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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밥벌이 고민 현재 진행 중, “50대가 할 수 있는 일 90%가 요양보호사”

헬로 인디북스 독립출판서점 운영자이자 <나의 10년 후 밥벌이>의 이보람 작가

10년 후 밥벌이에 대해 고민하다 지인들 7명 인터뷰, 모두 노후 준비 안하고 있어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통해 적은 돈으로 살 집 찾아보니 통영에 4,000만원짜리 단독 주택 있어

서울 연남동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이보람 작가는 지금 10년 후 밥벌이에 대해 고민 중이다./사진=이보람


요즘 인터넷 뉴스를 보다 보면 명품 가격 인상으로 ‘오픈런’하는 고객들이 많다는 기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 오픈런을 서울 마포구 성수동의 작은 독립책방에서 경험했다. 요즘 MZ세대들이 주로 찾는 연남동에 위치한 ‘헬로 인디북스’가 바로 그곳. 이곳은 <나의 10년 후 밥벌이>를 쓴 이보람 작가가 운영하는 서점이다.

지난 6월 마지막 날 인터뷰를 위해 ‘헬로 인디북스’를 찾았다.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 인터뷰를 시작했고, 3시가 되자 서점 밖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오후 세 시가 서점 개점시간이었던 것. 급기야 기다리던 사람들이 서점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인터뷰를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렇게 핫한 서점을 운영하는 데다 작가인데 10년 후 밥벌이가 고민이라니. 너무 행복한 고민에 빠진 게 아닌지 묻자 그의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평생 자기 밥그릇만 걱정하면 될 줄 알고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살아왔는데, 연로해진 부모가 갑작스레 아프면서 생각이 많아졌던 것.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발발해 매출까지 줄면서 미래 밥벌이에 대한 고민은 현실이 됐다. 이 작가는 문득 다른 사람들의 10년 후 밥벌이에 대한 고민과 준비 상태가 궁금해졌다. 그렇게 지인 7명의 인터뷰했고 책 <나의 10년 후 밥먹이>가 세상에 나왔다. 책이 나온 지 1년이 채 안돼, 10년 후 밥벌이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이보람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 만나서 반갑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한다.

“저는 2013년부터 책방을 운영해 8년 차 책방지기 이보람이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1인 출판사를 등록해 책도 네 권 냈다. 책은 앞으로도 계속 낼 예정이다.”

- 책방이 일반 서점이 아닌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이다. 독립출판물에 관심이 많나.

“독립출판물을 너무 좋아한다. 그런데 읽지는 않는다(웃음). 그래서 책을 읽은 손님들에게 내용을 물어보고 다른 손님이 물어보면 알려준다.”

- 책방을 여는게 오랜 꿈이었나.

“어릴 때부터 ‘나중에 뭐할 거냐’고 물으면 항상 책방할거라고 대답했다.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 독립출판서점으로 정한 것은 더 커서다.”

- 책방 운영 8년차면 꽤 오랜 기간 운영한 것 같다. 기사를 보면 연예인들도 책방을 열었다 길게 유지하지 못하고 닫더라.

“위치가 좋은 것 같다. 제가 집을 이곳에 구할 당시만 해도 연남동이 그렇게 핫플레이스가 아니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책방을 열려고 알아보다 한적한 골목에 좋은 자리가 있다고 연락이 와 이곳에 열게 된 거다. 그런데 연남동이 방송에 한 번 나오더니 완전 핫플레이스가 됐다. 그 뒤론 태풍이 와도 손님이 찾아온다. 태풍을 뒤로하고 우산을 접으면서 책방으로 들어오신다(웃음).”

- 책이 나오고 1년이 채 안 됐다. 10년 후 밥벌이에 대한 고민은 어느 정도 해결됐나.

“아니다.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해답은 당연히 없다. 운이 좋아 연남동에서 책방을 운영하다 보니 항상 매출이 기본 이상 나와서 걱정이 없었다. 특히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인 1월 매출이 정말 괜찮았다. 이 매출이 쭉 이어질 줄 알고 그때 200만원을 들여 책방에 맞춤 가구를 들였다(웃음). 바로 다음 달에 코로나19로 매출이 반토막이 나더라. 상상한 적 없는 위기였다.”

이보람 작가는 지난해 10년 후 밥벌이에 대한 고민이 담긴 책을 냈다./이미지=이보람


- 코로나19가 10년 후 밥벌이에 대한 고민에 불을 지핀 건가.

“10년 후 밥벌이에 대한 고민은 2019년에 엄마가 갑자기 아프면서 시작됐다. 엄마가 아파 일주일 정도 책방을 열지 못했다. ‘연남동에 책방이 있으면 뭐하나, 열지를 못하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 출근하지 않아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독립출판물에 관심을 갖고 책을 내게 됐다.”

- 인세로 먹고 살 수 있다면 그거야 말로 최고의 노후인 듯하다.

“지금까지 네 권의 책을 냈는데, 네 권으로는 어림도 없더라(웃음). 책을 한 권씩 내면서 책 만드는 기술을 익히고 그 기술이 책 낸 권수에 따라 늘 거라고 믿고 계속 책을 내려 했는데 딱 코로나19가 터졌다.”

- 코로나19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많이 바꿔 놓은 듯하다. 어떤가.

