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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상대를 한 번 비판했다면 칭찬은 네 번 이상 하라

■부정성 편향

존 티어니·로이 F. 바우마이스터 지음, 에코리브르 펴냄

인간의 뇌, 부정적 표현에 더 민감

나쁜 것 한 개 사라지게 하려면

좋은 것 네 개 이상 접해야 상쇄

직장 내 '썩은 사과'·악플 대응 중요

미디어서도 '두려움 장사꾼' 경계를


스마트폰에 속보 알림이 뜬다. 각종 범죄와 정치 갈등 등 어두운 소식만 가득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 수천 명이 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민주주의를 조롱하는 모습이 첫머리에 뜬다. 스크롤을 내리면 전날 국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 수를 알리는 기사가 기다리고 있다. ‘많이 본 뉴스’ 목록에도 어두운 뉴스들이 항상 상위권이다. 부정적인 문제들을 끄집어 내는 기사들이 뉴스 가치가 크다고 받아들이는 게 자연스럽다.

과학 저널리스트 존 티어니와 사회심리학자 로이 F. 바우마이스터는 신간 ‘부정성 편향’에서 인간이 이처럼 부정적 소식에 더 많이 반응하는 심리를 설명한다. 이들은 우리의 뇌가 생존을 위해 부정성에 초점을 맞추도록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책은 인간이 행복한 얼굴보다는 슬프거나 화난 얼굴에, 좋은 정보보다는 나쁜 정보에, 긍정적 단어보다 부정적 단어에 자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인다는 뇌 발달 연구 실험 결과를 근거로 제시한다.

저자는 부정성 효과의 힘에 대해 “나쁜 것 한 개가 사라지려면 의식적으로 네 개 이상의 좋은 것을 접해야 할 정도”라며 이를 ‘4의 법칙’으로 표현한다. 부정성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것은 직관보다 합리적 근거에 기반한 판단이다. 부정성에 잘 반응한다는 사실을 잊은 채 직관에 의존하다가 가족이나 조직이 불화에 휩싸이고 구직자들이 면접을 망치는 일이 허다하다.

부정성 편향에 휘둘리지 않는 자세는 때로 높은 성과를 가져다 주곤 한다. 한 미식축구 팀의 예를 보자. 미식축구에서는 네 번 안에 공을 들고 10야드 이상 전진해야 공격권을 유지하는데, 세 번 진행 후 공격권을 유지할 자신이 없을 땐 킥을 통해 공을 멀리 차버리거나 3점짜리 필드골을 노린다. 그런데 한 고등학교 미식축구팀은 킥 금지 규칙을 만들어서 필드 어디에 있든 무조건 전진하도록 했다. 실패를 겁내기보다 긍정의 가능성을 중시한 것이다. 이 팀은 주 챔피언십에서 7회 우승했고 규칙을 만든 감독은 올해의 미식축구 감독상을 탔다.

미 프로풋볼리그(NFL) 경기의 한 장면. 이 책에서 저자는 합리적 분석을 토대로 부정성 편향에 휩쓸리지 않은 미식축구 팀의 성공사례를 제시한다. /AP연합뉴스

이처럼 부정성 편향을 자각하면 실생활에서 지혜롭게 대처하는 능력이 생긴다. 책은 일상에서 ‘4의 법칙’을 활용해 편향을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연인·가족 사이엔 의심이나 통제처럼 상대방이 싫어할 행동을 삼가고, 직장에선 부정적 정서로 물을 흐리는 ‘썩은 사과’를 세심하게 골라내야 한다. 사업·상품에 대한 악플이 달렸다면 신속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부정성에 대한 편향을 줄이려다가 맹목적인 긍정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들만 하다. 저자들은 부정성에 휩쓸리지 않되 그 힘을 잘 쓸 것을 당부한다. 이를 위해선 건설적 비판, 확실한 보상·처벌 체계가 필요하다. 비판에 앞서 먼저 상대방의 생각을 들어보고, 비판 뒤에는 칭찬을 동반하거나 미래지향적 방향으로 이야기를 돌려야 한다. 책은 뉴욕 공립학교와 식품회사 프리토레이가 각각 보상과 처벌의 체계를 확실히 구축해 직원과 학생들의 수행능력을 향상시킨 사례를 통해 부정성의 힘을 역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제시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대선 결과 인증 반대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백인의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문제를 중국, 이민자 등 가상의 적으로 돌려 정권까지 획득했다. 트럼프가 자극한 분노에 휩쓸린 미국은 4년간 엄청난 혼란에 봉착해 있다. /AP연합뉴스

저자들이 이 책을 통해 본질적으로 비판하고자 한 것은 위기감을 부추긴 후 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세태다. 저자들은 정치인, 대중매체, 전문가 등 이른바 ‘두려움 장사꾼’이 사람들의 두려움을 자극해서 진짜 사회적 위기를 만들어내는 ‘위기의 위기’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종의 자기실현적 예언이다. 이런 ‘위기의 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나쁜 뉴스의 섭취를 의식적으로 줄일 것을 저자들은 권한다. 일종의 뉴스 다이어트다. 선동가들이 근거 없는 주장을 시작하면 채널을 바꾸고, 부정적인 포스팅만 하는 사람의 소셜 미디어는 팔로우를 취소하는 것만으로도 부정성에 잠식되는 일을 줄일 수 있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여전히 긍정의 힘을 믿기 힘들 수도 있다. 이런 독자들에게 책은 “미래는 당신이 들은 것만큼 암울하지 않다”며 긍정성이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말라고 곳곳에서 당부한다. 물론 우리가 부정적 소식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나쁜 일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성범죄와 기후 변화, 소득 불평등 등의 문제는 단순한 두려움 장사꾼들의 확대 해석이라 넘어가기엔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세상의 긍정과 부정을 판단하고 균형감각을 키운 ‘합리적 개인’이 희망이라고 이 책은 말하는 듯하다. 2만1,000원.

/박준호기자 violator@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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