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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여가부 예산 2,440억 쏟았는데...'코로나 돌봄공백' 못 막았다

이용가구 1년새 15.35% 줄어 도입 13년만 첫 감소

작년 예산 2,440억원으로 2019년 대비 194억 증액

예산 외 예비비, 지자체 예산도 투입했지만 호응 낮아

돌보미 연결시간 길고 정보 불투명해 민간 서비스 의존

취약계층 상황 고려 않고 지원금·시간 늘리기만 급급

맞벌이 중심 제도 10년째 이어지며 한부모가정 소외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돌봄교실로 이동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돌봄 공백이 발생하면서 정부가 아이돌봄서비스 지원을 늘렸지만 이용자는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아이돌봄 예산을 200억 원 증액하고 코로나19 확산에 예비비, 지방자치단체 재원까지 쏟아부었지만 수요자 호응도는 높지 않았던 셈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지원금과 이용 시간 늘리기에만 급급한 결과 정작 돌봄이 절실한 계층의 활용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돌봄서비스 이용 가구는 5만 9,663가구로 지난 2019년(7만 485가구) 대비 15.35% 줄었다. 2007년 시범 도입은 물론 2009년 전국 확대 시행 이후 첫 감소세 전환이다. 시간제 이용 가구는 6만 6,783가구에서 5만 6,525가구로, 종일제 이용 가구는 3,702가구에서 3,138가구로 각각 줄었다. 이용자가 줄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탁 인력인 아이돌보미 숫자도 2만 4,677명에서 2만 4,469명으로 감소했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여가부가 관할하는 돌봄 사업이다. 맞벌이·한부모·장애부모·다자녀 등 양육 공백이 발생하는 가정에서 아이돌보미의 도움을 받으면 정부가 지원금을 준다. 만 12세 이하 아동에 시간 단위 돌봄을 제공하는 시간제와 만 36개월 이하 영아를 종일 돌보는 영아종일제로 구분된다. 아이돌봄서비스 신청시 가형(중위소득 기준 75% 이하), 나형(120% 이하), 다형(150% 이하), 라형(150% 초과) 등 네 가지 중 한 유형에 선정되고, 가형(85%), 나형(55%), 다형(15%) 순으로 정부 지원 비율이 높다. 가형으로 분류되는 저소득층은 15%의 비용만 내고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뜻이다. 라형은 100% 본인 부담이다.

지난해 여가부의 아이돌봄 사업 예산은 2,440억 원으로 2019년 대비 194억 원 증액됐다. 여가부 연간 예산 절반인 6,615억 원이 가족 정책에 들어갔는데 이 중 37%가 아이돌봄 사업 몫이었다. 코로나19로 등교가 연기되는 등 돌봄 공백이 발생하자 정부는 예비비 43억 원, 지자체 예산 등을 추가로 투입해 한시적으로 서비스 지원 한도를 0~85%에서 40~90%로 높였다. 하지만 정부가 아이돌봄 사업에 최소 2,483억 원을 쏟아부었는데도 이용 가구는 뒷걸음질 쳤다. 원격 수업 장기화로 부모가 일을 그만두거나 베이비시터 등 민간 서비스를 이용한 것이다. 민간 아이돌봄 업체인 맘시터의 경우 이용자와 돌보미 간 연결 수가 전년 대비 30% 늘어난 12만 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돌봄 공백이 상당했는데도 아이돌봄서비스 이용이 감소한 것은 아이돌보미 연결까지 시간이 걸리고 돌보미 정보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민간 업체가 운영하는 연결 플랫폼에서는 이용자와 돌보미 간 연결이 대부분 2시간 이내에 이뤄지는 반면 정부 서비스에서는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민간 업체 플랫폼에서는 수십만 명의 돌보미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지난해 온라인 수업 전환과 같은 상황에서 부모들은 아이돌봄서비스 대신 민간 서비스를 찾았다. 한 워킹맘은 국내 최대 임신·출산·육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정부 아이돌봄서비스에 신청했더니 면접 날이 돼도 담당 기관은 이모님을 못 구했다며 연락도 주지 않았다”며 “2월부터 직장에 나가게 됐는데 업체를 알아봐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돌보미 종사자들이 지난해 10월 27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서비스가 맞벌이 부부, 저소득층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차상위계층 등에 대한 지원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정부가 맞벌이 가정의 서비스 유형을 분류할 때 합산소득의 25%를 경감해주는데 한부모 가정은 이 제도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문제를 제기한다. 맞벌이 부부는 저소득층이 아니더라도 25% 감경 혜택을 받아 지원금이 가장 큰 ‘가형’에 선정될 수 있지만 한부모 가정은 법정한부모(저소득층)가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10년 전 맞벌이 가정에 초점이 맞춰졌던 제도가 그대로 이어지면서 153만 가구로 불어난 한부모 가정을 포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송 모 씨는 “주민센터에 왜 맞벌이만 혜택을 주는지 물었더니 제도가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며 “일하는 한부모가 맞벌이보다 더 힘든데 맞벌이만 혜택을 주는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올해도 코로나19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아이돌봄 예산을 96억 원 증액했지만 양적 지원에만 몰두하고 있어 지난해와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사각지대에 놓인 이용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가부 관계자는 “지난해 이용자가 왜 줄었는지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저소득 한부모가정, 장애부모, 장애아동 가정 지원비율을 최대 90%까지 높이는 등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맞벌이 소득 경감은 맞벌이 가정의 생활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해 수혜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인데 한부모 가정에서 차별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며 "한부모 가정 지원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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