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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일을 한 발짝 물러나서 바라보세요, 기회가 보일 겁니다"

[창간 인터뷰(3)] 경제평론가 이진우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10년째 진행

어려운 경제 용어 알기 쉽게 해설

40대 초반 퇴사, 방송진행 등 부업이 주업으로

제3자 시각서 내 일 바라보면 해답 보여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연동돼 움직인다.’ 금융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문장이다. 하지만 금융 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인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한국어인데 도통 알 수가 없다. CD금리는 뭐고, 은행들은 왜 이 금리를 벤치마크 금리로 삼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어려운 경제 용어를 설명하려면 이야기가 길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떡볶이 가격(주담대 금리)을 고추장 값(CD금리)에 맞춰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한다면 어떨까. 한 귀에 쏙 들어온다. 일상 언어를 활용한 비유의 힘이다.

MBC 라디오의 간판 경제프로그램인 ‘손에 잡히는 경제’를 201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이진우 경제평론가는 어려운 경제 뉴스나 용어를 쉽게 풀어 전달해 주는 진행자로 유명하다.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금리 산정 체계를 ‘떡볶이’와 ‘고추장’이란 두 단어로 압축해 알기 쉽게 설명하는 내공(?)을 보여준다. 경제 전문지 기자 출신인 그는 40대 초반이던 2013년 회사를 떠나 프리랜서 경제 전문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방송·팟캐스트 진행, 경제 평론 등 부업이 주업이 된 케이스다. 라이프점프는 세 번 째 창간 인터뷰이로 자신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특화해 제2의 직업을 찾은 이 씨를 선정했다. 인터뷰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 ‘손에 잡히는 경제’의 진행을 맡은 지 올해 10년째다. 장수 비결이 뭔가.

“쉽게 설명하려고 한다. 경제는 먹고 살아가는 활동이다. 일상생활과 관련이 깊다. 경제 용어가 어려워도 차근차근 설명하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언론들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일이 뭐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답한다. ‘한국어와 한국어를 동시 통역하는 일’을 한다고. 분명 한국어로 얘기하는데 잘 이해가 안되는 경제 현상을 쉬운 한국어로 번역해드리는 거다.



- 방송 진행을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돌이켜 보니 우연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전에 다니던 회사가 케이블 방송국을 인수했는데 프로그램을 진행할 사람이 필요했다.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외부에서 진행자를 섭외하기 어려웠던 회사가 내부에서 뽑기로 했고, 그래서 내가 맡게 됐다. ‘손에 잡히는 경제’를 맡게 된 것도 당시 돈이 좀 필요했었다. 오래 맡을 생각은 없었다. 짧게 하고 끝내려 했다.



- 그런데 10년이나 흘렀다.

“(웃음)어머니 때문이다. 내가 기자 시절에 쓴 기사들은 잘 읽지 않으셨는데, 라디오 프로는 챙겨 들으셨다. 전파를 타고 내 목소리가 나오는 걸 그렇게 좋아하시더라. 효도한다는 마음으로 조금 더 했다. 경제 현상이나 용어를 설명할 때 비유나 쉬운 표현을 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어머니가 쉽게 알아 들으셔야 하니.




- 경제 기자 생활을 하면서 방송 진행을 부업으로 하는 게 힘들진 않았나.

“물론 쉽진 않았다. 경제 뉴스 중 3~4개를 뽑아 설명했다. 기사는 물론 관련 자료들도 찾아 봐야 했다. 내가 잘 알아야만 쉽게 요약해서 전달할 수 있어서다. 그 공부가 굉장히 도움이 됐다. 기자 생활을 하는데 시너지가 날 수 밖에 없다. 물론 시간은 부족했다. 드라마를 챙겨 보지 않은지 20년이 넘었다. 남자라면 좋아하는 축구·야구 시청도 끊었다. 저녁 무렵 집에 가면 하는 일이 증권사와 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보고서를 읽는 일이었다. 이왕 하는 일 대충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처음엔 빨리 그만둬야지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묘한 매력까지 느껴지더라.



- 40대 초반에 퇴사했고, 부업이 주업이 됐다. 퇴사나 이직을 고민 중인 4050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현재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 볼 것을 권한다. 과일가게 사장이라면 대개 과일을 많이 파는 것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과일가게 사장만큼 좋은 과일을 고르는 법을 아는 사람은 없다. 단순히 과일을 많이 파는 것보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과일을 고르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부가가치가 더욱 높을 수 있다. 지인 중에 인테리어 매장 사장이 있다. 이 분은 나만 보면 인테리어 공사를 해도 남는 게 없다며 투덜댄다. 그래서 조언 드렸다. 어떻게 인테리어를 해야 바가지 쓰지 않고 잘 할 수 있는지 사장님 만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 차라리 인테리어를 하고 싶은 고객에게 좋은 업체를 고르는 법, 견적을 잘 뽑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일을 해보라고 했다. 퇴사나 이직을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과일가게나 인테리어 매장 사장처럼 지금 자신이 하는 업무를 한 발짝 물러나서 살펴 봐라. 거기서 강점을 찾아 보길 권한다.

