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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퇴직교육에도 KS마크가 있다면

수만명의 전직지원 컨설팅 경력의 김기완 이음길 대표가 이야기하는 ‘한국형 전직지원 모델’



5월부터 퇴직자 교육 시장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1,000명 이상 사업장에서 50세 이상 근로자가 정년·명예퇴직 등 비자발적인 사유로 이직하거나 퇴직할 시 회사가 전직지원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추산하는 법 적용 대상 기업만 1,000개에 달한다. 일부 대기업에서 생애 설계 교육의 한 파트로 퇴직 예정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 적은 있지만 전면적으로 확대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동안 국내에서 퇴직자 교육이나 재취업 등의 서비스는 외국계 전직지원 서비스회사가 상당수 진행해 왔다. 퇴직자 교육에 대한 수요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대량 실직 사태가 벌어지면서 시작됐다. 외국계 업체들이 이 때 한국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국내의 퇴직자 전직 교육시장엔 자체 모델을 가진 토종업체가 별로 없다.

김기완 이음길 대표가 ‘한국형 전직지원 모델’을 내걸며 창업에 나선 것은 이런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퇴직자 교육 시장에도 변화가 필요하며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성, 중장년의 심리적 특성 등을 고려한 전직지원 서비스가 나와야 수요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란 얘기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이음길 본사를 찾아 김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국내 1위 전직지원 업체에서 총괄 부사장까지 하다 직접 회사를 창업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국내에 퇴직자 대상 교육이 도입된 지 20년이 됐다. 그동안 외국계 기업이 들어와서 선진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많은 기여를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외국과 한국은 노동시장 환경도 다르고, 기업마다 근로 문화도 다르다.

이를 반영한 전직지원서비스 모델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이런 가운데 전직지원서비스가 의무화되면서 관련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 회사를 창업하게 됐다."

- 전직지원 서비스 업계에도 토종기업이 나와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취업정보업체로는 사람인, 온라인 교육에선 멀티캠퍼스가 토종기업으로 크게 성장했다. 그런데 유독 전직지원서비스 업계에만 아직 그런 기업이 나오질 않았다. 업계 종사자로서 책임감 같은 것도 작용한 것 같다.”

- 한국형 전직지원모델을 강조한다. 본인은 어떤 사람인지 소개해달라.

“IMF 한파가 한창이던 1999년 DBM이라는 회사에서 창업 컨설턴트로 일을 시작했다. DBM은 전세계에 지사를 가진 글로벌 기업이다. 당시 DBM코리아는 대우자동차 퇴직자들을 재교육하는 희망센터를 운영하며 전직지원 서비스의 기틀을 만들었다. DBM 이후에 라이트매니지먼트를 거쳐 인지어스에서 일했다. 전직지원 업계에 20년 정도 몸담은 셈이다. 전직지원 관련 교육과 상담을 진행한 근로자 수만 수만명은 된다.

- B2B 시장이다 보니 일반 대중들은 잘 모를 것 같은데, 업계에 20년 이상 경력을 보유한 전문가가 별로 없을 것 같은데.

“그렇다. 열 손가락 안에 꼽을 거다. 이쪽 시장에서의 전문성엔 자신 있다."

- 전직지원 업계가 외국계 기업의 비중이 높은가.

“그렇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소수의 외국계 기업이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 외국계 기업이 앞서 있는 이유가 뭔가.

“우리보다 앞서서 퇴직자 교육을 실시한 경험이 있다. 노하우가 쌓일 수 밖에 없다. 전직지원 서비스가 처음 나온 게 세계 2차대전 직후다. 미국에서 참전 미군 용사들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요즘 형태의 서비스로 체계를 갖춘건 1970~1980년대를 거치면서다. 본격적인 전직지원 서비스가 나왔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선 아예 법으로 비자발적 퇴직자에 대해 전직지원 서비스를 의무화했는데, 우리나라도 그걸 벤치마킹한 거라 생각한다.”

- 이음길은 토종기업이다. 기존 기업과 차별화되는 점을 설명해달라.

“한국형 전직지원모델을 추구한다. 기존 전직 및 생애설계 교육은 외국계 기업이 주도하고 있어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문화를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 전직지원 서비스 의무화를 계기로 한국형 전직지원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대학교수와 연구기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논의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 퇴직을 앞둔 한국의 중장년들은 어떤 특성을 보이나. 이들을 위한 지원 방법이 있다면.

“선행 연구 논문들을 보면 한국의 중장년들은 퇴직(정년 포함)을 하면 부정적 심리를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걸 어떻게 빨리 극복하느냐가 중요한데 극복을 빨리 못한다면 구직시장에서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에게 전화나 이메일을 보내는 걸 힘들어한다. 이런 걸 누군가는 대행해줘야 한다. 형식적 대행이 아니라, 내 일을 하듯 세심하게 배려해줄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이 부분이 잘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또한 50대 퇴직한 분들 중 재취업한 직장에서 2년 안에 퇴직한 비율이 70%가 넘는다. 단순히 재취업에 성공한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계속해서 취업상태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즉 구직 과정 전체에서의 세심한 지원, 그리고 취업 후 직장 적응을 위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

- 재취업 후 퇴사 비율이 높은 중장년에게 이음길은 어떤 솔루션을 제공하는가.

“ 재취업을 유지하는 실질적인 팁을 제공하려 한다. 먼저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비중을 둔다. 퇴직 후 재취업한 회사의 수준이 맞질 않는다고 ‘이전 회사에서 안그랬는데, 여긴 왜 그래’와 같은 말을 절대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워드작업도 직접 할 수 있어야 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필요하다. 이런 적응교육과 상담을 1~2시간 하는 것이 아닌 며칠에 걸쳐 진행한다. 자잘해 보일 수도 있지만 재취업한 기업에 적응하기 위해 꼭 필요한 내용들이다. 우리와 한번 인연을 맺은 고객은 최종적으로 경제 활동을 그만두기 전까지 동반자로 계속 케어 해 나간다. ”



- 5월부터 전직지원서비스가 의무화됐다. 정부의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의무화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다. 회사에서 퇴직한 분들이 인생 이모작을 준비할 수 있도록 국가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 준거다. 의무교육 시간이 짧은 감이 있지만 16시간 만이라도 교육을 받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크다. 그 교육이 최소한 무분별한 창업, 무모한 도전은 막게 해주고 가야할 방향은 잡아 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일에 대한 개념도 과거와 달라진 거 같다. 수명도 길어지고.

"맞다. 일본이나 이미 초고령화를 겪고 있는 나라에서는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예전엔 평균 수명이 길어야 70대였다. 60세에 은퇴해 그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남은 여생을 소비하면서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평균 수명은 80세를 넘었다. 이젠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60세까지 벌어놓은 자산으로 40년을 버티는 건 불가능하다. 일본에서 노후파산, 준비되지 않은 노후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일에 대한 수명을 70대까지 유지해야 한다. 정년을 연장하면 좋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전직 지원서비스 제도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거다."

-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이제 시작 단계지만 꼭 성공한 토종기업을 만들고 싶다. 이제 서비스를 시작한 인공지능(AI) 전직지원 컨설팅에 대한 추가 연구개발(R&D)과 전직지원 프로그램 개선에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전직지원 업체 가운데서도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목표를 향해 달릴 거다. 응원해달라."

/서민우·박해욱기자 ingaghi@lifejump.co.kr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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