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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엔 수목 관리 전문가···민간자격증 등록도 마쳐"

[라이프점프×이정원의 창직 탐구_14편] 김병모 아보리스트

수목 관리 전문가인 ‘아보리스트’

나무에 올라 개별 수목의 전정, 병해 충목 제거 등의 일해


긱 경제시대, 이제는 중장년 재능을 활용한 창직이 떠오르고 있다. 창직은 그동안 쌓아온 경력, 지식, 노하우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세상에 맞게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활동이다. 중장년이 오랫동안 켜켜이 쌓아온 재능은 국가의 기술 자산이자 콘텐츠의 보고와 다름없다. 하지만 인생이모작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고귀한 재능은 쓸모없이 사장되거나 잊혀져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생애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점차 자신의 기술과 노하우 재능을 살려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중장년이 늘어가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창직사례자를 통해 인생2막을 직접 설계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통찰의 기회를 가져보자.

이미지=최정문


김병모 씨는 CF 감독이었다. 그 이전에는 1975년 암벽등반에 입문해 설악산 귀면암 암벽등반 코스를 개척했고, 유럽 알프스 3대 북벽(아이거 북벽, 마터호른 북벽, 그랑드조라스 북벽)을 등반한 산악인이었다. 그 후 CF 감독으로 활동하던 2000년 미국 출장길에 들른 사우스캐롤라이나 숲에서 아보리스트들이 나무를 타고 작업하는 광경을 보게 됐다. 그 모습에 매력을 느낀 그는 현지에서 아보리스트 기술을 연수받았다. 그러나 현실적인 생계 문제로 아보리스트에 대한 꿈은 접고 CF 감독 일을 계속해나갔다. 그러다 2006년 광고 회사를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자연스럽게 아보리스트로 전향하는 계기가 됐다. 김 씨는 미국에서 배운 아보리스트 기술을 활용해 수목을 관리하거나 임업 작업을 위해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에게 안전교육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말로 수목 관리 전문가라고 하는 아보리스트는 높이 15m이상인 수목에 올라 전정, 병해충목 관리, 위험 수목 제거, 종자 채취 등 개별 수목의 관리를 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주로 하는 일은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보호수나 문화재 복원용 고품질의 목재를 생산하는 수목 관리이지만, 최근 들어 휴양 및 산림 레포츠에서 나무 오르기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면서 점차 직무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아보리스트는 현재 ISA(International Society Arboriculture)라는 세계적 조직으로 구성돼 지구촌 동료들과 경연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인간과 자연환경의 공생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사진=이정원


◇ 관심사에 시대변화 입혀 창직한 대표 사례

김병모 씨가 아보리스트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것은 관련 지식을 다양하게 쌓은 것이었다. 세계적인 등반 기술을 습득하고, 다양한 수목의 생물학적 특성과 수목의 생체역학적 구조, 산림 생태계의 이론을 공부했다.

또한, 적절한 등반 기술과 로프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했고, 그 기술을 실행할 수 있는 수목의 보호장치 장비도 개발해 몇 개의 특허도 등록했다. 실제적인 아보리스트 활동을 위해 로프를 이용해 나무에 상처를 내지 않고 오르는 요령, 조림 지역의 피해목과 유해목의 정밀 벌채, 우수 산림 유전자원 채취를 위한 기술을 체득했고, 이를 활용해 나갔다. 그의 활동이 알려지자 수목의 생명을 지키면서 나무 타는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교육생들이 모여들었다. 또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등 수목 관리와 관련한 업무 제안도 들어오면서 아보리스트로서 자리를 잡아갔다. 그는 현재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노거수 관리는 물론, 1960년대 후반부터 조림한 인공림관리, 휴양림과 가로수 등 다양한 수목을 관리한다.

아보리스트협회를 만들어 아보리스트와 트리클라이머 민간자격증 등록도 마쳤다. 최근에는 로프 기술을 레저에 적용하기도 했다. 그는 살림 레포츠 로프 시설 설치 및 산림 레크리에이션 체험활동 등의 영역으로까지 아보리스트의 활동 범위를 넓히며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사진=이정원


수목 관리 전문가는 로프를 이용해 나무에 상처를 내지 않고 올라가 수목을 관리한다. 전문성을 지닌 직업이지만 아직까지 수목 관리 전문가와 아보리스트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족한 편이다. 관련 기관 종사자들조차 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보리스트의 저변 확대를 위한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산림을 관리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면서 수목 관리 전문가의 수요도 높아졌다. 또한, 산림청에서는 국민에게 산림을 기반으로 하는 산림 문화 및 휴양, 산림 교육 및 치유 등의 산림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목 관리는 물론 휴양산업이나 산림 레포츠 분야인 로프체험시설의 유지 보수 및 안전운영에서도 아보리스를 필요로 하고 있어 향후 유망한 전문직으로 손꼽히고 있다.

김 씨는 취미로 다져진 기본 역량에 새로운 관심과 시대의 변화를 입혀 창직한 사례다. 흥미와 관심이 있더라도 주위 여건 때문에 실천으로 옮기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암벽이나 빙벽 등반 등의 취미 활동이 아보리스트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개인의 기본 역량이나 경험은 창직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화시켜준다.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아보리스트라는 직업을 접하고 즉시 실무교육에 뛰어든 추진력 역시 창직가가 갖춰야 할 핵심 마인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창직 이후에도 안주하지 않고 해외의 선진기술을 익히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해 나가고 있다. 아보리스트는 일상의 취미가 자신의 미래를 새롭게 열어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경험이 전혀 없는 새로운 분야에서 창직 아이템을 찾기보다는 자신의 흥미와 취미를 먼저 살펴보는 일이 창직의 첫 시작이다.

이정원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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