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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인들과 균형 있는 성장으로 스마트상점 활성화 견인해야”

[라이프점프×한국소상공인교육진흥원] 곽의택 한국소상공인교육진흥원 이사장_7편

스마트기술 기업들 대부분 소공인 및 소기업

전용 연구개발과 판로확보 지원으로 신규 R&D의 선순환 구조 만들어줘야

이미지=최정문


그동안 소상공인 수요자 관점에서 스마트 및 디지털 전환에 대한 담론을 이야기해 왔다면, 오늘은 스마트기술 제품을 제조하는 소공인과 소기업 입장에서 바라보는 스마트상점과 관련 정책에 대한 현장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오리온식품기계는 식품 제조 기계 전문기업으로 시작해 최근 음식점 스마트기기 제조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일찍이 일본, 유럽 등의 유명 박람회를 통해 키오스크, 서빙 로봇 등을 이른 시기에 접할 수 있었고, 국내에서도 머지않아 상용화되리라는 기대 속에 10여 년 전부터 별도 연구실과 전담인력을 두고 연구개발에 착수했다고 한다.

필자와도 10년 가까이 인연을 맺어오고 있는 엄천섭 오리온식품기계 대표는 35년 경력을 지닌 엔지니어이자 아이디어 발명왕으로도 명성이 높으며, 한때 회전초밥 컨베이어로 장치로 전국을 누볐던 개척형 경영자이기도 하다.

엄 대표는 넘치는 아이디어와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약 5년 전에 무인 주문 운반시스템 ‘쓩카’를 국내외 시장에 출시했다. 이 제품은 손님이 자리에 앉아 테이블 오더를 통해 주문만 하면, 레일 운반 장치를 통해 바로 음식을 받아 볼 수 있는 외식업 분야 스마트화 기기로써 그의 발명왕다운 재능을 보여주는 제품이기도 하다. 엄 대표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0년에 정부 산업포장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오리온식품기계가 직접 개발해 제조하는 무인 주문 운반시스템 ‘쓩카’/사진=곽의택


현재 쓩카는 국내 유명 백화점과 전국 각지의 대형 음식점은 물론, 오스트레일리아 초밥집과 하와이 샤브샤브 집에도 진출하는 등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필자가 그간의 애로사항을 물었을 때, 엄 대표는 평소 여유 있던 모습과 달리 다소 격앙된 말투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여느 중소기업들처럼 빠듯한 예산과 개발 이후의 마케팅 및 홍보가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다행히 중소벤처기업부 등 공공 부문에서 지원받은 연구개발 자금과 마케팅 지원금이 있었기에 어려운 시기를 버텨낼 수 있었다고 했다. 특이한 점은 재정적 예산 지원 외에 동종업계 및 다양한 분야 소상공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많은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사업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세상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자신의 사업에 접목할 수 있는 그의 사업가다운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엄 대표는 ‘쓩카’개발에 안주하지 않고 무인 서빙 로봇 자체 개발에도 착수해 최근 시제품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외관 디자인만 조금 보완하면 되는 단계이지만, 결국에는 판로확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기에 걱정이 많다고 했다.

“어렵게 제품개발에 성공했지만, 이제부터는 대기업 및 수입 제품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우리 같은 소공인 미 소기업 엔지니어들에게 시장 개척은 제품개발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행여나 경쟁상대로 대기업이 등장하게 되면 그동안의 노력이 한순간에 수포가 될 수도 있어요. 저가형 수입 제품들도 저희에게는 큰 위협 요소가 됩니다.” 엄 대표가 현재 처하고 있는 심경을 밝혔다.

“현재도 제조업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중소기업자 간 경쟁, 직접 생산 확인 같은 제도들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스마트 상점 기술 품목들이 이런 제도들에 많이 포함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공기업과 관공서, 공공기관 등에서 많은 구매가 이뤄진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라며, 바라는 사항도 전했다.

엄 대표는 오랜 시간 동안의 노력과 자본이 투입된 무인 서빙 로봇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상품화에 원만히 정착한다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고 제품화하는 데에 또다시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엄천섭 오리온식품기계 대표가 직접 개발한 무인서빙로봇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곽의택


스마트상점 기술시장에서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미스매칭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했다. “점포 사장님들이 바라는 모든 기능을 다 담을 수는 없습니다. 공급기업에서는 스탠다드화된 규격과 기능 중심으로 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추가로 희망하는 기능들을 담기 위해서는 또 다른 연구개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에 납품이 무산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아이디어를 최대한 신속히 제품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 상점 주인과 공급 기술기업 모두 윈-윈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적 아이디어도 제안했다.

또한, 정부와 민간을 막론하고 소공인 분야 관계자들의 노력 덕분에 전용 연구개발 및 마케팅 지원사업이 등장하고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등 매우 고무적인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해 우리와 같은 스마트기술 소공인과 소기업들의 역할을 더 크게 키워줄 것도 당부했다.

엄 대표는 고임금과 날로 가중되는 인력난 때문에 서빙 로봇 같은 스마트기기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한편, 동종 업계에 스타트업 같은 청년 기업인들도 많이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최종적으로 시장에서 실제로 팔리고 쓰일 수 있는 제품이 창업의 중심이 되어야 하며,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술력만으로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에 상점가 매장과 전통시장 여건에 대해 평소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관찰할 것을 제안했다.

오랜 기간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현장을 누벼왔지만, 엄천섭 대표가 전해준 스마트기술 제조기업의 현장 이야기는 필자에게 적지 않은 과제들을 남겨주었다. 결국 이들도 대부분 소공인이며 이들의 건전한 성장이 뒷받침돼야 소상공인 스마트 및 디지털 전환도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확인했다. 수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키오스크와 사이니지는 이제 우리 쇼핑 생활의 친숙한 일부가 된 지 오래다. 앞으로 또 수년 후엔 분명히 AI와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시대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국내를 넘어 무한히 열릴 이 커다란 시장을 우리 소공인과 소기업들이 이끌어야 함은 당연하다.

지금도 어딘가에 숨어있을 스마트상점 기술을 발굴하고 나아가 제품화돼 소상공인 생태계 스마트 및 디지털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연구개발(R&D)을 중심으로 마케팅 지원 분야에 걸쳐 “소상공인 스마트·디지털 전환”이라는 테마의 비중을 더욱 크게 확대하고 스마트상점 기술기업들을 단순히 정부 재정사업 납품기업이 아닌 미래 주도산업의 주역들로 인식하고 우수 중소기업으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
곽의택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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