일반 근로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죠.

전국민 고용보험을 적용하려면 추가 재원 확보가 필수입니다. 실업급여 지급 등 고용보험 서비스에 사용하는 돈은 고용보험기금에서 나오죠. 그런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은 지난해 2조877억 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는 꾸준히 흑자를 기록했지만 2018년 8,082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 그 폭이 더 커진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하면 기금이 더 빠르게 고갈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기금을 안정화하고 정부 부담을 줄이려면 고용보험료 인상 등이 불가피하다는 얘기입니다.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서 불만이 나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전국민 고용보험 적용은 보험료 인상 등 재원 확보 방안과 함께 다뤄질 때 실현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서민우기자 ingaghi@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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