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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풍족해지는 인생설계법···삶에 색다른 색을 입혀보자

[중장년 새출발 가이드]<16>

■표성일 라이프 앤 커리어 디자인 스쿨[LCDS] 대표



중장년기에 접어들면 누구라도 변화하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 때문에 자신의 삶에 대해 심각한 혹은 신중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대다수는 이후의 삶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희망적인 미래에 대한 생각을 저버릴 수는 없다. 그즈음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서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설계해 봄 직도 하다.

‘설계’라는 의미를 가진 영문표기 ‘design’은 ‘de’와 ‘sign’이 합해진 단어로서 ‘보이는 것(sign)을 분해(de)해서 그 속에 있는 가치를 찾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누구라도 인식하는 바와 같이 이전과 같은 삶을 지속하거나, 이후 삶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해서 새로이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 시대는 기술의 발전에 편승해 흘러가고 있고, 그에 따라 우리들의 삶도 달라지고 있는 현시점에 관습적이거나 고착된 개념으로 정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본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잘 살아 나가기 위해 색다른 생각으로 삶에 색다른 색을 입혀보면 어떨까.

우리 삶을 잘게 쪼개보면 여러 영역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건강, 재무, 사회적 관계, 가족 관계, 일, 여가, 봉사, 자기개발, 주거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영역에 색다른 색을 입히는 색다른 설계 방법론 4가지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면서 간단한 예도 들어보고자 한다. 공유개념 인식, 우선순위 영역 해결, 온전하지 않음의 수용, 배우자의 고령화 인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색다른 생각을 통한 색다른 설계. 표성일 제공


첫째, 공유개념을 삶의 중심에 두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가지거나 자신의 집안에 두지 않고도 잘 살아갈 방법이 바로 공유다. 재무적으로 어느 정도 절약하거나, 더 벌어보는 방법도 있지만 공유개념을 도입해서 색다른 경험을 해보자. 그림은 공공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꽃이나 휴식은 공원에서, 학습공간은 인근의 공공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커피머신이나 커피는 인근 카페에 두면 된다. 이는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공유할 수 있는 것을 사용하는 개념이다. 50대 중반의 한라산(가명)은 퇴직 이후 아파트 평수를 줄이면서 공유할 수 있는 물품이나 공간을 처분하거나 줄였다. 현재 전직을 준비하는 그는 학습공간과 커피는 집 인근의 카페를 활용하고, 부가적인 학습은 공공의 무료 학습 포털을 이용하고 있다. 휴식은 집 인근에 있는 여러 개의 공원이나 천변을 활용한다. 종종 가족들과 인근의 공공 미술관 혹은 박물관에서 문화생활도 이어 나가고 있는데, 주변에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다.

둘째, 삶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영역의 문제부터 해결해 보자. 위에서 이야기한 삶의 여러 가지 영역은 편의상 구분해 이름을 붙인 것에 불과하다. 모두는 삶 그 자체이다. 개인적으로 급박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는 영역이 존재하는가? 에너지를 분산하지 말고, 그 우선순위 영역을 먼저 해결해 보자. 시간이 지나면서 그 영역의 문제도 해결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영역의 문제도 해결되거나, 해결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50대 중반에 기업에서 퇴직한 이후 인생 2막을 잘 살아가는 표남산(가명)의 사례를 들어보자. 그는 평소에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와 일하고 싶어 하면서 일자리를 제공했다. 일이라는 활동을 통해서 건강도 챙기고, 일정한 보수를 받으니 재무문제가 해결되면서 가족들도 반기고, 소소한 여가생활을 즐기거나 타인에게 봉사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에 억눌리지 말고, 그중에 우선순위가 높은 일부터 처리해 보자. 삶의 영역은 서로 테이블 밑에서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셋째, 온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거리는 ‘징검다리’다. 괜찮은 일자리가 ‘온전한 1’이라면 일거리는 ‘온전하지 않은 소수점 0.1, 0.3’과 같다. 대부분의 중장년은 50세 이후나 퇴직 이후에 일자리를 찾는데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꾸어보자.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일단 ‘온전함’을 뒤로 하고 ‘온전하지 않음’ 즉, 일거리에 머무는 생각도 해보자. ‘징검다리 일거리’ 개념이다. 교직에서 정년퇴직한 수선화(가명)는 건강한 삶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 퇴직 이후에 일자리를 찾아봤으나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일단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봉사활동으로 ‘책 읽어주는 할머니봉사단’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삶의 보람과 의미도 느끼고 있지만, 봉사활동이라는 징검다리를 통해서 언젠가 후반기 인생에서 진정한 자기 일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전의 영광은 잠시 뒤로 하고 징검다리 일거리에서 능력을 향상하면서 자신만의 기회를 기다려보자.

넷째, 배우자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생각을 해보자. 중장년에 이르면 빠른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게 된다. 문제는 그런 시간의 흐름만 인식하고, 자신의 배우자도 그런 시간의 흐름 속에 위치해있다는 사실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생로병사의 과정에서 영원할 수 없는 상승곡선이 하강곡선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부부생활을 하면서 배우자가 늙어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이제 배우자의 삶을 도우면서 살아가야 하는 시간이 왔다. 일하는 배우자가 영원히 일에 머무를 수 없고, 요리를 하는 배우자가 영원히 요리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유지할 수 없다. 평생을 대기업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고 퇴직한 대장금(가명)은 요즘 요리학원에서 한식요리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식당을 차리려는 것이 아니라 요리를 배워서 그동안에 자신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준비해줬던 아내의 시간과 에너지를 저축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다. 자신이 준비한 요리에 만족하는 아내를 본 그는 자신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부부관계도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제 부부간에 할 일을 구분하던 전통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시간이 됐다.

다소 생뚱맞은 이야기라는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을 바꿔 스스로 풍족해지면 어떨까. 눈에 보이는 ‘사인’(sign)’을 ‘분해’(de)해서 그 속에 존재하는 색다른 가치를 찾아보자. 또 다른 세상이 보이고, 또 다른 자신만의 풍족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다.
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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