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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쉬는 기간 줄여야 재취업 가능성 높아져“

은퇴 후 두 번째 재취업에 성공한 박재성 씨, ”인생 2막 준비는 아직도 진행 중“

경기도일자리재단 ERP생산물류과정 수료

직업상담사 과정평가형1급 합격, 인생 2막엔 진로 관련 강사로 활동하고 싶어

은퇴 후 인생 2막을 적극적으로 설계하고 있는 박재성(56) 씨를 만났다./사진=정혜선


지난 7월 말 만난 박재성(56) 씨는 은퇴 후 두 번째 취업에 성공했음에도 끊임없이 60세 이후의 삶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규직으로 정년까지 보장된 회사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준비하는 이유를 묻자 60세 이후엔 하고 싶었던 일을 하려는 게 그 이유라고 했다. 그런 그에게 일은 삶의 원동력이었다. 일이 삶의 원동력인 것은 분명하지만, 인생 2막에선 일을 위한 삶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살 거라는 박재성 씨의 은퇴 이후 재취업 스토리를 들어봤다.

-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최근에 자기소개를 많이 하고 있다. 지난해 대학원 면접에서 했고, 올해는 과정평가형 직업상담사1급 면접에서 자기소개를 했다. 그대로 자기소개를 하면 딱 1분이 걸린다(웃음). 지금은 더 간단히 자기소개하면, 나는 전형적인 서민인 박재성이라고 한다.”

- 은퇴 후 인생 2막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인생 2막 몇 년 차인가.

“몇 년 차라고 말하기는 그렇고, 아직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발표하는 것을 좋아해 은퇴 후에는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강의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이 자격증을 토대로 멘토로서 진로와 관련된 상담이나 강연을 하는 게 목표다.”

- 갑작스레 은퇴를 하게 됐다고 들었다. 언제 은퇴했나.

“4년 정도 됐다. 갑자기 회사 경영이 어려워져 퇴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갑작스러운 은퇴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개구리 필립과 물의 비밀>이란 책이 있다. 그 책에 저수지에 사는 개구리들이 나온다. 개구리 대부분은 저수지가 마르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그런데 단 한 개구리 필립만 그 넘치는 저수지가 언젠가는 마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저수지를 나가면 천적인 뱀이나 새를 만날 수 있지만, 필립은 그 저수지를 나와 바다로 나간다는 이야기다.

나도 개구리들과 마찬가지로 ‘설마 내가 다니는 회사가 망할까’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망했고, 갑자기 준비없이 은퇴를 맞이하게 돼 정말 힘들었다.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 재취업이 어려울거라 판단해 가능한 빨리 재취업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해서 두 번째 회사에 취업해 일을 시작했다.”

- 은퇴 후 경력개발의 시간을 갖기도 하는데, 재취업을 서두른 이유가 있었나.

“평범한 서민이다 보니 생활비 걱정을 해야 했다. 실업자 상태로 오랜 기간 있는 것보다 비록 원하는 분야가 아니더라도 현업상태로 미래를 준비하는 게 안정적이란 결론을 내렸다. 집이 안산인데, 은퇴 후 첫 번째로 취업한 회사가 안성이었다. 집에서 멀었지만 재취업을 결정한 이유다. 이곳에서 3년 정도 일을 했다.”

- 갑작스런 은퇴였던 만큼 재취업해 출근하는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쉬는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새로운 기분은 없었다(웃음). 다만 진짜 인생 2막을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본인처럼 은퇴 후 재취업을 막막해 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모두가 알다시피 은퇴를 맞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준비’다. 현업에 있는 현재 향후에도 성장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면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열심히 하면 되고, 그게 아니라 이제 한계가 보인다면 슬슬 그 다음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준비를 미루다 보면 은퇴를 갑자기 맞이하게 될 수 있다. 은퇴한 후에는 가능한 쉬는 기간을 줄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의 눈높이에 맞지 않더라도 취업해 현업상태에서 미래를 도모하는 게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안정적인듯하다. 미래 준비에 대한 동기부여도 강해진다.”

- 경기도일자리재단에서 하는 ERP생산물류관리사 과정을 들은 거로 알고 있다. 이 수업은 어떻게 알게 됐나.

“예전부터 시간을 내 다양한 교육을 받으러 다녔다. 그러면서 경기도일자리재단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은 4060세대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참 많다. 수업을 듣기 전에는 경기도일자리재단에서 주관하는 ‘5060이음 일자리’ 박람회가 수원역 부근 호텔에서 열러 참석한 적이 있다. 4060취업 박람회에도 갔었다. ERP생산물류관리사 과정도 경기도일자리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돼 신청 후 들었다.”

