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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단녀에서 출판사 대표로 성공 “열심히는 기본, 나만의 ‘킬링포인트’ 찾으며 일했다”

■ 박영미 포르체 대표

대학교 졸업후 대형 출판사에서 일 시작, 첫해 매출 20억 달성

결혼 후 경력단절 겪어

현장감각 되찾기 위해 창업보단 재취업 선택

창업 후 2년간 첫 끼 자정 전에 먹은 적 없어

지난해 24권 출간, 올해는 36권 목표

박영미 포르체 대표/사진=정혜선


‘워라밸’을 외치며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사람들 사이에 여전히 ‘일이 곧 삶’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올해로 설립 5년 차를 맞이한 출판사 포르체의 박영미 대표가 바로 주인공이다.

박 대표는 출판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첫해에 혼자 20억원의 매출을 낸 것, 경력이 단절된 이후 다시 복귀할 때 어렵지 않게 재취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출판사를 설립해 처음 낸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 모두 ‘열심히’한 덕분이라고 말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그렇게까지 일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박 대표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그는 “3년 반을 쉬고 다시 현장으로 복귀한다고 했을 때 많은 출판사가 손을 내밀어줬다”며, “내로라하는 출판사들이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게 함께 일하자고 한 이유는 현업에 있을 때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열심히’가 재취업 성공의 비결인 셈이다.

창업 후에는 2년간 매일 첫 끼를 밤 10시 이전에 먹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더 열심히 달렸다. 그 덕분에 포르체는 종합출판사로서 빠르게 자리를 잡아 갔다. 박 대표는 “창업하면 누구나 불안감이 생긴다”며, “그 불안감을 없앨 최고의 방법은 바로 ‘땀’을 흘리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 만나서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출판사 포르체의 대표이자 마케터이면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 박영미라고 합니다(웃음).”

- 현재 운영하고 있는 ‘포르체’가 올해로 설립 5년차를 맞은 것으로 알고 있다. 포르체에 대한 소개도 해달라.

“보면 아시겠지만 포르체는 규모가 작은 회사다. 보통 작은 회사는 시작할 때 주력 분야를 정해놓고 시작한다. 포르체를 만들면서 그렇게 하기는 싫었다. 분야에 대한 한계를 두기보다는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되고, 저자가 가치있는 스피커인지에 중점을 두고 책을 발행하려 했다. 그래서 포르체는 작지만 종합출판사입니다(웃음).”

- 그런 가치관을 갖고 포르체를 운영해서인지 최근 성과가 좋더라.

“솔직히 열심히 했지만 기대는 전혀 없었다. 이일을 처음 시작하고 나서부터 작정하고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책을 제작한 적은 없다. 다만, 정말 베스트셀러가 될 것 같은 책을 발굴해서 최선을 다해 만들고 알릴 뿐이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책이 잘되는 것은 나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운과 하늘의 뜻이 아닐까 싶다.”

- 그렇게 말하기에는 포르체가 처음 만든 책부터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았나.

“물론 마케터로서 열심히 책을 알렸지만, 그 역시 저자의 운과 독자들이 도와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웃음).”

- 포르체 설립 후 처음 만드는 책인데도 안전한 길보다는 모험을 선택했다고.

“모험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안전한 길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맞다. 출판사에서 처음 출간한 책은 그 출판사를 보는 지표가 돼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첫 번째 책의 저자는 보통 팬덤이 있거나 베스트셀러 작가를 선택한다. 그게 안전한 길이다. 나는 첫 번째 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내가 출판하는 이유’를 생각해봤을 때 그런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내가 선택한 길을 같고 결과는 출판 첫 주에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가 베스트셀러가 됐다.”

- 포르체에서 출판한 책들을 보니 왜 작지만 강한 출판사인지 알겠더라. 첫 번째 책 말고도 다수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더라.

“올해만 24권의 책을 만들었다. 그 24권에 똑같이 최선을 다했다. 나를 잘 아는 지인이 한번은 너는 붕어빵을 팔아도 남들보다 많이 팔 거라고 하더라. 나는 열심히는 기본이고 나만이 할 수는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일한다. 사실 지난주까지 계속 새벽 네 시까지 일했다. 책이 나오는 순간까지 원고를 보고 고친다.”

