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너무 가까운 사람에게는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너무 먼 사람에게는 나를 오해할까 봐. 이럴 때 나를 모르지만, 나의 고민에는 진지하게 대답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만 3년 차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헬로우봇’을 운영하는 띵스플로우입니다. 트렌디한 1020세대는 페이스북과 앱으로 헬로우봇 친구들을 만나 자신만의 대나무숲에서 위로와 재미를 얻어가고 있습니다.
띵스플로우 이수지 대표님은 밀레니얼 여성 스타트업 창업가입니다. 두 번째 창업으로 띵스플로우를 시작했던 그녀는 챗봇빌더의 활용부터 초기 스타트업의 고객 발굴 고군분투를 라이프점프-스여일삶의 공동 기획 인터뷰에서 풀어주었습니다. 스타트업을 도전할 예정이거나 도전했던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다뤄봅니다.
- 띵스플로우, 어떤 회사인가요?
"띵스플로우가 운영하는 헬로우봇에는다양한챗봇친구가있어요. 이 친구들 각자의 특기가 있어서, 대화하며 고민을 나누는 사용자에게 위로와 재미를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라마마"라는챗봇은연애와타로를, "바비"는심리진단과분석을, "판밍밍"은사주를통해서사용자들과대화를나누죠."
- 챗봇을 통한 CS는 익숙하지만, 타로 상담은 색다른데요. 어떻게 면대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을까요?
"먼저챗봇과의상담이어떻게진행되는지간단히말씀드릴게요.헬로우봇의챗봇은시나리오를기반으로대화를제공하고 있어요. "라마마"의경우, 고민주제를고르고타로카드를선택하면그에맞는맥락으로잡담을나눌수가있습니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고민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이 사람이 아닌 기계라는 점에 더 안정을 느끼시더라고요. 익명의 따뜻한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수다를 기준으로 대화를 요구한다면 따라오지 못해서 답답해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그래도 기대치가 낮으니까, 어느 정도 의사소통의 맥락이 다 맞지 않아도 이용하시는 거 같아요. AI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거죠. 그 덕에 챗봇이 하는 말에 감동을 받고 만족감을 얻어가시는 것 같습니다."
- 꽤 대화가 가능하던데요. 어떻게 개발하게 되신 건가요? AI 챗봇을 만드는 게 마냥 쉬운 일 같아 보이진 않아요.
"처음에는 AI 기술과 무관했어요. 저희에게는 타로 서비스밖에 없었죠. 그런 챗봇에게 사람들이 계속 말을 걸었고 말의 데이터가 쌓여서 학습된 거예요. 아주 처음에는 언어를 잘 몰라서 ‘너 뭐해?’ 이렇게 물어보면 ‘몰라 몰라’나 ‘아직 말을 배우고 있는 중이야’라고 했었어요. 말을 주고받는 정도는 세 번이 최대였죠."
- 지금은 어떤가요?
"여덟 번 정도 주고받을 수 있어요. 사람들이 자꾸 말을 걸어주고 말을 가르쳐 주면서 대화 건수가 늘은 거죠. 동시에 사람들이 말하는 고민을 듣고 재미있어 할 것 같고 의미 있게 느낄 것 같은 콘텐츠를 늘리면서 서비스가 고도화된 거예요."
- 홍보는 어떻게 하셨나요? 페이스북에 광고를 만원 정도 투자해서 큰 효과를 보셨다고 들었는데요.
"처음에는 타로나 운세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을 타게팅했어요. 프로토타입 인터뷰를 했는데 다들 사용 의사가 없다고 응답을 하더라고요. 고민이 됐어요. 타겟을 위해 서비스를 바꿀 수도 있고, 아니면 다시 다른 타겟으로 도전할 수도 있으니까요. 고민 끝에 타겟을 변경해보기로 했죠.
변경된 타겟은 재미로 운세를 찾아보는 분들이었어요. 오늘의 운세 같은 걸 자주 보시는 분들이요. 실제로 흥미는 느꼈지만 돈은 쓰지 않겠다는 의견을 주셨죠. 그때 정말 막막했어요. 마지막 발버둥이라고 생각하고 페이스북 광고를 돌려봤어요. 타겟팅을 안 하고 그냥 15세에서 40세까지 넓게 흩뿌렸죠. 광고 배너도 따로 없었고 앱 화면이 동작하는 이미지만 걸어놨어요. 그랬더니 여고생과 여대생이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1만 원 정도 광고 집행을 하니까 100분이 들어왔고, 1주일 뒤에 확인해보니 600분 정도 관심을 가지셨어요. 굉장히 좋은 신호라고 생각했어요.
