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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었지만···그래도 갖고 싶어

■ 웹툰 '종이책 펀딩' 붐…고전·소설 재출간도 인기

팬층 확대에 단행본 소장 수요 쑥

8년 연재 '레사' 3차 펀딩 2억 훌쩍

'세일러문''듄' 등 고전 초판 완판

대하소설 '삼국지'도 새 표지 출격

네이버 웹툰 ‘레사’. 세 차례 펀딩을 통해 전체 연재 분량이 종이책으로 출간된다.


도서 시장에서 전자책이나 웹툰 등 새로운 형태의 출판이 계속 늘고 있지만 종이 책 소장에 대한 독자들의 욕구도 여전하다. 장기 연재한 인기 웹툰을 종이 책으로 갖고 싶다는 팬들의 요청이 쇄도하면서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출판이 이뤄지는가 하면, 고전 만화 전집이나 대하소설이 새로운 번역과 세련된 표지를 입고 소장용으로 재출간돼 인기를 끄는 사례가 늘고 있다.

5일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약 8년 동안 연재 되다가 지난해 11월 완결된 웹툰 ‘레사(POGO 글·그림)’은 이날 네이버 해피빈에서 마지막이자 3차 펀딩을 완료했다. 2019년 7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진행했던 첫 번째 단행본(1~5권) 펀딩에 8,483만 원이 모인 데 이어 지난 해 6월 진행한 2차 펀딩(6~11권)에서는 모금액이 1억 원을 돌파했다. 이날 마감한 마지막 펀딩(12~18권)의 최종 금액은 2억 원을 조금 넘겼다. 펀딩 금액이 8만3,700원으로 적지 않은 수준임에도 4,500명 가까운 팬들이 구매를 주저하지 않은 덕분이다.

종이 책 출간을 위한 펀딩 시작 2주일 만에 목표 금액 500%을 넘긴 웹툰 ‘1초’


웹툰 펀딩의 인기는 오랜 고정 팬들을 많이 확보한 장기 연재 작품으로 한정된 것이 아니다. 2019년 3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웹툰 ‘1초(광운 글·시니 그림)는 현재 해피빈을 통해 종이 책 제작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달 22일부터 시작돼 아직 펀딩 종료일까지 2주일 가량 여유가 있지만 이미 목표 금액의 546%를 달성했다. 작품은 새내기 소방관 호수가 소방학교 훈련과 출동 경험을 쌓은 후 전문 소방관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로, 금요 웹툰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인기작이다. 펀딩은 단행본과 함께 틴케이스, 텀블러 등 한정 굿즈를 세트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소장을 원하는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이 밖에 에어로빅 청춘드라마 웹툰 ‘셧업앤댄스’(이은재 글·그림)은 지난 2월 네이버 해피빈에서 300만 원을 목표로 단행본 펀딩을 진행했으나 최종 펀딩 금액은 2,002% 초과한 6,006만 원에 달했다. 텀블벅에서 단행본 전권 제작 펀딩을 진행하고 있는 네이버웹툰 ‘정순애 식당’ (아르몽 글·그림 아르몽) 역시 최근 마지막화 공개 후 외전이 연재 중이다. 단행본 펀딩은 목표 금액의 434%인 4,440만 원을 달성하면서 마무리됐다.

네이버웹툰에서 인기 연재물을 종이 책으로 출간하는 시도는 2016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초반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 웹툰의 종이책 제작 수요가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작품, 보고 싶은 작품을 골라서 보는 사람들이 늘면서 출판 시장의 크라우드 펀딩이 더욱 활기를 띠는 것 같다”며 “특히 웹툰 시장은 그 규모가 점차 확대되면서 팬층도 다양하고 두터워져 앞으로 웹툰 단행본 펀딩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간 일주일 만에 초판 3,000부가 매진 된 세일러문 전집 세트.


웹툰 뿐만이 아니다. 소장 욕구를 부추기는 ‘고전’ 만화 전집이나 대하 소설의 재출간 붐도 이어지고 있다. 출판사 세미콜론이 지난 1월 내놓은 세일러문 완전판 10권 세트는 초판 3,000세트가 출간 일주일 만에 다 팔렸다. 세트 가격이 16만5,000원 수준으로 제법 비쌌지만 TV 방영 당시 주요 시청자였던 어린이에서 이제는 구매력을 갖추게 된 30대가 적극적으로 구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내 순정 만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신일숙 작가의 ‘아르미안의 네딸들'은 알라딘서점에서 1억 원 이상의 븍펀딩에 성공해 전 20권 전집이 복간됐으며, 43년 된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는 최근 컬러 10권 세트로 재출간됐다.

SF계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네뷸러상과 휴고 상을 모두 받은 고전 ‘듄’ 역시 최근 6권 양장본 세트로 출간돼 열성 팬들의 환호 속에 초판 매진을 기록했다. 1990년대 초반 해적판의 인기를 떠올리면 ‘훈훈한’ 격세지감이라는 게 출판계의 반응이다.

황석영 삼국지 개정판 세트.


국내 고전 소설들도 최근 재출간 열풍에 동참했다.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아리랑·한강은 세 작품 모두 100쇄 인쇄를 돌파한 가운데 지난 해 10월 하드 커버 양장본으로 갈아 입고 재출간됐다. 지난 해 말에는 황석영의 삼국지 개정판이 새 표지와 장정으로 다시 선보였다. 2003년 초판 발행 이후 200만 부 넘게 팔렸지만 여전히 찾는 독자가 많기 때문에 개정판을 냈다는 게 출판사 창비 측 설명이다.

/정영현 기자 yhchung@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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