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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빼고 머리 맞댄 '2030별동대'···"우리가 일냈죠"

GS리테일 '2030 젊은피' 주축

반값택배 개발 이용량 12배 쑥

'30대 팀장' 스파오 콜라보셀팀

짱구·펭수 손잡고 매출 1,500억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 잡아 대박

대리 4명으로 구성된 GS리테일의 업무 소모임 ‘과일 도시락 클로버’팀이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GS25

# 법제팀 대리, 서비스상품팀 과장, 전략부문 차장. 지난해 GS리테일의 한 회의실에 팀은 물론 직급도 제각각인 직원 5명이 모였다. 다소 엉뚱한 이 조합의 공통점은 나이. 2030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이들은 얼마 뒤 일반 택배보다 최대 65% 저렴한 ‘반값 택배’를 선보였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층을 공략한 전략은 적중했다. 전체 고객의 80% 이상이 2030세대로 출시 1년 만에 이용 건수가 12배 급증하자 자회사로 이관돼 정규사업으로 발전했다.

# 국내 키덜트 시장을 들썩인 EBS 캐릭터 ‘펭수’는 지난해 패션업계 첫 협업 대상으로 이랜드의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스파오’를 선택했다. 펭수가 스파오를 택한 것은 해리포터·짱구·겨울왕국 등 화려한 스파오의 협업 이력 때문이었다. 이 같은 라인업을 만든 팀은 30대 과장이 이끌고 있는 ‘콜라보셀’팀. 임원과 사장의 결재 없는 빠른 의사결정으로 히트작을 줄줄이 쏟아내며 지난 4년간 1,500억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했다.

유통업계에 2030 젊은 ‘별동대’들이 판을 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따라잡고 주요 고객으로 부상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공략하기 위해 기획부터 생산까지 그들의 마음을 가장 잘 읽어낼 수 있는 젊은 직원들을 전략적으로 배치한 것이다. 임원과 사장의 결재 없이 30대 팀장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등 과감한 실험은 실제 젊은 고객 유인과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불황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돌발 변수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 보수적인 유통가에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267개 팀이 내놓는 번뜩이는 아이디어=GS리테일은 팀을 불문하고 3~5명의 임직원이 모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해 구체화하는 업무 소모임 ‘클로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29개 팀이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이 중 79개가 사업화(시범 및 정규)됐다. ‘반값 택배’와 ‘원두커피 구독경제’ 등이 클로버 활동을 통해 본격적으로 사업화된 사례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많은 267개 팀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있다. 이미 대리급 직원 4명이 만들어 지난주 출시한 ‘과일 도시락’은 출시 공문을 보내기도 전에 발주가 1,000건 이상 쏟아지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GS리테일의 한 관계자는 “편의점의 주요 고객층인 2030세대와 같은 눈높이로 접근해 사업 성공률이 높다”며 “소모임 활성화를 위해 인사 고과 반영은 물론 올해부터는 노트북 등 부상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0대 팀장 맡기니 ‘펭수 섭외’ ‘파리 진출’=트렌드가 생명인 패션업계는 젊은 직원들로 구성한 게릴라 조직 확대에 더욱 적극적이다. 해리포터부터 펭수까지 협업 상품으로 줄줄이 대박을 터트리고 있는 이랜드 ‘콜라보셀’팀은 6년차 32세 과장이 팀장을 맡고 있다. 팀원들은 유행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 직원으로만 구성했으며 자율적인 팀 운영을 위해 부장과 임원 등 중간 결재를 모두 없애고 대표 결재만 받게끔 했다. 실험의 결과는 성과로 보여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패션업계가 침체된 올 1·4분기에도 10%대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LF도 지난해 사내 벤처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첫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인 ‘던스트’를 론칭했다. 임원은 물론 사장의 결재조차 없애고 30대 팀장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한 이 브랜드는 지난해 목표치를 20%나 초과해 LF가 운영하는 모든 브랜드를 통틀어 가장 잘한 ‘올해의 브랜드’로 꼽혔다. 올해 초에는 프랑스 파리의 최대 규모 편집숍에 입점하며 패션의 본고장에도 진출했다.

◇대리들에게 매장 한편 내준 백화점=백화점도 올드한 이미지를 벗고 온라인으로 이동한 젊은 고객을 되돌리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4월부터 2030 대리급 직원들이 직접 유치한 브랜드를 운영해볼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존’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14개 점포, 39개 공간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이들이 직접 발굴해 운영한 브랜드 행사는 147건에 달한다. 롯데백화점도 젊은 감각의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기존 상품기획자(MD) 대신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MD셀’ 조직을 신설했다. 조직장은 6년차 20대 대리가 맡았으며 팀원은 컴퓨터공학 등을 전공한 신입사원으로 구성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변화하는 트렌드와 고객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의 전략이 필요하다”며 “기존 조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활약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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