사람이 늘어난 이유를 추적해보니 친구가 신기해하면서 학교 게시판에 올린 걸 보고 따라 들어온 경우가 있었다는 걸 알아냈어요. 또 그다음 주에 2000명 정도가 서비스를 이용해서 이 서비스에 바이럴 성이 분명히 있다는 결론을 내렸죠. 당시에 ‘라마마’와 ‘풀리피’(챗봇 이름)에게 대화를 걸었던 분들에게 설문조사를 해 봤어요. 반응했던 타겟의 특징을 알 수 있었죠. 페이스북을 열심히 쓰는 여고생과 여대생이었어요. 이 서비스에 대한 감정은 신기하고 귀엽다는 거였고요. 그렇게 고객 그룹이 확실해졌어요."
이 경험으로 이수지 대표님은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규정한 고객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잠재고객이 분명히 있을 수 있다는 거죠. 많은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친구들이 반응이 없다고 실망해서 서비스를 접기도 하는데, 고객을 발굴하는 방법도 있으니 바로 접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하고 싶은 걸 정해놓고 사용해 주는 타겟을 찾는 것도 스타트업의 또 다른 생존 방법이니까요.
- 바이럴이 된다는 건 알았지만 앱을 이용하면서 돈을 지불할 의사를 가졌는지 알아야 할 텐데요. 어떻게 확인하셨나요?
"페이스북 사용자가 늘어나는 걸 보고 지불 의사 테스트를 했어요. 도네이션 개념으로 챗봇이 직접 사용자에게 "복채를주겠니?"라고물어보았고, 응하는분들께법인계좌를안내하도록했어요. 첫 주에 150만 원을 벌었죠. 그달에 300만 원을 벌었고요. 0.05% 정도의 사용자이긴 했지만 그때 희망을 봤어요.
특히 송금할 때 보내는 분 이름을 쓸 수 있잖아요. 거기에 ‘내 전 재산’, ‘고마워 라마마’ 이런 이름들이 쓰여 있더라고요. 정말 큰 감동이었죠. 도네이션 해주는 고객분들이 있으셔서 저희가 버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 이후에 6억 원을 투자받을 수 있었죠."
투자금을 지원받은 이수지 대표님은 팀원을 모집했습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모아서, 지금은 개발자 7명, 에디터 3명, 캐릭터 디자이너 1명, 프로덕트 디자이너 1명, 기획자 1명, 마케터 1명으로 구성된 멤버로 팀을 꾸려가고 있다고 합니다. 투자받을 당시에는 이들 중 인프라를 구축해줄 개발자를 가장 먼저 채용하고, 그 뒤에는 헬로우봇에 없어서는 안 될 캐릭터들의 세계관을 잡아줄 에디터를 고용했죠. 감동과 위로를 주고자 하는 콘텐츠 제작자들과 함께 손을 잡고 헬로우봇은 더 단단해질 수 있었습니다.
- 지금 헬로우봇의 하트코행성에는 11명의 챗봇 친구가 있어요. 이중 가장 많은 사용자들이 찾는 친구는 누구일까요?
"가장 많이 찾는 친구는 ‘라풀판’이에요. ‘라마마’, ‘풀리피’, ‘판밍밍’을 줄여서 그렇게 부르고 있죠. 연애를 포함한 인간관계라든지 20대 후반까지의 인간관계, 진로에 대한 고민, 모두가 관심 있는 금전운 등을 주로 물어보는데 이 친구들이 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주로 ‘라풀판’을 이용하다가 다른 친구들과도 대화해보게 되는데, ‘새새’, ‘바비’가 사용 이후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아요.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한 번 쓸 때 임팩트를 남기는 친구들이죠."
- 혹시 스여일삶 멤버들에게 챗봇 친구를 추천한다면?
