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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잊고 살다 보니 다양한 시도 할 수 있게 돼“

[라이프점프×세컨드투모로우] 新스틸러_4편

■ 박우현 로컬그라운드 편집장

동네책방 ‘우주소년’에서 ‘대안적 삶’, ‘로컬의 가치’에 대해 배워

로컬 문화공간 조성, 혼자가 아닌 여럿이 고민해야

‘앞’보다는 ‘옆’을 볼 줄 알아야 행복해질 수 있어

박우현 로컬그라운드 편집장/사진=로컬그라운드


- 만나서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현재 로컬의 삶을 다루는 웹진 ‘로컬그라운드’에서 편집장을 맡고 있는 박우현이라고 한다.”

- 지금의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로컬그라운드에서 편집장을 한 지는 2년 정도 됐다. 그전부터 콘텐츠 기획 관련 일을 주로 해왔다. 라디오 구성작가, 잡지 기자를 하다 경력이 좀 쌓이고 나선 직접 책을 쓰고 편집하고 번역도 했다. 1인 출판사로서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해보기도 했다. 전공은 건축이지만 주로 글을 다뤄왔고 최근 ‘로컬’로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또 다른,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있다. 건물이든 글이든 창작할 때 모두 ‘짓는다’고 하지 않나. ‘인간의 삶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건축과 글의 공통분모가 많다고 생각한다.”

- ‘로컬콘텐츠’는 무엇인가.

“로컬콘텐츠는 한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글, 영상 등의 매체와 프로젝트를 뜻한다. 최근 지방 소멸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지방에 만연해 있던 인구 감소 현상이 수년간 축적돼서 지금은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 최근 들어 정부에서도 위기감을 느끼고 쇠락하는 로컬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로컬그라운드’는 이런 사업들과 관련된 로컬콘텐츠들을 다루고 있다. 로컬 사업이 부흥하는 지역은 왜 이런 흐름이 일어났는지, 지역으로 이주한 청년들은 잘 적응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사례를 발굴하고 소개하고 로컬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도 하고 있다.”

- ‘로컬’은 지방만을 뜻하는 건지.

“보통 ‘로컬’이라 하면 지방을 떠올리는데, 모든 지방이 다 로컬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서울은 로컬이 아니다”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요즘 MZ세대가 소비하는 로컬이라는 단어는 결국 ‘지역성’이다. 서울이더라도 경리단길이나 연남동이나 연희동처럼 지역성이 뚜렷한, 그렇게 뭔가를 기존의 사회 시스템이 강조하는 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모인 장소가 곧 로컬이다. 지금까지 길들여져 왔던 소비 위주 자본주의 경쟁 체제에서 벗어나 나만의 삶을 살겠다는, ‘대안적 삶’을 모색하는 태도, 그게 이루어지는 공간이 로컬이라고 볼 수 있다.”

- 로컬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이 있다면.

“17년 전 아름다운가게라는 시민단체에서 공정무역커피 사업을 담당했었다. 그때 ‘히말라야의 선물’이라는 커피를 개발하고 출시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을 만났다. 그러면서 ‘대안적 삶’에 대해 본격적으로 생각해보게 됐다. 마침 자녀의 교육을 위해 경기도 용인 수지, 경기도 분당 경계로 이사를 하게 됐는데 아파트만 있는 베드타운이었다. 일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서 개인 콘텐츠사업을 기획했다.

서울보다 월세도 싸고 훨씬 넓은 건물에 사무실을 열었다. 면적이 넓어 사무실만으로 쓰긴 아까웠다. 아파트촌으로 이뤄진 동네는 상대적으로 문화공간이 부족하다.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서울을 가거나 혼자 영화를 보는 것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딸아이의 학교를 통해 알게 된 학부모님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아쉬움을 본인만 느끼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다. 동네 주민 누구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동네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동네 카페이자 책방 ‘우주소년’을 만들었다. 그때 주민들과 많은 교류를 하면서 로컬콘텐츠를 제작하게 됐다.”

서촌 역사책방과 함께 진행한 북콘서트/사진=로컬그라운드


- ‘우주소년’에서 했던 로컬콘텐츠가 궁금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주민들과 함께 벌였던(?) 일들이다. 한 번은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란 책을 읽고 주민들끼리 북토크를 하다가 저자를 직접 모시고 북콘서트를 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작은 동네 책방에서 무슨 힘으로 일본의 유명 작가를 모실 수 있겠나.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주민 중 한 분이 일본에 출장을 간 김에 직접 저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섭외를 한 거다. 주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저자 와타나베 씨 초빙 비용을 모았다. 인근 학교는 강당을 제공해주었다. 그렇게 많은 분의 도움으로 북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후 책의 배경이 된 다루마리 빵집을 탐방하는 투어도 만들었다. 투어 안에서 프로그램을 늘려가며 꽤 오랜 기간 진행했다. 현재도 와타나베 씨와 연락을 이어가며 로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 로컬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많이 했다. 앞으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나 콘텐츠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리제너레이션 사업이다. 국내에서도 지속 가능한 로컬을 위해 ‘청년마을 만들기’라든지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아쉬운 건 ‘지속성’이다. 새로 마을을 만들었지만 정작 찾아오는 사람은 적은 곳도 많으니까.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시니어가 함께 고민하면 좋을 것 같다. 상대적으로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있는 시니어세대가 로컬의 청년마을에 가서 단순한 여행이 아닌 ‘한 달 살기’ 같은 개념으로 쉼과 삶을 누려보는 거다. 관광을 넘어 관계인구를 형성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로컬이 배경이 아닌 주제가 되는 웹드라마를 만들어보고 싶다. 로컬에 관심도 없던 한 청년이 삶의 큰 실패를 경험하고, 로컬에 가면서 겪은 이야기에 대해 구상 중이다.”

- 이야기를 나눠볼수록 다방면에 재주 많은 제너럴리스트가 떠오른다.

“멋지게 봐줬지만 사실 내 나이를 잊고 살다 다양한 것들을 하게 된 것 같다(웃음). 주변에선 “너도 이제 나이 들었다. 새로운 거 그만해”라고 하는 분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것들을 떠나 가장 중요한 건 ‘내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50+가 잊지 않았으면 하는 게 있다면.

“우리나라 중년은 자녀와 가족, 일에 집중하다가 정작 본인 스스로의 가치를 잊는 분들이 정말 많다. 사회의 환경과 분위기가 그게 당연한 것처럼 만들기도 했고. 이런 상황에 감히 “인생 2막, 새로운 삶을 도전해보세요”라고 말할 수도 없을 거다. 그렇지만 글을 쓰고 싶었던 분은 글을 써보고 여행을 다니고 싶었던 분은 여행을 다녀봤으면 좋겠다. 작은 시도도 좋다.

그리고 내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같이 늙어가는 동료, 동지, 친구들 등 인생을 같이 갈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만큼 기쁜 일이 있을까? 이야기도 하고 같이 놀기도 하고 맹목적으로 앞만 보기보다 옆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표수연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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