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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복합공간 ‘마실’로 놀러와”···오카리나 강의하다 코로나19 직격탄, 공간 창업으로 활로 찾다

[라이프점프 5060 창업 기획] 김명희 마실 대표,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점프업5060 2020년도 우수창업팀에 선정

창업 두려움 있었으나 체계적인 교육 통해 극복, 지금은 공간 활용에 대한 기대감 커

“시니어 창업은 성공보다는 죽기전 해보고 싶은 일 하는데 의의를 둬야”


신중년들이 은퇴 후 제2의 직업으로 창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신규 사업자 중 50대가 34만9,895명으로 전체의 25.5%를 차지했다. 창업자 4명 중 1명은 50대인 셈이다. 60대 신규 사업자 역시 전년보다 늘어나 10%를 넘어섰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라이프점프가 예비 시니어 신규 창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고자,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함께 지원하는 도시재생 창업지원 프로젝트 ‘점프업(JUMP-UP) 5060’의 2020년 우수창업팀에 선정된 세 팀을 만났다. 첫 번째 주인공은 김명희 마실 대표다.



1회 김명희 마실 대표

2회 서명중 심쿡 대표

3회 이선진 어니스트푸드아카데미 대표



회사를 그만두고 배운 오카리나가 인생 2막의 직업이 된 김명희 대표/사진=정혜선


“마실 다녀올게.” 어릴 적 이웃에 사는 친구분에 놀러 갈 때 엄마가 항상 하는 말이었다. 그래서인지 ‘마실’이란 단어에 추억과 함께 친숙함을 가지고 있다. 점프업5060 우수창업팀에 선정된 13팀 중 마실이 눈에 띈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어느날 김명희 마실 대표님을 만나기 위해 서울 은평구 응암3동으로 가는 발걸음도 마치 마실가듯 가벼웠다. 복합문화공간 입구에 주황색 간판에 마실이란 글씨가 크게 쓰여있어 눈에 띄었다. 입구를 내려가다 보면 “친구야, 마실가자”란 문구가 보인다. 이곳에서 만난 김명희 대표는 마실이 은평구 응암3동의 문화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했다.

- 오늘 ‘마실’ 온 기분으로 왔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저는 ‘마실’이란 공간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김명희라고 한다. 올해 딱 60갑자를 돌았다(웃음).”

- 2020년도 점프업5060 우수창업팀에 선정됐다. 소감이 궁금하다.

“지난해는 참 절실한 한 해였는데, 그 절실함이 사업계획서에 녹여졌는지 우수창업팀에 선정이 돼 기뻤다.”

- 지난해 절실했다고 했는데, 코로나19탓이 큰가.

“맞다. 나는 오카리나 강사로, 그동안 주로 프리랜서로 활동해 창업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공기관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관의 오카리나 강의가 열리지 않았다. 그때 주변을 보니 자기 공간이 있는 분들은 소규모 강의를 진행하더라.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도 오카리나 강의를 했던 터라 점프업5060 1기 모집 때도 알았는데, 그땐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절실해지니 2기 모집 공고가 눈에 들어오더라.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에 지원하게 된 거다.”

- 점프업5060의 교육과정은 어떻게 되나.

“교육을 6개월가량 받는다. 1기 때는 오프라인으로 교육을 받았는데, 2기 때는 코로나19로 하루 4시간 온라인교육을 받았다. 사실 창업교육이라는 게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 간의 정보 교환이나 네트워킹이 중요한데 온라인으로 교육을 하다 보니 그게 잘 안돼 아쉬웠다. 그래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차질없이 교육을 진행해주려 애써준 분들이 있어 감사했다. 점프업 교육은 창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육이라 다른 일은 다 내려놓고 점프업에 집중해 강의를 들었다.”

- 창업에 가장 도움이 된 강의가 있다면.

“사업계획서를 쓰는 강의다. 창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다 보니 사업계획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랐다. 강의를 들으면서 사업계획서에 담아내야 하는 게 무엇인지 확실히 배웠다. 세무교육도 유익했다.”

김명희 대표는 서울 은평구 응암3동에 복합문화공간 ‘마실’을 열었다./사진=정혜선


- ‘마실’로 우수창업팀에 선정이 됐는데, 마실이 어떤 곳인지 소개해 달라.

“마실은 복합문화공간이다. 처음에는 작은 공간을 생각했다. 제가 오카리나 연습실로 쓰고 소규모 동아리들이 공간을 빌려서 쓸 수 있는 정도로 계획했는데, 진행하다 보니 공간이 커져 지금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 너무 잘 꾸며져서 활용도가 높을 것 같다.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막상 큰 공간을 얻고 나니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이름에 맞게 다양한 문화를 이곳에 담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가 잘 이끌 수 있을지 부담도 크다. 다행인 점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활동하면서 문화예술쪽 분들과 네트워킹이 있어 큰 힘이 되고 있다. 이 네트워킹을 이용해 지인 찬스도 쓰려고 한다(웃음).”

- 문화복합공간 위치를 서울시 은평구로 정한 이유가 있나.

