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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 다수가 아닌 소수만을 위한 특별한 마케팅


80:20의 법칙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 프리도 파레토 (Vilfredo Federico Damaso Pareto)는 그가 키우던 20%의 완두콩에서 전체 완두콩 중 건강한 80%의 완두통이 탄생했음을 발견했다. 이어서 그는 이탈리아의 상위 20% 인구가 국가 부(富)의 80%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밝혀냈다.

80과 20이라는 특정한 수치와 비슷한 현상의 반복. 파레토는 이 발견에 착안하여 ‘파레토의 법칙’을 구상한다.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으로부터 나온다는 법칙이다. 이는 일상의 평범한 상황들에는 물론 사업 분야에도 적용된다. 통계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사업과 매장에서 20%의 충성 고객이 전체 매출의 80%를 창출해낸다는 것이 밝혀졌다. 20%의 작지만 밀도 높은 그 고객층에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다.


20을 노려라: 디마케팅 전략


보통 마케팅이라고 하면 넓은 풀의 다채로운 고객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사업 전략을 떠올린다. 하지만 디마케팅(De-Marketing)은 그 반대를 이야기한다. 현대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에 의해 소개된 디마케팅은 20%의 탄탄한 고객층만을 대상으로 접근한다. 수요를 의도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소수 20%의 충성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차별화된 상품과 메뉴, 그리고 가격을 제공함으로써 80%의 매출을 공고화하는 것이 이 전략의 목적이다.

20%의 소비자만을 위한 디마케팅 전략은 일상 속의 소소한 가게에서부터 명품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1-이화여대, 연세대, 서강대 고객만을 위한 디마케팅



출처: 신촌 코지라운지 공식 인스타그램 (cozy__lounge__)

위 사진은 신촌에 위치한 칵테일 바 <코지라운지>의 메뉴판 일부다. 코지라운지는 신촌에 위치한 주요 대학 이화여대, 연세대 그리고 서강대 학생을 타겟으로 한 상품을 구상했다. 메뉴판에 보이는 이화여대,연세대,서강대 시그니처 칵테일이 바로 그것이다.

코지라운지는 학교의 이름이 들어간 칵테일을 개발하여 각 학교 학생 고객의 주목도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 그리고 학생증을 제시할 시 3500원 할인이라는 훌륭한 가격 전략까지 내세워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20대 학생층의 소비 심리를 효과적으로 자극했다.

이는 신촌 상권 매출의 커다란 부분을 담당하는 주요 소비자층이 신촌 대학 학생임을 잘 파악한 결과다. 신촌에 정기적으로 방문하거나 거주하고 있고, 칵테일과 같은 트랜디한 술과 감성적인 바의 분위기를 즐기며, 각자의 학교에 애착을 가지고 있을 신촌 대학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이 전략은 20% 고객의 구매 욕구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디마케팅 전략의 좋은 예다.

실제로 이화여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칵테일이 소개된 후 이화여대 시그니처 칵테일의 수요가 눈에 띄게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2-VIP 고객만을 위한 명품 시장 디마케팅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명품 브랜드들도 VIP 고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디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Louis Vuitton)은 고객이 파리에 위치한 루이비통 본점에서 상품을 구매할 경우 구매 고객의 정보를 기록하여 본점에서의 구매가 1년에 단 한 번까지만 가능하도록 했다. 수요를 억제하여 상품의 희소성을 강조하고, 희소한 상품에 대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자극하여 브랜드 가치의 상승과 장기적 수익성을 노린 것이다.

루이비통은 또한 브랜드의 특별한 상징이 담긴 모델이나 리미티드 에디션이 출시될 경우, 그 상품들에 대한 일반 고객의 접근을 일체 차단해버리는 극단적인 디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루이비통은 이때 매출의 80%를 담당하는 20%의 VIP 고객들만을 따로 초청하여 상품을 소개하고 홍보한다.

루이비통 외에도 수천만 원대의 가방을 판매하는 에르메스(Hermes)나 럭셔리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들 또한 고객의 사회적 위치나 수입을 살펴 한정적으로만 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량 고객을 우대하여 판매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20%의 소수 고객들과 특별한 유대관계를 형성하려는 의도가 담긴 전략이다.

실제로 다수의 하이앤드급 명품 브랜드들 매출의 대부분이, 명품을 일상적으로 구매하는 극소수의 VIP 고객들로 인해 창출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수만을 위한 마케팅, 주의해야 할 점은?


고객에 대한 선별적 구분과 접근은 언뜻 보기에 무모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디마케팅은 ‘모든 고객이 사업에 도움이 되는 고객은 아니다’ 라는 대전제 하에 시작된다. 실제로 매장과 잦은 마찰을 빚는 고객, 특별한 프로모션 기간에만 한정적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 비합리적인 환불이나 반품을 요구하는 고객과 같은 소비자층은 사업의 이익 증대나 브랜드 가치의 상승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수요층이다.

사업가는 그러한 수요층을 적절히 배제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줄여 장기적인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소수의 고객과 단순한 판매자-구매자 관계를 넘어 브랜드-고객 간의 감정적인 유대관계를 생성하는 것 또한 용이해진다. 그렇게 창출된 끈끈한 유대관계는 20%의 울타리를 더 튼튼하게 하여 웬만해서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우량고객의 확보에 기여하게 된다.

한편 디마케팅 전략이 항상 성공적인 결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별적인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이 대부분의 고객 입장에서 볼 때 결코 기분 좋은 사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오히려 기업 이미지에 불쾌한 영향을 줄 수 있고 현재의 핵심 고객에만 집중하느라 잠재적인 충성고객을 잃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디마케팅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그 역효과는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일관성 있는 방향과 전략의 정립이다. 20%의 소수뿐만 아니라 80%의 다수 또한 상식 선에서 동의할 수 있는 정도의 디마케팅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앞서 언급된 코지라운지에서 신촌 대학 학생이 아닌 손님에게는 서비스의 질을 소홀히 하거나, 명품 매장에서 구매력이 부족해 보이는 손님에게 차별적 접객을 한다면 그것은 상식 선에서 동의할 수 있는 디마케팅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단순한 차별대우에 불과하며, 추후 사업의 장기적인 인지도와 매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따라서 성공적인 ‘선택과 집중’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고객과의 튼튼한 신뢰 관계다. 100%의 모든 고객들에게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브랜드 가치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심어주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그 단단한 토양을 바탕으로 20%를 위한 특별한 마케팅을 쌓아올릴 때, 비로소 토양과 그 위의 집 모두를 안전하게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유한주 썸데이기자단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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