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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대신 이해를”···‘어딘가 다른 사람’에 대한 책 잇따라

자폐증·조현병·우울증 등

올바른 지식과 공감 강조



코로나 19로 소통 단절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타인에 대한 경계감과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오해는 때로 소외와 혐오의 출발점이 되고, 이는 누군가의 마음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한다. 이에 출판계에서는 타인, 그 중에서도 특히 자기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그들이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 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달 초 출간 된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꿈꿀자유 펴냄)’는 소아과 전문의이자 출판사 대표인 강병철이 직접 번역한 책이다. 공저자 존 돈반과 캐런 주커는 미국의 언론인으로, 2000년 이후 팀을 이뤄 여러 채널을 통해 자폐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왔다. 저자들은 “자폐의 역사는 폭력과 학대, 착취와 소외, 희생과 비극과 시행착오로 얼룩져 있다”고 전한다. 무지함 속에 사회와 과학은 자폐증에 대해 수많은 실수를 저질렀고, 심지어 국가권력이 자폐인들을 조직적으로 살해하기도 했다. 그래도 자폐증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려 노력한 의사, 심리학자, 언어학자, 언론인, 교육가 등의 노력 덕분에 자폐증은 사회에 격리해야 할 불치병이 아니라 넓은 스펙트럼에 존재하는 인간의 특성 중 하나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어딘지 다른 사람이 살아갈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득한 사람들 덕분이라고 책은 말한다.



조현병의 바이블로 불리는 '조현병의 모든 것(심심 펴냄)’은 조현병 연구의 대가로 꼽히는 풀러 토리 미국 국립 군의관 의과대학교 교수가 35년에 걸친 연구 결과를 760쪽 분량으로 총망라한 책이다. 1983년 첫 출간 이래 미국에서만 50만 부 넘게 팔렸지만 국내에는 이번에 처음 소개됐다. 책에는 저자가 환자 수백 명을 상담한 사례와 환자와 가족을 위한 정보 등이 체계적으로 담겨 있다. 이 책이 오랫동안 환자와 가족, 학계로 지지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공감과 연민이 가득한 저자의 자세 때문이다. 그는“공감이 있을 때 조현병은 개인적 비극이다. 공감이 없을 때 그것은 가족의 재난이된다. 조현병을 이해한다는 것은 병을 둘러싼 무지의 안개를 걷어내고 신비의 영역에서 끌어내 이성의 햇빛 아래 세우는 일이다”라고 강조한다.



우울증에 대한 책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앤드루 솔로몬 뉴욕 컬럼비아대 임상심리학과 교수의 ‘한낮의 우울’은 발간 20년 만에 재출간됐다. 2001년 발간 당시 우울함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는 평가와 함께, 우아한 문장과 깊이 있는 탐구로 주목 받은 책으로, 개정판에는 출간 후 20년 간의 변화를 담은 100여 페이지 정도 분량이 추가됐다. 특히 저자가 독자들에게 보내는 자기 치유의 메시지가 돋보인다.



의사가 우울증을 딛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과정을 고백하는 책도 출간됐다. 한국인 최초 에볼라 의료진으로 알려진 정상훈의 ‘어느 날, 죽음이 만나자고 했다’다. 그는 책에서 가족 관계에서 왔던 고통, 결국 우울증을 인정하고 치료 받은 과정,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국경 없는 의사회 활동을 하게 된 이야기 등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내면의 아픔과 타인의 아픔을 동시에 껴안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정영현 기자 yhchung@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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