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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이 이 병에 걸려 돌아가셨다

당뇨스쿨 운영자 이혜민 한의사에게 듣는 당뇨병의 모든 것
당뇨는 불치병 아냐, 한방으로 치료 가능
스트레스·비만·수면부족 등이 당뇨 유발
한식 맘껏 먹고, 충분한 수면, 좋아하는 운동 필수

  • 서민우기자 박해욱기자
  • 2020-06-25 10:43:48
세종대왕이 이 병에 걸려 돌아가셨다

“소갈증(당뇨병)이 생겨 하루에 마시는 물이 한동이가 넘었다. 지금은 또 눈 병이 나서 오래 일을 보지 못하니 정사(政事)가 해이해질 것이 두렵구나” -세종실록, 1439년-


한글 창제를 비롯해 국방·과학·예술 등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세종대왕은 한국인이 존경하는 역사 속 인물 가운데 한명이다. 하지만 그가 말년에 심각한 당뇨 합병증으로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종대왕은 어릴 때부터 운동보다는 앉아서 책 읽기를 좋아했고, 밥상에 고기가 없으면 수저를 들지 않을 정도로 기름진 식단을 즐겼다고 한다. 결국 말년에는 하루에 물 한동이 이상을 마셔야 하는 심각한 당뇨병 후유증으로 한 걸음 앞 사람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시력이 나빠졌고, 좋아했던 책을 읽지 못해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당뇨병은 현대인의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꼽히지만 조선시대의 세종대왕이 앓아서 고생했을 정도로 인류와 함께 한 오래된 병이기도 하다. 허준이 쓴 동의보감을 보면 당뇨를 ‘소갈(消渴)’이라 하여 진료한 기록들도 있다. 과거엔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 발생한 ‘귀족병’이었다면, 요즘은 패스트푸드와 저가의 고열량 음식을 즐기는 저소득층의 비만이 늘면서 귀족과 서민을 구분하지 않는 ‘만인의 병’으로 바뀐 점이 달라졌다면 달라진 점이다. 국제당뇨병연맹(IDF)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IDF 당뇨병 백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을 앓고 있는 인구(20~79세)는 4억6,300만명으로 2년 전보다 3,900만명 늘었다. 국내 당뇨병 인구는 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세종대왕이 이 병에 걸려 돌아가셨다
세종대왕은 말년에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이 크게 감퇴했다.

당뇨병이 무서운 건 한번 걸리면 쉽게 낫지 않고, 합병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평생 당뇨약을 복용하거나 인슐린 주사를 맞아가며 혈당을 조절해야 하고, 심할 경우 세종대왕처럼 실명(失明)하거나 하지절단을 해야하는 아찔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병을 앓고 나서야 "왜 미리 조심하지 않았을까" 후회한다.


당뇨스쿨 운영자 이혜민 한의사가 바쁜 시간을 쪼개 유튜브 채널(당뇨스쿨)을 운영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당뇨병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당뇨 예방법을 알리는 것이다. 아울러 이미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치료할 수 있는 길도 제시한다.


이 한의사는 당조절 위주인 양의학 처방과 달리 당뇨 치료를 목표로 한다. 사람의 체질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한약을 처방해 몸 속 포도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같은 한방 치료는 입소문을 타고 멀리 제주, 부산, 광주 등 지역에서 한방 당뇨치료를 위해 그를 찾는 당뇨 환자들이 늘고 있다. 그의 유튜브 채널은 한의사가 운영하는 당뇨 의료 콘텐츠 가운데 가장 많은 4만3,500명의 구독자수를 보유하고 있다. 당뇨병은 정말 치료가 가능한 질병일까. 이혜민 한의사를 찾아가서 물었다.


- 당뇨가 치료가 가능한가. 당뇨 환자들의 귀가 번쩍 뜨일 것 같다.


"고정 관념이다. 평생 약을 먹으면서 관리해야 하고, 그래도 안되면 인슐린 주사를 맞는걸 생각한다.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으로 안다. 하지만 당뇨도 치료가 가능하다. 실제 우리 한의원에서 한방으로 치료한 환자들도 많다."


- 흥미로운 이야기다. 한약재를 쓰는건가.


"그렇다. 침도 놓지만 핵심은 환자 몸에 맞는 한약재를 쓴다. 당뇨는 만성질환이다. 잘못된 식·생활습관이 오랜 기간 누적돼 생긴 병이다. 우리나라 당뇨 환자의 95%는 2형 당뇨 환자(1형 당뇨는 체내에 인슐린 분비가 안되는 유형)다. 몸 속의 포도당 대사를 조절하는 인슐린은 나오지만 몸 속에서 작동하질 않아 문제가 생긴다. 한의학 관점에선 사람의 체질이 바뀌고, 장부 기능이 돌아오면 인슐린이 작동하는 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약으로 인슐린을 쓸 수 있는 몸을 만들면 혈당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 '인슐린이 작동하는 몸'으로 바뀌려면 얼마의 기간이 걸리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 최소 3개월을 보면 된다. 근본적 치료를 원하는 환자도 있고, 양약을 먹고 있는데 혈당 조절이 안되니 그것만 치료해달라는 환자도 있다. 발저림처럼 당뇨 합병증을 고쳐달라는 분도 있다. 환자들의 니즈에 따라 치료 기간도 달라진다."


