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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인내심의 한계에서 불확실성으로 마무리되는 한해

박상우 유안타증권 금융센터서초본부점 지점장

박상우 유안타증권 금융센터서초본부점 지점장


지난 12월 15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한 해 일관되게 견지해온 인플레이션에 대한 판단과 대응에서 ‘인내’의 한계를 드러냈다. 11월에 예고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의 속도는 두 배로 높이고 이와는 별개로 상당 기간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완전히 바꿨다. 내년에 첫 금리 인상의 가능성은 더욱 분명해졌고 가능한 인상의 횟수도 더욱 많아졌다. 게다가 조금 더 적극적인 영국중앙은행은 0.25%로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조금 더 조심스러운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 완화 프로그램을 곧 중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무엇이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내게 했을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미 2018년 내 진행된 네 차례의 금리 인상 시기에 그가 이끄는 통화정책 결정의 경로를 명확히 보여준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속적인 견제와 여론의 공세에도 아랑곳없이 데이터와 증거에 기반해 인내심 있게 상황을 견지했고 심지어 그해 12월까지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를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그러나 2019년 초 자산 시장이 조정을 받고 데이터와 증거에서 변화를 보이자 1월 전격적인 금리 인하로 스탠스를 바꾼다.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던 것이다.

10월 29일 고용 비용 증가는 1.3%를 기록한다. 올 한 해 인플레이션이 이슈가 되는 와중에도 직전 월에 0.7%, 컨센서스 0.7%의 두 배 가까운 급증은 파월이 인내의 한계를 드러내는 단초가 됐다. 결정적으로 11월 10일 발표된 CPI는 6.3%를 기록하며 파월의 인내에 말뚝을 박았다. 약 2주 전 파월은 결국 일시적 인플레이션 관점을 포기하며 소위 매파적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을 예고했다. 여론과 압력에 맞서 강직하게, 그리고 인내심 있게 정책을 유지하지만 고용과 물가라는 중요한 데이터에서 변화의 증거를 확인하자 예전에도 그랬듯이 전격적인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사실 시장은 컨센서스가 있다. 여기서 얼마나 벗어났는지에 따라 서프라이즈와 안도·실망이 시시각각 반영된다. 연준의 전격적인 변신에도 많은 참여자들이 11월 중순부터 보여준 연준의 시각 변화,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물가지수 등에 어느 정도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예상했고 이미 변동성이 커지던 시장에서는 일시적인 안도 랠리가 관찰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발생이 다시금 시장을 불확실성에 빠뜨리며 방정식은 복잡 미묘해졌다. 다양한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이동과 접촉을 다시 걸어잠그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진입할 때 공격적 통화 확장 정책은 경기의 하방 압력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분명한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여기서 파생된 재화 소비의 급증, 공급망 장애는 병목현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즉 전염병이 다시 창궐해 경기가 위축되면 각국의 중앙은행은 다시 완화적 통화정책을 진행해 자산 시장을 지지할 것이라는 단순한 방정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미크론은 공급망 장애가 정상으로 복귀하는 것을 또 지연시킬 수 있고 이것은 인플레이션을 또다시 가속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복병인 셈이다.

파월은 지난 수요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변이 바이러스 영향에 대한 질문에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 예측을 할 수 없다는 방증이다. 즉 인내심의 한계에서 마주한 오미크론의 불확실성은 더욱더 시계를 어둡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박상우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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