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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선 기본 원칙 제시···계속고용, 업종별·기업별 해법 필요"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

/이호재 기자


“제도 개선으로 모든 것을 규율화할 수는 없습니다. 기업별로 노사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같이 만들어야만 합니다.”

계속고용에 대한 이성희(사진) 고용노동부 차관의 지론이다.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이 차관은 계속고용·임금체계 개편 등을 “일률적으로 접근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맞춤형 해법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계속고용·임금체계 개편은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에서 노사정 대표가 집중적으로 논의할 사안이다.

이 차관은 “늘어나는 고령 인구를 계속 고용하기 위한 정책 대안들을 경사노위에서 논의하되, 획일적으로 결정하기보다 기업·업종별로 계속고용을 할 수 있는 인사관리체계·임금체계·직업훈련 등의 기본 원칙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 원칙을 먼저 합의한 후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고 그 후에 기업·업종별로 시스템을 개편해야 할 것이란 이야기다.

일본 역시 60세 이상의 근로자를 계속고용할 의무를 부여하되, 획일적으로 법제화한 것이 아니라 기업별로 정년 폐지·정년 연장·재고용(퇴직 후 재계약) 중 선택할 여지를 줬다. 계속고용의 선결 과제인 임금 체계 개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노사가 오랜 논의와 타협을 통해 연공제 중심 임금 체계의 연공성을 상당 부분 완화했지만 업종·기업별 특성을 고려했다.

이 차관은 “예를 들어 일본 철강 업계는 지적 숙련이 중요하고 실제로 오래 근무한 분들일수록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연공제를 개편할 필요가 작다. 반면 마케팅 업종에서 연공제를 유지하면 회사 부담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노사정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 차원에서 각각의 특성에 맞는 임금 체계 개편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단기적 해법을 추구할수록 계속고용의 성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며 노사가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고 짚었다. 지금의 우리나라처럼 노동계에서는 정년연장 법제화를, 경영계에서는 선(先)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호봉제도 연공성을 조금만 낮추면 훨씬 더 직무가치를 반영한 호봉제가 될 수 있다”며 “쉬운 양보란 없고 노동시장의 특성상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지만 변화의 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개별 기업의 필요에 따라 계속고용 제도를 갖추고 사례를 늘려가는 추세다. 연차가 쌓일수록 기술력과 생산성이 늘어나는 기술직 중심이다. 현대엘리베이터와 SK에코플랜트는 수십년의 현장 경험을 쌓은 정년퇴직자들을 촉탁직으로 재고용한다. KT는 정년퇴직 후 근무지에서 2년 더 동일 직무를 맡는 ‘시니어 컨설턴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숙련자들의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하면서 조직 내에서 원활히 전수하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친환경 패션브랜드인 파타고니아 코리아는 경력 50년의 70대 수선 전문가 영입을 계기로 아예 정년을 폐지했다. ‘나이가 장벽이 될 수 없다’는 신호는 정년퇴직자들을 지켜보는 전사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도 기여한다는 것이 이들 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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