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검색창 닫기

직장 탈출 꿈꾸는 S세대 "큰 돈보다 확실한 소득 원해"

[라이프점프 창간기획-4050 일자리 연장의 꿈]

<하>신인류 S세대의 탄생

이우석씨는 한 달 전인 지난 2019년 12월31일을 끝으로 22년간 다녔던 회사를 나왔다. 17년간 여행전문기자로 일했던 그는 퇴사와 동시에 ‘놀고먹기연구소’를 차리고 스스로 소장이 됐다.

그는 서울경제 라이프점프와의 인터뷰에서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중간중간 퇴사의 유혹에 빠진 적이 몇 차례 있었지만 그 결정이 과연 주체적인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며 “지난해 말 ‘꼭 하고 싶은 일을 더 늦기 전에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어느 분야든 먼저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4050세대(Seniors)라고 예외는 아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4050세대에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그들은 자기주도적 삶(Self leadership)을 추구한다. 이때 실행력은 필수다. 실패보다 두려운 것은 “그때 왜 못 했지?”와 같은 후회다.

자신만의 전략(Smart strategy)도 갖고 있다. 평생 해오던 일, 혹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취미 등과 같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무기로 삼는다. 퇴직금을 종잣돈 삼아 차리는 프랜차이즈 식당 사업은 그들의 버킷리스트에 없다.

바쁜 시간을 쪼개 학습(Study something)에 적극 나선다. 이들에게는 52시간이 곧 116시간이다. 주 7일 168시간 중 52시간을 뺀 116시간은 국가가 보장해준 자기만의 시간이라 여기고 장점을 계발하고 시장을 연구한다.

이들은 확실한 소득원(Secure income)을 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득의 ‘많음’이 아닌 ‘확실함’이다. 대신 이들은 70세가 넘어서도 일하고 싶어 한다.

이 모든 것을 곱하고 더해서 이들이 원하는 것은 삶의 안정성(Stability in life)이다.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을 다지지 않는다면 수명연장의 혜택이 복이 아닌 짐이 될 수 있기에 이들은 안정성을 좇는다.

지금껏 4050세대는 비자발적으로,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기대치에 못 미치는 노동에 떠밀려야 했다. 그 합이 현재 사회적 논란거리로 부상한 중장년 고용 문제다. 앞서가는 4050세대는 반대편 특징을 갖추고 진격의 준비를 하고 있다. 4050세대의 다수를 차지하는 X세대가 어느덧 직장에서의 엑시트(탈출)를 앞두고 있다. 신인류 S세대의 탄생이다.



◇내 삶의 주인공이 되는 시간=‘직장인으로서 물이 최고조로 오른 시기’. 4050세대에 뒤따르는 꼬리표 중 하나다. 가장 인정받는 시기에 직장을 자발적으로 나오려면 자기주도적 삶을 개척할 용기가 필요하다.

이 소장은 “한 직장에서 20년 가까이 일했다면 신선함은 떨어질지언정 업무 효율성은 가장 높다”며 “실제 퇴사를 결정하기 전까지 그냥 회사에 남아서 편하게 사는 것이 최선이 아닐지 계속 고민했지만 지금 회사를 나오는 것이 회사나 나 개인에게 모두 윈윈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천성적으로 놀고먹는 것을 좋아해 연구소 이름에 반영했다는 그는 잘 놀고, 잘 먹는 콘텐츠를 만들어 돈을 벌 계획이다.

대형 광고기획사 부사장으로 일하다 동화작가로 변신한 스티븐 프라이어가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 것 역시 새로운 인생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다. 그는 “업무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동화를 쓰면서 무한한 자유를 느꼈고 언젠가는 동화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며 “이후 틈틈이 글을 써 현재까지 12편의 동화책을 출간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르고 지나쳐온 내 안의 또 다른 꿈을 실현하기 위해 회사를 나온 것인데 내 인생에 은퇴는 없다는 생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잘하는 것에서 시작=4050세대는 업무역량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다. 이직이 됐든 창업이 됐든 자신의 주특기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인생 2막의 설계전략이다.