- 양의학 처방과 다른 점은.


"양의학은 혈당 수치를 중요시한다.혈당 측정기가 개발되면서 혈당 수치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약을 처방한다. 하지만 혈당 수치 조절에만 치우치다보니 몸 속 혈당을 오르게 하는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한의학에선 사람의 체질을 구분하고 원인을 찾는다. 예를 들어 소양인은 소화기의 에너지는 크지만 신장의 에너지는 작다. 신장의 에너지가 작으면 순환의 문제가 발생한다. 태음인은 간의 혈당 저장 기능에 문제가 생겨 혈당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 소음인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혈당이 오를 때가 많다. 이렇게 사람마다 다른 체질을 고려해 혈당이 오르는 원인을 구분하고 그에 맞는 한약재를 처방한다. 혈당이 오르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건드리는거다."


- 당뇨를 한방으로 다스리는 게 인상적이다. 당뇨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 처음 보통 한의사처럼 통증 환자를 주로 치료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다른 한의원 원장이 당뇨 치료를 권하면서 당뇨 공부를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당뇨는 현대인들의 질병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조선시대 동의보감에 보면 당뇨를 '소갈(消渴)’'이라고 해서 입이 마르는 병으로 규정하고 치료한 기록이 있다. 세종대왕도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한방을 활용하면 당뇨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의원에서 여러 환자들을 만나 체질을 분석하고 몸에 맞는 한약을 처방해줬더니 치료가 됐다. 만성질환이었던 당뇨병을 치료하면 할수록 보람이 커졌다. 자연스럽게 사명감을 갖게 됐고 당뇨 한방 치료에 더욱 매진하게 된 것 같다."



세종대왕이 이 병에 걸려 돌아가셨다
이혜민 한의사는 2017년 미얀마에서 의료 봉사 활동을 했다.

- 당뇨를 전문으로 하는 한의원이 아직 많지 않은 것 같은데.


"맞다. 그런데 최근 당뇨 한방치료가 알려지면서 제주도, 부산, 광주 등 지방에서 직접 찾아오는 환자들도 많다."


- 어떤 사람들이 당뇨병에 걸리기 쉽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 수면이 부족한 사람, 뚱뚱한 사람들이 당뇨병에 노출되기 쉽다. 먼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 당뇨 환자 비중이 남성이 높은 게 그런 이유다. 사회 생활 참여 비율이 높아 스트레스를 받는 확률도 더 높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단 음식이 댕기는 경우가 많다. 뇌는 포도당을 주된 에너지로 사용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뇌가 포도당을 요구하기 정도가 커져 단 음식을 원하는 신호를 보내는 거다. 비만일 경우에도 당뇨 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예전에 우리나라 환자의 80% 이상이 마른 당뇨였지만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이 비중이 50%까지 내려갔다. 비만 가운데서도 복부 비만이 위험하다. 뱃살 속에 있는 내장 지방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뱃살은 반드시 빼야 한다. 수면 부족도 당뇨와 관련이 깊다."


- 수면을 강조하는 게 인상적이다.


"맞다. 환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게 충분한 수면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면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들 중에서 가장 짧은 편에 속한다. 식습관, 운동부족도 문제지만 제 때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하면 당뇨가 유발될 수 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 잘 만 자도 당뇨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건가.


"그렇다. 늦어도 밤 11시 전엔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잠이 안오면 눈이라도 감고 있으라고 조언한다. 우리 인체에서 밤 11시에서 새벽2시까지가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가장 활발하게 분비되는 시간대다. 이 시간대를 지나면 잠을 자고 싶어도 잠들기가 어렵다. 잠잘 시간을 놓쳐서 새벽에 잠이 확 깬 경험들 있지 않나. 이게 다 멜라토닌의 분비량이 적어진 결과다. 앞서 말했듯이 뇌는 포도당을 연료로 사용한다. 뇌가 푹쉬면 포도량 요구량이 적어진다. 그럼 자는 동안 뇌에 포도당을 공급해줄 이유가 없고, 아침에 일어나면 혈당이 낮은 상태로 유지되는 거다. 음식, 운동도 중요하지만 수면을 가장 우선적으로 강조하는 이유다."



세종대왕이 이 병에 걸려 돌아가셨다

- 충분한 잠 외에 실천할 수 있는 당뇨 치료법이 있다면.


