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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인, 블로그만 잘해도 판로확보에 도움돼

[라이프점프×한국소상공인교육진흥원] 곽의택 한국소상공인교육진흥원 이사장_3편

소상공인 사업장 규모에 맞는 디지털 전환 모델 도출 필요

한빛테크랩, 사업 방향 전환의 대표적 성공 사례

이미지=최정문


소공인을 한 단어로 정의하면 장인(匠人)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장인의 뜻은 손으로 어떤 물건을 만드는 기술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모든 대기업도 창업 당시에는 소공인으로 출발했다. 지난 2015년 도시형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약칭 소공인법)이 시행되면서 현재까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다양한 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광역소공인 특화지원센터, 소공인 복합 지원센터, 소공인특화지원센터 등 설치 운영을 통해 소공인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해오고 있다.

필자는 소공인 디지털 전환이야말로 숙련기술과 아이디어로 뭉친 소공인들의 창의력을 발굴하고, 사업화 가능한 기술을 육성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 한다. 필자는 다년간 기계 금속가공 분야 현장을 누비면서, 소공인들이 저마다 다양한 숙련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최신 기술 동향 및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적응 부족으로 인해, 아직도 아날로그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적지 않은 소공인들이 고유 기술 유출에 대한 경계심을 지니고 있었으며, 여기에 디지털 기술 활용과 지식재산권에 대한 이해 부족이 더해져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들이 사장되고 있는 현실에 많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소공인들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등 상위 기업에 특정 제품을 전문적으로 납품하는 방식으로 오랜 기간 경영해 왔기 때문에, 빼어난 가공 제조능력에 비해 신제품 사업화 및 신사업 영역 진출에는 매우 소극적이고 더딘 진전을 보여 왔다. 이제는 개인의 창의력이 최신 기술과 만나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스마트 및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음을 새로이 상기 시켜 줄 필요가 있다. 마케팅, 설계, 개발, 생산, 자동화, 고객관리 등 모든 면에서 ‘장인(匠人)’들의 창의력이 빛을 발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공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 기업의 운영 부문별 현황 진단과 향후 사업 계획(연구개발, 신제품 등)을 반영한 개선안이 우선 필요하다. 공급자와 수요자 어느 한 편의 일방적 주도 방식에서 탈피해 『홍보-연구기획-설계-생산-사후관리』의 전 과정을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 아래 유기적으로 연결해 줄 수 있는 균형 잡힌 디지털 전환 계획이 도출돼야 한다.

또한, 기존의 스마트공장 구축 모델에서 벗어난 소공인 환경에 적합한 맞춤형 개선안이 매우 중요하다. 소공인 생산 현장은 다품종소량생산 체제에 맞게 설계돼야 하며, 수요자 중심의 소비시장 형성이 더욱 가속화되고 창업 육성 정책에 따라 시제품 개발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이기에, 연구개발 기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디지털화 모델에 대한 연구도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많은 소공인이 한 분야에서 수십 년간 경력을 쌓아온 기술 장인이다. 이들은 사업장에 맞는 마케팅 기법, 작업공정 개선과 신제품 개발에 대해 수없이 많이 고민해왔으며, 이제는 구체적인 그림도 그릴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필자는 믿고 있다. 여기에 지원정책이 촉매제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그 결과는 매우 긍정적일 것이다.

이제는 중·대형 규모 공장의 스마트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소공인 사업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30평 미만, 생산인력 1~2인의 극소규모 사업 현장’에 맞는 디지털 전환 모델이 신중하게 도출되고 전파돼야 한다. 마케팅과 연구개발 등 부문에서 기존의 아날로그 경영 방식을 탈피해 나름의 디지털 전환을 이루고 있는 우수 소공인 사업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승준 한빛테크랩 대표/사진=곽의택


◇ 디지털 환경에서는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잡는 기술이 더 중요

서울 문래동은 기계 금속 소공인 사업장 1,200여 곳이 집적된 기계 금속가공 집적지다. 이승준(58) 한빛테크랩 대표는 이곳에서 28년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소공인특화지원센터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 사업 방향 전환의 큰 변환점이 됐다.

이 대표는 경영이론, 4차 산업혁명, 온라인 마케팅, 연구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교육을 받았으며, 연구개발 프로젝트 참여 등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지난 2016년경 기존 단순 임가공 방식에서 벗어나 다품종 소량 맞춤형 제작 체제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면서, 디지털 트렌드에 맞게 한빛정밀에서 한빛테크랩으로 사명을 바꾸고, 몇몇 고객사에 의존하던 영업 방식에서 탈피해 거래처 다변화를 추구했다.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 운영을 통해 신규 고객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이제 단순 제품 양산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시제품 개발에서 활로를 찾고자 했던 이 대표의 전략은 적중했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 찾아 준 대부분이 20~30대 청년들로서 대부분 스타트업, 대학, 정부 출연연, 연구소 소속이었다.

이 대표는 새로운 고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사업장 환경 정비에 각별히 신경 썼으며,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종이보다는 CAD 프로그램을 택했고, 더 나은 시제품 개발과정과 결과를 위해 스스로 제품개발 컨설턴트가 됐다.

“예전에는 발주처에서 전달해 주는 도면에 따라 제작만 하면 되기에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청년들과 시제품 개발 관련으로 교류하면서부터는 스스로 굉장한 변화가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청년들이 미처 알지 못하고 있는 생산공정의 노하우를 알기 쉽게 설명해 줘야 했습니다. 여기에 주변 분야 지식이 뒷받침돼야 했기 때문에 초반에는 굉장히 바쁘고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대표가 과거의 소회를 밝혔다.

한빛테크랩에서 생산하는 각종 아이디어 제품/사진=곽의택


그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학, 연구기관 등과도 꾸준히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필자가 들은 바에 따르면 단순 제작 납품이 아닌, 먼저 개선안을 제시하고 보다 합리적인 개발과정과 비용까지 컨설팅해 주는 이 대표의 적극성과 소통 능력이 주효했다고 한다. 나아가 이 대표 스스로 연구개발에 몰두하면서 다수의 제품을 세상에 내놓기도 했다. 전동드릴에 장착해 논밭이나 정원의 잡초를 뿌리까지 제거할 수 있는 잡초 제거기가 대표적인 예다. 이 대표는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는 물론 양산방식에 대한 보완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러한 실제 사례를 통해 연구개발과 마케팅 공부에 능동적인 자세로 임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경기가 좋았던 과거에는 임가공으로도 충분히 사업 유지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아니다”라며,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맞춤형 시제품 개발은 물론, 나만의 온리원 제품을 만들어 보고자 정부 지원 연구개발사업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에는 한국소공인진흥협회 추산 500여 개 소공인 집적지가 산재해 있어서 집적지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소공인 각자의 주특기를 모아 기술 협업동아리를 위한 디지털 전환 온·오프라인 카페를 개설해주면 좋을 것 같다. CNC 선반 밀링, 머시닝센터, 용접 등 각 분야의 장인과 전자 전기 센서 소공인들이 카페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신제품이나 제조 공정개선 등에 관한 기술 공유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으면 고부가가치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집적지별 소공인 아이디어 제품 발굴 육성을 위한 소공인 ‘크라우드 펀딩 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면 부가가치가 높은 신제품이 발굴되어 빛을 보게 될 것이다.

그는 “정부에서 소공인 디지털 전환 정책을 환경개선, 경영관리, R&D 분야로 나누어 지속해서 현장 소공인들의 수준에 맞게 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곽의택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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