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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퇴직자들이 사당역 10번 출구를 찾는 이유는

은행이 퇴직자들을 위해 만든 보금자리 ‘KB경력컨설팅센터’
자기주도적 인생 후반을 위해선 재직 중 기회를 포착해야

  • 박해욱 기자
  • 2020-07-27 14:36:28
2호선 사당역 10번 출구에서 1분쯤 걸어가면 왼편으로 국민은행 사당동 지점이 나온다. 이 건물 3층에는 금융권 유일한 공간이 있다. KB경력컨설팅센터다. 은행을 퇴직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국민은행이 마련한 보금자리다. 퇴직자들은 이곳을 자신만의 사무실로 활용하거나 매월 열리는 특강을 들으며 인생 2모작을 준비한다.

퇴직하면 흔히 5가지가 사라진다는 말이 있다. 갈 곳이 없고 만나야 할 사람이 사라진다. 또 현금흐름이 끊기고 본인을 찾는 연락이 두절 된다. 그렇게 삶의 목적지가 실종된다. 공백의 연속 속에서 퇴직자들은 방황하기 마련이다.

여기까지는 통념이다. 통념은 어느 지점에서는 깨지기 마련이고 그때 새로운 깨달음이 찾아온다. KB경력컨설팅센터를 맡고 있는 최시영 센터장이 그랬다. 그를 만나 선배 퇴직자로서의 경험, 그리고 이 공간만이 지닌 의미 등을 물어봤다.

국민은행 퇴직자들이 사당역 10번 출구를 찾는 이유는
최시영 KB경력컨설팅센터장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자기소개 부탁 드린다.

“더운 날 먼 길 찾아와줘서 고맙다. 국민은행이 퇴직자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경력컨설팅센터를 맡고 있다.”

-은행은 언제 나오셨나.

“2017년 은행이 진행한 명예퇴직 프로그램을 통해 은행을 나왔다. 통상적으로 은행의 경우 임금피크에 들어가면 해당 인력을 후선 배치한다. 이렇게 표현하면 그렇지만 쉽게 말해 ‘나가줬으면 좋겠다’란 신호지. (웃음) 1988년 입행했으니 약 30년을 은행원으로 근무했다.”

-재취업을 한 케이스인데 과정은 어땠는지.

“퇴직 후 몇몇 대학에서 재무와 투자론을 강의했는데 강의준비 하면서 이 공간을 드나들었다. 경력컨설팅센터장은 1년 단위로 바뀌는데 1대 센터장이 어느 날 후임 제의를 해 와서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다.”

-퇴직 후 일자리 연장이 순탄히 이뤄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은행을 나오고 나서 얼마 동안은 소위 방황 같은 것도 했다. 퇴직 후 일거리 삼아서 동네 도서관을 다녔는데 연령이 비슷한 사람들을 보면 유난히 나랑 비슷한 처지처럼 느껴졌다. 그때부터 그 분위기가 유독 불편했다. 그래서 도서관 가는 것을 멈추고 이 공간을 자주 찾았다.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센터장님도 퇴직 초기 소위 방황이란 것을 한 거네. 어떻게 극복했나.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도 정작 본인은 퇴직 후 자신의 모습에서 초라함을 느끼는 것이 퇴직자들이 흔히 겪는 감정이다. 갈 곳도 없고 오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밖에 나가면 왠지 사람들이 나를 일자리가 없는 사람으로 보는 것만 같고. 그렇게 방황 같은 걸 하게 되는 건데. 이 공간을 드나들면서 그런 감정들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경력컨설팅센터는 퇴직자들에게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이 공간만의 특징이 있다면.

“이 공간은 2016년 11월에 문을 열었다. 국내 많은 기업들이 퇴직자 지원을 위해 경력컨설팅센터(CCC·Career Consulting Center)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 CCC의 특징은 재직자 중심의 퇴직교육을 수행하는 일반적 CCC와 달리 퇴직자 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 퇴직자들은 이곳에서 △커리어 컨설팅 △소호창업상담 △전직 및 은퇴노후 관련 정보제공 △특별강연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국민은행 퇴직자들이 사당역 10번 출구를 찾는 이유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더 활성화 돼 있다고 하던데.

“사당역이 나름 교통요지여서 퇴직자들이 많이 찾는다 해도 현장이 이곳밖에 없으니까 온라인 공간에서 더 많은 정보교류나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 네이버 카페 가입자가 약 2,840명인데 2016년에 개설된 것을 감안하면 회원 숫자가 많은 편이다. 각종 퇴직 관련 정보와 전직지원 뉴스레터를 제작해 제공하고 있다. 혹시 라이프점프 콘텐츠를 카페 회원들에게 공유할 수 있을까. 비용을 드리긴 어려운데...”

-물론이다. 출처만 밝혀주신다면 어떤 콘텐츠든 활용하셔도 좋다.

“오, 감사하다.”

-퇴직자들을 만나는 것이 일이 된 셈인데 은행 퇴직자들은 주로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나.

“사람마다 관심사는 다르다. 그런데 최근 동향을 보면 외부강의를 통해 소득원을 만들고자 하는 수요가 많은 편이다. 이 수요를 맞추기 위해 콘텐츠 개발이나 강연 테크닉 학습 등을 포함한 명강사 양성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로 진행시기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은 어떤 산업분야에 비해 구조조정이 활발히 진행되는 분야다. 퇴직을 앞둔 이들에게 선배 퇴직자로서 조언을 한다면.

“자기주도적인 인생 2모작을 위해선 재직 중 기회를 포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IT 전문인력으로 오래 근무했다. 언젠가, 일자리를 오래 지키기 위해선 나의 쓰임새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겠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IT 쪽이 아닌 뱅커로서 은행업무를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이후 지점에서 뱅킹 업무를 맡았다.

이것만으로는 모자란 생각이 들어서 재직시절 틈틈이 학업을 이어갔다. 9년 만에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이를 바탕으로 퇴직 후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도 지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언젠가는 퇴직을 해야 하잖나. 그때를 대비해서 기회가 될 때 자기게발을 해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국민은행 퇴직자들이 사당역 10번 출구를 찾는 이유는
KB경력컨설팅센터에서는 매달 특강과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해당 프로그램이 잠시 중단돼 있다. /사진=박해욱 기자

-센터장 자리가 1년 임기라고 하셨는데 그 이후는 어떤 것을 대비하고 있나.

“직업상담사, 전기기사 등 몇몇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다. 일자리 연장을 위한 것이지.(웃음)”

-꼭 원하시는 바 이루시길 응원하겠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바람이 있다면 이 공간이 독립된 다른 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경력컨설팅센터가 입주해 있는 이곳은 은행 자가건물이라 은행이 문을 열지 않는 늦은 오후나 주말에는 이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좋은 공간을 그 시간대에는 쓸 수 없다는 것은 정말 아쉽다.”
/박해욱기자 spooky@lifejump.co.kr

박해욱 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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