“맞다. 원래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았는데, 코로나19로 매출이 반토막 나니까 온라인 판매를 안 할 수가 없더라. 그래서 시작했는데, 나하고 너무 안맞다(웃음). 일단 잠잘 때 주문이 들어오면 너무 무섭다(웃음). 자다 말고 일어나서 포장해야 할 것 같고, 혹시 책이 늦게 도착하거나, 배달되다 책이 손상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돼서 다른 일을 못 하겠더라. 난 역시 손님과 대면해서 판매하는 게 너무 좋다.”

- 그럼 10년 후 밥벌이에 대한 고민은 어디까지 왔나.

“연남동이 젊은이들의 거리가 되다보니, 10년 후 내 나이가 50살을 넘겼을 때 젊은 문화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책을 판매할 수 있을 까라는 고민이 들더라. 그러면서 저절로 이 일을 안하면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됐다. 자격증이라도 따야지라는 심정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90%가 요양보호사가 나오더라. 그러면서 알게 됐다. 50대에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없다는 것을 말이다.”

-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땄나.

“따려고 알아보니 학교처럼 매일 일정 시간 오프라인으로 수업을 들어야 하더라. 그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지도 모르고 시작하기에는 들여야 하는 시간이 아까웠다. 일단 수업 들으려면 그 시간에는 책방 문을 닫아야 하는게 큰 문제였다.”

이보람 작가가 운영하는 독립출판서점인 헬로 인디북스/이미지=이보람 작가


- 지인들 인터뷰는 어떻게 하게 됐나.

“정말 10년 후 밥벌이에 대해 혼자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지인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다. 제 친구들 나이가 삼십대 후반에서 40대 후반까지 고루 분포돼 있는 데다 직업군도 다양해 인터뷰하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중에는 삼십대 후반에 직장을 그만두고 1년 반 동안 해외여행을 훌쩍 떠났다 온 친구도 있고, 귀농해 텃밭을 가꾸며 사는 친구도 있다. 15년 동안 꾸준히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 상사도 있어 모두 만나 인터뷰를 했다.”

- 인터뷰 해보니 다들 10년 후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나.

“다 불안해 하긴 마찬가지더라. 아, 한가지 나와 다른 게 있었다. 다들 집이 있는데 저만 없더라(웃음). 지역이 어디가 됐든 집은 한 채씩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을 켜놓고 가장 적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집을 찾아 계속 밑으로 밑으로 내려가니까 통영에 4,000만원짜리 단독 주택이 있더라(웃음).”

- 요즘 다들 노후준비를 외치는데, 실제로 제대로 노후준비를 하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정말 그랬다. 인터뷰한 친구들 모두 오늘을 살기가 바쁘다고 했다. 내일을 계획할 수가 없는데, 노후를 준비한다는 것은 욕심이라고 했다. 직장생활 15년 차인 친구는 계획을 세워놓고 해내는 게 스트레스라고 말하기도 했다.”

- 인터뷰이 중에 가장 닮고 싶은 삶도 있었나.

“제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삶을 사는 친구는 충남 부여에서 텃밭을 이루고 사는 친구다. 저는 계속 책방을 운영하고 싶은데, 나중에 연남동이 안되면 부여 같은 곳에서 책방을 운영하며 글을 쓰고 사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봤다.”

- 원래 귀농에 관심이 있었나.

“아니다. 지난해 책을 준비하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사회생활 7년에, 책방 운영 8년을 합치면 지금까지 15년을 일했다. 굉장히 오래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국민연금이 65세부터 나온다고 하더라. 23년을 더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 절망했다(웃음). 금요일인 줄 알았더니 화요일인 기분이더라. 책방은 조금 더 노력하면 몇 년 더 운영할 수 있을 듯한데, 집은 도저히 서울에서 못 살 것 같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모아 시골에서 집을 사서 살고 싶다.”

사진=이보람 작가


- 지금 운영 중인 헬로 인디북스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생각도 있나.

“지금 월세로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주인분의 배려로 연남동 시세보다 낮은 월세를 내고 있다. 그런데 더 시간이 흐른 뒤엔 어떻게 될지 모르니, 그 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 월세가 더 저렴한 시골로가 책방을 운영하게 되면 작은 커피숍도 같이하면 좋겠다.

“커피 만드는 재주가 없어서…. 책방에 오는 분들에게 커피는 못 드려도 파전에 막걸리는 대접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사실 내가 시골에 잘 적응할 수 있지가 가장 큰 문제다(웃음).”

- 코로나19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데, 상황이 조금 나아졌나.

“한달, 한달 버틸 방법이 생겨서 지금까지 지내오고 있다. 일단 주인 할머니가 월세를 동결해줬다. 매출이 준 것은 아르바이트로 메꾸고 있다. 이제 재난지원금 4차가 나온다고 하니 그걸로 버티자는 식으로 이겨내고 있다.”

- 이제 청춘은 짧고 중년이 길어졌다. 10년 후 밥벌이에 대해 고민하는 중년들에게 조언한다면.

“조언이요?. 저 처럼만 안살면 됩니다(웃음).”

- 마지막 질문이다. 올해 계획이 있다면.

“조만간 책이 나온다. 이 책은 출판사의 제안으로 내게 됐다. 부모님이 아프면서 건강에 관심이 생겨 채식을 시작하게 됐다. 내가 직접 채식을 시작하게 되면서 알게 된 것들을 담은 책이다.”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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