“점프업5060의 취지가 신중년 도시재생창업인데, 서울시 은평구 응암3동이 도시재생지역이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새로 많이 지어졌지만, 응암3동은 여전히 문화공간이 부족하다. 이곳에 마실을 연다면 누구나 쉽게 올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어 이 지역을 활기차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여기를 선택하게 됐다.”

- 인터뷰를 시작하면서부터 마실이란 사명에 관해 묻고 싶었다.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이름이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이름을 많이 고민했는데 ‘마실’을 듣는 순간 딱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머님들이 친구 집에 놀러 갈 때 ‘마실간다’고 하지 않나. 그런 마음으로 마실에 많이 놀러 오면 좋겠다.”

- 사무실 입구에 있는 주황색 간판이 눈에 띄긴 하지만, 이 공간이 많이 알려져야 찾아 올 것 같은데 어떤가.

“은평구평생학습관 우리동네배움터가 있는데, 여기에 지원해 우리동네배움터로 선정됐다. 이곳에서 오카리나를 가르치다보면 이곳 사람들에게 저희 공간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6월부터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 이곳이 정확히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하다.

“오카리나 강연을 주로 하고, 음악회 등 문화 공연도 진행할 예정이다. 대관도 가능하다. 현재 연극 등 동아리하는 분들이 연습할 공간이 없어서 대관에 대한 문의가 많다.”

- 하던 일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인생 2막에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창업 아이템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본인이 가진 콘텐츠 안에서 창업 아이템을 찾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점프업5060 교육받을 때 보니까 실제로 그런 추세이기도 하더라. 도서관 사서를 했던 분은 경력을 살려 책방을 창업하는 식이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경력을 살려 창업을 한다기보다 여기에는 꿈이 담겨있더라.”

- 시니어 창업자들의 창업 아이템에는 꿈이 있다는 건가.

“그렇다. 청년 창업자는 성공이 목적이고, 창업해 당장 수익을 내야 먹고살지만, 시니어들은 사실 그렇지 않다. 창업이 주생활이라기보다 그동안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일을 하려고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더라. 여기에는 젊은 시절의 꿈이 담겨있다. 그래서 시니어 창업은 젊었을 때처럼 ‘성공’을 목적에 두지 않고 느슨하게 접근하면 좋을 거 같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었던 것을 꼭 해본다는 마음가짐으로 말이다.”

- 창업을 준비할 때 중요한 점이 있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동기다. 내가 창업을 왜 하려고 하는지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한 번씩 돌아볼 필요가 있더라. 창업을 준비하다보면 동기나 의지가 흐려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동기를 다시 생각해보고 초심을 다져야 한다.”

- 창업에 ‘용기’도 필요할 듯한데 어떤가.

“맞다. 특히 저처럼 창업 경험이 없는 분들은 특히 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분들은 저처럼 점프업5060 등 정부에서 지원하는 창업프로그램에 지원해 교육을 먼저 받아 볼 것을 권하고 싶다. 그 교육을 통해 용기를 얻을 수 있고 창업하려는 시장에 대한 공부도 할 수 있어 덜 무모한 도전이 된다.”

김명희 대표가 오카리나를 가르치는 모습/사진=정헤선


- 오카리나 강사 생활을 오래 했나.

“아니다. 결혼하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를 10년 동안 했다. 둘째가 유치원에 들어갔을 때 다시 일을 시작했다. 경력단절 기간이 길어 재취업이 될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연락 온 곳이 많았다. 그때 아직 내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7년 정도 회사 생활을 하고 일이 스트레스가 많아 50살에 일을 그만뒀다. 그때가 아니면 못 그만둘 거 같아 눈 딱 감고 사표 낸 뒤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3~4년 정도 다녔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해 항상 아쉬움이 남아 있어서 악기를 배우기로 했다. 그게 오카리나였다.”

- 오카리나를 배워 강사를 하려면 어느 정도 배워야 하나.

“취미로 시작한 오카리나를 제가 생각해도 4년간 열심히 배웠다.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가르쳐 달라는 의뢰가 들어오더라. 오카리나를 배우면서도 즐거웠는데 가르치니까 더 즐겁더라. 배우는 분들도 잘 가르친다고 평가해줘서 자격증을 취득해 강사를 시작했다. 그때 서울시50플러스의 열린강의로 처음 강연을 시작했다. 정원이 20명이었는데 반응이 좋아 정규강좌가 됐다. 그러면서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마다 강의가 열려 활발하게 활동했다. 인생 두 번째 직업으로 어릴 때의 꿈을 이뤄서 정말 너무 행복하다.”

- 창업 준비 기간은 얼마나 되나.

“지난해 7월 공고가 났고 지원 후 8월부터 교육을 받았다. 지난 4월 말에 사업이 마무리됐으니 1년이 조금 안 걸렸다. 43명이 지원해 13명만 창업에 성공했다. 그만큼 창업이 쉽지 않다.”

- 마실을 통해 기대하는 게 있다면.

“이 동네분들이 ‘오늘 마실에서 모이자’는 말을 입버릇처럼 말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좀 잠잠해지면 여름 저녁 ‘밤마실 영화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싶다. 빔 프로젝트가 있어 동네 분들 모시고 재미있는 영화 한 편 감상하는 그런 시간을 가지면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정혜선 기자 doer0125@lifejump.co.kr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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