- ‘소비자의 니즈를 잘 파악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창업을 준비 중인 4050이 귀담아 들을 내용인 것 같다.

“그렇다. 기업은 제품을 개발 할 때 소비자를 불러 불편한 점을 물어본다. 그들의 시각에서 문제점을 찾아내려고 한다. 마찬가지다. 내 직업을 알고 있는 친구가 나에게 주로 어떤 도움을 주로 요청하는지 생각해봐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잘 떠올리면 거기서 제2의 직업을 만들 수 있다.




- 라이프점프는 4050의 일과 돈에 대해 이야기하는 매체다. 최근 40대 일자리가 경제·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4050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 수 있나. 경제 평론가로서 얘기해달라.

“나는 40~50대가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데 자동차·조선·전자 등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은 빠르게 약화 되고 있다. 이를 대체할 미래 먹거리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그걸 누가 만들어 내겠나. 4050세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20~30대는 패기와 열정은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 청년 창업이 자꾸 겉도는 이유다. 40~50대는 인적 네트워크, 경험 측면에서 우수하다. 자본력도 갖추고 있다. 실제 창업 성공률도 40~50대가 더욱 높다.



- 하지만 4050은 창업에 잘 나서질 않는다. 왜 그럴까.

“나와서 창업을 하고 싶어도 실패 후 되돌아갈 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한번 정규직이면 은퇴할 때까지 자를 수 없다. 근로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회사의 빈 자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회사가 누구나 뽑고 해고할 상황을 만들어야 회사 나와서 창업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 있다. 그래야 일자리 많아지고 사람들도 다양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본다. 해외로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인구구조가 뒤틀려 있다. 4050은 인구 비중이 가장 많다. 인구 덩어리가 너무 크다 보니 60대가 되어서도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으려고만 하면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 라이프점프에서 해외에 나가 기업을 경영하거나 창업에 성공한 사례들을 찾아서 그분들의 노하우를 공유해줬으면 한다.”



- 화제를 바꿔보자. 커리어 패스가 멋있다. 지금은 ‘신과 함께’라는 팟캐스트를 공동으로 진행한다. 어느 정도 확신을 갖고 시작했나.

“내 인생에서 확신을 갖고 시작한 일은 하나도 없다. ‘손에 잡히는 경제’를 오랫동안 진행해왔다. 전문가를 모시고 얘기를 드는 프로그램인데, 경제분야에 이런 프로가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프로그램을 같이 하자는 제안이 왔고 시작하게 됐다. 의외로 반응도 좋고, 구독자도 많이 늘어 기분이 좋다.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하니깐 사람들이 서로 서로 추천을 해준 것 같다.

- ‘신과 함께’와 같은 경제 관련 콘텐츠가 필요한 이유는

“투자를 적절한 곳에 잘 하는 건 가정 경제는 물론 나라 경제에 중요한 일이다. 그래야 돈이 올바른 곳으로 간다. 투자 정보는 세상에 넘치는 유동성을 어느 쪽으로 흘려 보내는 게 좋을지 도움을 준다. 방향을 잘 잡아줘야 돈이 잘 흐른다.



- 정보 홍수시대다. 그런데 어떤 정보가 진실에 가까운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은데

“동의한다. 우리 사회는 내전을 방불케 할 만큼 많이 갈라져 있다. 경제 이슈나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사안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할 때도 발생한다.

집 값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집 값이 오르는 건 현 정부가 잘못도 이전 정부의 잘못도 아니다. 집값이 오르는 건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면 정부는 뭐하느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다 보면 정부는 하지 말아야 할 정책, 잘못된 정책을 쓰게 된다. 언론은 판단의 근거가 되는 팩트를 다양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신문과 방송은 지면과 시간의 제약으로 단편적인 이야기만 하고 오해를 키우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는 대중에게 최대한 길게 정보를 전달하면서 생각할 여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과 함께’가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라이프점프 창간을 맞아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 준다면

“4050 세대에 유익한 좋은 정보를 전달해 주길 기대 하겠다. 화이팅!

/서민우기자 ingaghi@lifejump.co.kr 영상=조민교기자 mink94@lifejump.co.kr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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