- 그때가 두 번째 직장에서 퇴직했을 땐가.

“맞다. 은퇴 후 다녔던 첫 번째 직장에서 3년 정도 근무하다 퇴사한 뒤 이 교육 과정을 신청해 들었다. 6주 과정이었다.”

- 원래 ERP에 관심이 많았었나.

“첫 직장에서 전산 관련 일을 오래 해서 ERP를 잘 알고 있다. 이 분야의 지식을 넓히기 위해 수업을 들었다. 물류가 중요하니까 ERP생산물류도 알아야겠단 생각에 시작했다.”

- 이전에 ERP관련 일을 했었다고 했는데, 어떤 일을 했었나.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면서 전산 관련 공부를 같이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산 공부를 한 게 내 인생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 대학에 다니면서 컴퓨터 강사로 일했다. 졸업 후 첫 직장에 총무로 취업을 했는데, 거기서 프로그램을 직접 짜 회계업무에 활용하기도 했다. 그게 너무 재미있었다.”

박재성 씨가 경기도일자리재단에서 하는 ERP생산물류과정 수업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맨 왼쪽)./사진=박재성


- 수업이 재취업에 도움이 됐나.

“ERP생산물류과정을 신청해 들은 이유는 취업에 도움이 되려는 마음도 있지만,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려는 목적도 있었다. 재취업에 대해 집에서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이렇게 수업을 들으면서 현 상황이나 미래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풀리는 게 있다. 그래서 은퇴한 신중년들에게 이런 수업을 찾아 들으라고 권하고 싶다. 꼭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얻는데 분명히 있다.”

- 수업을 들으면서 좋았던 부분은 무엇인가.

“ERP생산물류에 대한 수업뿐 아니라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대한 컨설팅을 해주는 과정이 포함돼 있어 좋았다. 그 컨설팅을 받으면서 수시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최근 트렌드에 맞게 다듬고 수정했다.”

- 은퇴한 중년들이 재취업에 있어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자기소개서 작성이라고 하더라.

“나도 그랬다. 내가 쓴 자기소개서가 제대로 된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자기소개서 관련 전문 컨설팅을 여러 번 받았다. 전문가가 해준 조언대로 자기소개서를 다듬어 나갔다. 나는 자기소개서 컨설팅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 많은 구직자 중에서 내가 이력서나 자기소개서가 눈에 띄려면 그 정도 비용은 들여야 하지 않겠나.”

- 지금 직장이 은퇴 후 두 번째 회산데, 한 번도 어려운데 두 번이나 재취업에 성공했다. 재취업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나.

“채용공고를 낸 회사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내곤 결과만 기다리지 않는다. 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소중하니까, 그 회사에 ‘지원했으니 잘 검토해주길 바란다’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낸다. 그래도 연락이 없으면 회사에 전화한다. 지금 다니는 회사도 그랬다. 메일함의 수신 확인을 보면 이력서를 열람했는데, 회사에서 연락이 없더라. 그래서 회사에 전화해 이력서를 봤으면서 왜 연락이 없느냐, 합격 여부에 대한 회신이 없으면 기다리지 않고 다른 회사로 가겠다고 했더니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렇게 대표를 만나 두 시간 정도 미팅을 했다. 그리고 취업해 지금 다니고 있다(웃음).”

- 그럼 지금 회사에선 어떤 일을 하나.

“회사가 안산반월공단에 있다. 수도꼭지나 샤워기 등을 생산하는 회산데, 이곳에서 생산관리 팀장을 맡고 있다.”

- 지금 일을 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준비를 꾸준히 하고 있으시더라.

“나는 인생 2막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은퇴 후 재취업해 다니고 있지만 진짜 인생 2막은 아직 준비 중이다. 직업상담사를 준비하면서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져 지난해 한양대학교 대학원에 지원했는데 떨어졌다(웃음). 올해 재도전할 예정이다. 사실 직업상담사 과정평가형1급에 합격해 그 과정을 할 것인지 오늘까지 정해야 한다. 지금도 선택의 순간에 있다. 과정평가형을 하려면 회사를 그만둬야 해 고민이 된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게 되더라도 후회하진 않을 거다.”

- 은퇴 후 많은 이들이 재취업을 고려한다. 은퇴 후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은퇴 후의 일은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월급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서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나 역시 과거 컴퓨터 강사로 활동했던 게 잘 맞았다. 그래서 인생 2막엔 강사로 활동하고 싶어 분야를 고민하다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 거다.”

- 본인의 삶에서 일이란 무엇인가.

“일은 삶의 필수인 것 같다. 필수지만 일을 위한 삶은 살지 말자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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