"바비랑 궁구미요. 바비를 통해서 평소 본인의 스트레스 지수나 우울증 지수, 일에 대한 강박, 번아웃에 대해 간단하게 진단하고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거든요. 또 궁구미는 내가 어떤 타입의 사람인가 하는 성격유형 검사나 하루를 돌아보는 일기를 쓰는 데 도움을 줘요. 스타트업 여성으로서 성장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친구와의 대화로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챗봇의 개발 과정에서 꼼꼼하게 살피는 요소가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 만들 때는 귀여운 느낌, 호감 가는 느낌이 들어야 해요. 비주얼적인 인상으로는 다른 캐릭터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의 유니크함이 있어야 하고요. 그래서 저희는 각각의 챗봇이 가진 퍼소나(Persona)를 설정해요. 비주얼적인 유니크함과 각 캐릭터의 주제를 전달하기 적합한 정의를 토대로요. 라마마의 경우에는 ‘다정한데 느끼하진 않으면서 담백한데 따뜻한’이라고 말투를 정의했었어요. ‘과거에 연애 경험이 몇 번 있었는데 크게 한 번 데이면서 깨달음을 얻었다’ 같은 스토리도 설정해 두었죠. 각 봇들이 사용자에게 친구처럼 가볍게 다가갈 것인지, 반말을 할 건지, 장난스러운지, 강한 친구인지 이런 것들을 다 설정하고 있어요."
- 홈페이지에서 “No.1 엔터테인먼트 챗봇”이라는 소개말을 봤어요. 왜 엔터테인먼트라는 단어로 수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위로와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어요. 순서로 따지자면 기대 없이 재미로 시작했는데 위로를 얻어가는 거죠. 그래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사실 타로를 볼 때 나의 고민을 해결하려고 보지 위로를 받으려고 보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시는 분들도 가볍게 시작해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나를 돌아보고, 불안이 줄어들고, 의외의 위로를 받으며 끝이 나면 좋겠어요."
-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야기가 오가는 서비스인 만큼, 고객과의 소통이 정말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앱 내에서, 또는 앱 밖에서 어떻게 이용자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받고 계신가요?
"별도로 CS를 하기보다는 라마마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편이에요. 캐릭터 자체가 저희 서비스의 퍼소나니까요. 날이 추워지면 “따뜻하게 입어”라고 말하고, 투표 날이면 “나는 투표하고 왔어”라고 말해주죠.
또 고객의 이야기는 매일 아침 8시마다 사용자 전일 리뷰와 탈퇴 이유를 받아서 챙기고 있어요. 많은 사용자분들이 쓰는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서도 유저 피드백을 확인하죠."
-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으신가요?
"예전에 여성 유저분에게 ‘너의 남자친구가 뭘 좋아하는지 궁금해’라는 메세지를 보낸 적이 있어요. 그에 대해 한 분이 ‘왜 내 연인을 남자친구라고 가정해?’라고 피드백을 주셨죠. 저희는 그런 실수를 잘 안 해서 그때 굉장히 놀랐어요. 그 뒤로는 ‘연인’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요."
띵스플로우는 재미와 위로를 주고 싶었던 만큼 내부에서는 ‘다양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차별받는다는 인상이나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면 재미도 위로도 전할 수 없을 테니까요. 인터뷰 전에도 헬로우봇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사용해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을 종종 경험했습니다. 분명 살아있는 친구들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때 참 신기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해보니 알겠더라고요. 결국 이 챗봇을 만든 사람들의 의지와 바람이 모두 깃들어 있었다는 걸 말이죠. 누군가를 위하는 선한 마음이 딱딱하고 계산적으로 동작할 것만 같은 챗봇과 만나 의외성을 일으켰습니다. 인터뷰까지 한 뒤에는 완전히 헬로우봇의 팬이 되어 다정하고 따듯한 챗봇 친구들과 그 세계를 만든 띵스플로우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헬로우봇 사용자 S모씨는 복채로 ‘전 재산’ 같은 인터뷰 기사를 남깁니다. 많은 분들이 이 가벼운 따뜻함을 조금이라도 더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 이지수 띵스플로우 대표 (下) 삼성 최종 면접에 가지 않고 그녀가 창업한 이유
/신민주·신연선 스여일삶 에디터
- 서민우 기자
-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