박영미 포르체 대표/사진=정혜선


- 워킹맘이 새벽 네시까지 일하는게 결코 쉽지 않은 것을 잘 안다. 그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가 있나.

“출판하는 책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다. 마케팅을 잘하려면 책에 대한 자신이 있어야 한다. 편집자가 책에 자신이 없는데, 어떻게 ‘이 책 진짜 좋다’고 말할 수 있겠나.”

- 이 일을 좋아하는 게 온몸으로 느껴진다. 이일은 언제부터 시작한건가.

“대학 졸업 후 출판사로 취업하면서부터니까 아주 오래됐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책이 좋아 출판사에 취업하고 싶었는데, 취업이 돼 정말 너무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했다. 기본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편인데(웃음), 더 열심히 일했다. 그 덕분에 입사 첫해에 혼자 매출 20억원을 달성해 2년 차부터 팀장이 됐다. 팀장이 되면 함께 일할 직원 채용이 가능한데, 그때 정한 기준이 첫 번째로 지원한 사람을 뽑는 거였다.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하기에 스펙을 보지 않고 그렇게 채용한 결과 대체로 실패하지 않았다.”

- 경력이 단절된 적도 있다고.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경력단절을 나도 겪었다. 결혼해 아이 둘을 낳아 키우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3년 반을 육아에 집중했다. 일을 너무 좋아했기에 퇴사는 했지만 손에서 일을 완전히 놓지는 못했다. 개인사업자를 내고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낮에는 치열하게 육아하고 아이들이 잠든 밤에 일했다.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고 나의 힐링의 시간이었다.”

- 그렇게 틈틈이 일하다 완전히 복귀한 건 언젠가.

“큰아이가 7살, 작은 아이가 5살 때다. 감사하게도 복귀한다고 했더니 불러주는 곳이 많았다. 이십대에 편집자와 저자로 만나 이제는 나의 멘토가 된 분이 이런 말을 해주더라. 보통 3년 반을 쉰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필드로 돌아갈 때는 갈 곳이 없는데, 불러주는 곳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일했다는 방증이라고. 이제 쌓아온 적금을 타 먹었으니 필드로 돌아와 다시 쌓으라고 하더라. 그 말이 참 많이 와 닿았다.”

- 현장으로 복귀할 때 바로 창업이 아니라 재취업을 선택했다. 이유가 있나.

“육아하면서도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현장과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감이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장감을 되찾는 게 먼저라고 판단했다.”

- 창업 후 어려움은 없었나.

“왜 없었겠나. 직원을 채용하려면 직원에게 줄 3년치 월급은 모아놓은 상태여야 한다고 생각해 창업 직후엔 혼자 일했다. 창업 초 자본력 없는 1인 출판사라 겪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 한번은 저자와 미팅을 하는데, 주변에서 대형 출판사에 있다가 나와 혼자서 책을 만들면 잘 안 될 거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 대형 출판사에서 있을 때도 혼자 다 해왔기 때문에 막강한 시스템이나 자본이 없다고 이전처럼 책을 못 만드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계약하기 싫으면 안해도 된다고 했지만, 우리와 계약을 해줬다. 그 책도 잘 팔렸다(웃음).”

- 경력단절 후 창업을 통해 사회로 돌아오는 여성들이 많다. 그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창업하는 모든 사람이 불안할 거라 생각한다. 유일하게 그 불안을 해소해줄 수 있는 게 ‘땀’이다. 나도 불안할 때 더 열심히 일했다. 불안함을 실행으로 메꾼 셈이다. 창업하고 2년간 첫끼를 자정 전에 먹은 적이 없을 정도였다.”

- 포르체에서 나오는 올해 첫 번째 책이 궁금하다.

“지금 막바지 작업 중이다.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습니다>라는 책으로 1월 4일에 출간된다.”

- 인생 2막을 일찍 펼쳤는데,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포르체의 올해 목표는 36권의 책을 출판하는 거다. 한달에 적어도 3권의 책을 만들어야 하니 올해도 바쁠 듯하다(웃음). 개인적으로는 창업 후 3년이 지나니 이젠 좋은 경영자가 되고 싶다. 포르체 안에서 사람을 잘 키우고 관리해 진짜 조직의 힘으로 굴러갈 수 있는 포르체를 만들려 한다. 그러려면 경영 마인드를 배워야 하니, 경영서를 하나 더 출판해야겠다(웃음).”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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