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검색창 닫기

0세부터 97세까지 모이는 '고마 할아버지의 집', 지역을 되살리다

[에이징 소사이어티 일본을 가다]

지역민 교류, 공간 마련서부터 출발

카페·식당·바둑교실 등 프로그램 운영

사회복지 시스템과 연결고리 역할도

‘고마 할아버지의 집’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지역 주민들. /사진제공=고마할아버지의집


※편집자 주 - 일본이 고령화사회(65세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7% 이상)로부터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접어들기까지 35년이 걸린 반면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2025년까지 불과 25년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저출산과 결합된 빠른 고령화, 이에 따른 저성장 우려 등 두 나라의 고령화 양상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일본은 일찌감치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시니어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함으로써 관련 산업과 시장까지 육성해왔습니다. 게다가 시니어들의 다양한 수요와 욕구를 충족시킬 제품과 서비스도 풍성합니다. 라이프점프는 이같은 일본의 성공 사례와 시행착오를 현지 취재, <에이징 소사이어티 일본을 가다> 시리즈를 통해 소개합니다.

2013년 11월 일본 도쿄 분쿄구 혼코마고메에 문을 연 ‘고마 할아버지의 집(고마지노우치)’는 고령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어린이 식당, 바둑 교실, 비즈 공예 교실, 뇌 훈련 마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무 용건이 없어도 들러 100엔(약 850원)을 내고 차 한 잔을 마실 수도 있다. 이 곳을 방문하는 인원은 연간 5000~6000여명. 고마 할아버지의 집 운영 주체인 ‘비영리민간단체(NPO) 이바쇼 고마’의 아키모토 야스오 대표는 “0세부터 97세까지 이 곳을 방문한다”며 “시니어들이 아기들을 돌봐주기도 하고, 대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폰 이용법을 배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고마 할아버지의 집은 이 지역의 ‘쓰레기집’으로부터 출발했다. 마음의 병 때문에 집 안에 쓰레기를 가득 쌓아놓고 사는 이웃을 뒤늦게 발견한 주민들은 지역민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교류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돌아가신 삼촌으로부터 물려받은 집을 소유하고 있던 아키모토 대표가 집을 무상 기증함으로써 이 장소가 탄생했다. 중장년, 노년의 자원봉사자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프로그램을 고민하며 지난 10년 간 고마 할아버지의 집을 꾸려왔다.

아키모토 야스오 NPO 이바쇼 고마 대표. /사진=유주희기자


이 곳에서 만난 한 자원봉사자는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아지트 같은 ‘이바쇼(있을 곳)’인 셈”이라며 “공간이 있으니까 뭐라도 할 일이 생기고, 이 곳을 거점 삼아 영향력이 퍼진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자녀를 동반한 부모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하면서 서로 육아의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 이웃과 만나 차를 마시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이웃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일본 전역 지자체에 설립돼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사회복지협의회 관계자들도 이 곳에 드나들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약자나 소외 계층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인터뷰에 동석한 분쿄구 사회복지협의회 관계자는 “우리가 지원하는 시니어들이 이 곳에서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 나가기도 하고, 서로 돕기도 한다”며 “분쿄구는 복지의 사각지대가 많은데 지역 주민들이 나서서 극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면서 분쿄구와 도쿄도 차원에서도 예산 지원을 시작했다. 고마 할아버지의 집을 벤치마킹한 ‘이바쇼’들이 분쿄구 내에만 8곳이 더 만들어졌다. 일본 역시 지역 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큰 상황에서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서로 돕고 스스로 돕는 ‘호조’와 ‘자조’를 유도하는 다양한 정책도 늘어나고 있다. 미나와 다케시 이바쇼 고마 사무국장은 “일본도 어느 지역이나 인간관계가 약화되고 있고 지역 커뮤니티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으면 지역 자체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며 “내년 3월 시행되는 일본 고독사법의 핵심은 ‘이바쇼 사업’으로, 앞으로 이바쇼가 더욱 확장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마 할아버지의 집’ 앞에 선 아키모토 야스오(맨 오른쪽) 대표와 미나와 다케시(오른쪽에서 두번째) 사무국장, 자원봉사자와 사회복지협의회 관계자들. /유주희기자


도쿄=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
< 저작권자 ⓒ 라이프점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메일보내기

팝업창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