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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라디오PD→마케터로 전직···“디지털 전환 이뤄낸다면 은퇴 없는 삶 살 수 있어”

■[라이프점프×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남진 시니어 마케터

퇴직 후 긱워커 마케터로 일해

코로나19로 일거리 끊겨…서울시50플러스재단 통해 시니어 인턴십 지원

시니어 인턴십 잘 해내려면 ‘소통’ 중요해

사진=정혜선


2015년에 70세 벤이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채용돼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인턴>이 개봉해 인기를 끌었다. 7년 전엔 은퇴한 60대 시니어가 인턴으로 다시 회사에서 일한다는 자체가 아직 낯선 시대였다. 그래서 더 그 영화의 내용이 신선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7년 후인 지금은 퇴직한 중장년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새로운 일자리와 직장에서 인턴을 하는 게 더는 낯설지 않다.

올해 60대 초반인 정남진 씨는 세 번의 인턴 생활을 통해 시니어 마케터로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정 씨는 “시니어가 인턴 생활에 잘 적응하려면 오랜 기간 회사 생활을 통해 체득한 습성과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 유목민으로서 은퇴없는 삶을 꿈꾸는 정남진 씨를 만나봤다.

- 만나서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나도 만나서 반갑다(웃음). 자기소개가 늘 바뀐다. 요즘은 ‘디지털 유목민을 꿈꾸는 정남진’이라고 소개한다.”

- 하는 일이 마케터라고 들었는데, ‘디지털 유목민을 꿈꾼다’니 마케터스럽다.

“그런가. 요즘 디지털 유목인에 완전히 꽂혀있다. 한 번은 김미경 강사(아트스피치앤커뮤니케이션 대표)의 책을 읽는데, 개인도 디지털 전환을 해야 한다고 쓰여 있더라. 100% 공감하는 말이다. 개인이 자기 커리어를 쌓아가고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시니어들은 이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생 2막이 달라질 거다.”

-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사회혁신분야 IT 솔루션 전문 개발사인 트리플앤에서 마케터로서 디지털마케팅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더 자세히 말하면 회사를 홍보하고 SNS채널을 운영하는 게 주요 업무다.”

- 이 일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

“마케터 일을 오랫동안 해왔는데 항상 ‘스토리’를 중요시한다. 그 스토리는 회사의 이야기일 수 있고 회사를 세운 CEO(최고경영자)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스토리를 잘 알아야 회사와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여기서 일하면서도 CEO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서 이 회사를 창업하게 된 배경이나 목표 등 다양한 잠재 스토리를 발굴해 콘텐츠화하는 중이다.”

- 그럼 인생 1막부터 마케터로 활동한 건가.

“아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건 시사교양 라디오PD였다. 라디오는 TV와는 달리 쌍방향소통이다. (라디오는) 끊임없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므로 스토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렇게 라디오PD로 13년간 일하며 소통과 스토리텔링에 익숙해진 듯하다.”

- 라디오PD에서 마케터로 전직한건가. 전직한 계기가 궁금하다.

“1998년에 인터넷 붐이 일어났다. 그 흐름에 함께 하고 싶어 사표를 내고 창업해 본격적으로 마케터 일을 시작했다. 디지털이라는 바다에 나의 커리어를 던진 셈이다(웃음). 이 디지털분야의 장점은 나이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오직 감각과 감성만으로 승부하는 곳이므로 우리 세대도 디지털 전환을 이뤄내 자신을 단련시킨다면 인생 2막에 더 다양하고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거로 생각한다.”

사진=정혜선


- 시니어 인텁십엔 어떻게 지원하게 됐나.

“회사를 운영하다 퇴직 후 긱워커로 마케터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인해 함께 일하는 기업들 상황이 어려워져 일거리가 없어졌다. 내가 가진 역량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매칭해 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던 차에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알게 됐다. 그곳에서 ‘서울50+ 뉴딜 시니어 인턴’ 과정이 있는 것을 알게 돼 지원했다.”

- 서울50+ 뉴딜 인턴십과정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나와 같은 경험과 역량을 가진 중장년에게는 인생 2막 새로운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기업에는 시니어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제공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좋은 게 파트타임과 풀타임으로 운영돼 자신의 루틴에 맞는 유형을 선택해 지원하면 된다.”

- 시니어 인턴십에 참여해보니 어땠나.

“나는 인턴십에 세 번 참여했다. 첫 번째 인턴은 2000년도였다. 3개월간 인터넷 신문사에서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일을 했는데,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열매를 맺기엔 3개월이 짧게 느껴지더라. 작은 신문사라 재고용이 어려워 다시 새로운 곳에서 인턴생활을 시작했다. 두 번째 회사는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일을 하는 곳이었는데, 이곳에서 6개월간 일하며 사회적경제 영역에 눈을 뜨게 됐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세 번째 기업인 지금의 트리플앤에서 인턴생활을 이어갔다. 인턴 기간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일하자고 제안해 지금도 계속 근무 중이다.”

- 그럼 정규직으로 채용된 건가.

“찰스 핸디 저자의 <코끼리와 벼룩>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여기서 코끼리는 기업이고, 벼룩은 개인이다. 이 책은 평생 고용이 사라진 시대 독립적인 벼룩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벼룩으로서 내가 추구해야 하는 길에 대해 생각했을 때 재취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프로젝트로 일하는 포트폴리오의 삶을 살려 한다. 지금도 정규직이 아닌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중이다.”

- 인턴십에 참여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어려운 점이라기보다는 느낀 점이 있었다. 퇴직 후 프로젝트 단위로 일할 때는 주로 관리직들과 교류를 했다. 그렇다 보니 이전 회사 생활에서 체득된 습성이나 태도를 굳이 바꿀 필요가 없었고 필요도 못 느꼈다. 그런데 인턴십에 참여하면서 팀에 배정돼 젊은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생각이 달라지더라. 특히 마케터로서도 기성세대인 나와 젊은 친구들의 감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럼 누가 바뀌어야 하는가. 바로 나다. 기성세대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 그러고 있다.”

- 시니어들이 인턴십에 참여했을 때, 젊은 세대들과 잘 지낼 수 있는 팁을 준다면.

“소통이다. 소통을 잘해야 한다. 시니어들에게 소통을 잘하려면 SNS를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SNS를 한다면 낯선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를 추천하고 싶다. 또 한 가지 젊은 세대들이 일할 때 쓰는 업무 툴을 잘 배워야 한다.”

- 이전 경력이 시니어 인턴 생활에 큰 도움이 된 거 같은데, 어떤가.

“물론이다. 많은 도움이 됐다. 그렇지만 그 경력으로 만으론 한계가 있다. 특히 마케터는 바뀌는 트렌드를 잘 알아야 하므로 새로운 감각을 익히는 데 열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목표는 뭔가.

“몇 년 전부터 소박한 꿈을 꾸고 있다. 아주 경치 좋은 곳에 사무실을 마련해 그곳에서 인터넷망을 이용해 5~6곳의 코끼리들과 교류하며 디지털 유목민의 삶을 살고 싶다. 나는 디지털 전환을 한다면 은퇴 없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런 삶을 살려한다.”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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