"양의학에서 이야기하는 전통적인 처방과 다를 수 있다. 나는 환자들에게 음식을 줄이라거나 특정 운동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한식 안에서 편하게 드시라고 얘기한다. 오히려 먹고 싶은걸 제대로 먹지 못해 받는 스트레스가 당뇨 환자에겐 더 해롭다. 미국 당뇨협회 가이드라인을 보면 식단 영양소 구성 비중을 탄수화물 50~60%, 지방 20%, 단백질 20~30%로 제시한다. 그런데 재미있는게 뭔줄 아나. 바로 우리 한식이 이 비율에 딱 맞는다는 거다. 한식 식단이라면 마음껏 드셔도 된다. 다만 밀가루, 설탕 등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 한식은 좋은 식단이니 걱정 안해도 된다."


- 운동은 어떤 운동이 도움이 되나.


"일단 운동을 무리하게 하지 않는 게 좋다. 대표적인게 하루 만보 걷기인데, 이런 거 실천하느라 또 스트레스 받고 혈당을 높인다. 차라리 탁구든, 테니스든 평소 좋아하는 운동 열심히 하면 된다. 한 가지 팁을 드리면 허벅지 근육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운동이면 좋다. 근육이 많으면 포도당을 잘 흡수한다. 허벅지 근육이 그렇다. 밖에 나가기가 귀찮다면 집이나 헬스장에서 티비 보면서 실내 자전거를 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혹시 생활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당뇨 전조 증상 같은 것이 있나.


"대표적으로 네 가지다. '삼다일소(三多一少)'라고 해서 다음(多飮), 다식(多食), 다뇨(多尿), 일소(一少) 등이 나타나면 당뇨를 의심해야 한다. 목이 말라서 물을 자주 먹는다거나 소변을 자주 보게 되면 당뇨를 의심해 봐야 한다.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되다 보니 쉽게 허기가 지는데 이것도 당뇨 전조 증상이다. 갑자기 체중이 빠지는 것도 의심해야 한다."


- 소변에서 거품이 나오면 당뇨를 의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당뇨를 의심해봐야 하지만 일시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거품이 나오는데 검사를 해봐서 단백뇨가 있으면 몸에 이상이 있는 거다.하지만 단백뇨가 없다면 고기를 많이 먹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때, 무리한 운동을 한 직후에도 소변에 거품이 나올 수 있다."


- 구독자가 4만명 이상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채널 이용자들이 토로하는 어려움은 뭔가.


"아무래도 음식이다. 당뇨 환자는 쌀밥을 적게 먹고, 현미밥이나 채소 위주의 식단을 가져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하다. 한식 안에서 자유롭게 먹으라는 조언을 했는데 공격도 많이 받았다. 쌀이 탄수화물이다보니 혈당을 높이는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하지만 쌀 때문에밥을 줄이는 건 아니라고 본다. 저당밥솥 론칭을 준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 저당 밥솥이 뭔가.


"평소에 쌀밥을 하듯이 똑같이 밥을 짓는 기계다. 저당밥솥에 밥을 지으면 당이 30% 줄어든다. 푸석푸석한 잡곡밥, 현미밥 대신 당뇨환자들도 흰쌀밥을 맛있게 드시게 하기 위해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8월 초면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 저당 밥솥을 판매하면 인기를 끌것 같은데.


"저당 밥솥은 판매를 통한 수익 목적으로 론칭하는 건 아니다. 당뇨 환자들을 위해서다. 가격도 비싸지 않게 책정할 거다. 당뇨 환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는 판매 방법을 찾고 있다. 혈당이 높은 기간에 저렴한 가격에 렌탈해주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임신당뇨 환자도 마찬가지다. 기본 원칙은 당뇨 환자들이 당 걱정 없이 맛있게 흰쌀밥을 먹게 하는 것, 부담없이 저렴한 가격으로 말이다."


- 진료 어플리케이션도 준비중이라고.


"맞다. 현재는 당뇨 환자들의 생활 관리를 수첩으로 하고 있다. 구두보다는 수첩으로 써오는게 진료하기도 용이하다. 그러다 이걸 어플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것도 8월초면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어플에 기록된 데이터를 보고, 환자에게 직접 전화해서 식습관 등을 체크하고 한약재를 처방할 때 활용할 예정이다."



세종대왕이 이 병에 걸려 돌아가셨다

- 당뇨 환자 치료 사례를 묶어 출간한 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됐는데.


"책이 많이 팔려서 기분은 좋지만 한편으론 책임감도 크다. 그만큼 당뇨 환자가 많다는 뜻이니. 사명감을 갖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 앞으로의 계획은?


"당뇨 환자의 치료를 돕는 굳건한 한의사되고 싶다. 전국에 당뇨 치료를 하는 한의원이 많아져서 당뇨 환자와 접촉면이 더 많아지고 많아지고(이혜민 한의사는 당뇨스쿨 이외에도 한의사대상의 당뇨치료 강의도 준비 중이다.), 당뇨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적어졌으면 좋겠다."



/서민우기자 박해욱기자
서민우기자 박해욱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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