분양정보 사이트 까까조의 이경재 대표는 올해 46세인 늦깎이 창업가다. 평생 분양대행 업무를 해온 그에게 까까조 창업은 오래 해오던 일의 연장이다. 소득을 얻는 구조가 달라졌을 뿐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시대는 온라인으로 바뀌었는데 분양대행 시장은 전단지를 뿌리거나 현수막을 거는 오프라인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을 보고 창업의 영감을 얻었다”며 “오랜 시간 동안 분양 시장 한 우물만 팠던 것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용기가 됐다”고 말했다.

공유주방 1위 기업인 위쿡의 김기웅 대표도 본인의 주특기를 적극 활용한 케이스다. 안정적인 증권사에서 나와 도시락 가게, 식당 등을 운영하던 그는 공유경제 확산 흐름에서 힌트를 얻어 위쿡을 창업했다.

김기웅 대표는 “자본시장에서 배운 기업 분석 방법, 장사하면서 습득한 현장 경험 등이 창업의 밑바탕이 됐다”며 “특히 자영업 시장의 어려움을 몸소 겪으면서 이러한 문제의 해법으로 공유주방 모델을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경기도 성남시가 운영하는 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기관장으로 일하는 강명수씨는 30년이 넘는 시간을 은행원으로 지내다 5년 전 퇴직했다.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그 역시 퇴직 후 아노미를 겪었다.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왔다고 자부했던 터라 퇴직하는 것이 충격이 아니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퇴직하고 나니 현금 흐름이 끊기고, 출근할 곳이 사라지고, 만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좌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센터장은 혼란의 시기를 5개월로 끝냈다. 재취업을 목표로 삼은 그는 은행원 경력을 살리고자 금융복지와 파산신청 등의 자격증 학원 2곳을 다녔다. 수료 후 주빌리은행에서 일하다 3년 전 지금의 일자리를 얻었다.

구독자 33만명의 인기 유튜브 채널 ‘단희TV’를 운영 중인 이의상 단희부동산연구소 대표. 지금의 안정적 삶에 진입하기까지 그는 사기도 당해보고 가족 불화도 겪었다. 그런 그를 구렁텅이에서 꺼낸 것이 바로 ‘공부’였다. 그는 “삶을 포기한 채 골방에 틀어박혀 있다가 우연히 일본의 어느 성공한 마케팅 전문가의 책을 읽게 됐다”면서 “절망 속에서 희망과 성공을 바라보게 됐다”고 회상했다.

◇큰돈이 아닌 확실한 소득을 원한다=새로운 도전을 향한 4050세대의 꿈이 현실 앞에서 머뭇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소득원 공백에 대한 두려움이다. 실제로 현재 일자리 수급현황상 인생 2막을 전개하면서 기존 소득수준을 담보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라이프점프가 100명의 4050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제2의 인생구간에서 이들은 기존 대비 70% 수준의 소득을 바란다. 동시에 이들은 은퇴희망연령을 70대로 산정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많은 소득이 아니라 이전보다 소득수준이 낮더라도 계속해서 얻을 수 있는 소득이다. 대신 이들은 그 여백만큼을 삶의 주인공으로 올라선 보람으로 채운다.

강 센터장은 “지금 받는 급여는 전 직장 때보다 많이 줄었지만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는 보람에 행복의 크기는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유튜브 방송에 전념하는 것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위해서다.

그는 “1인 지식창업은 큰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전문성을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유튜브는 젊은 친구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과감하게 그런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50대 대상의 부동산 재테크를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을 시작해 현재 매월 600만원 이상의 광고수익을 얻고 있다.


◇일자리는 워라밸의 다른 말=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이 대세가 된 지 오래다. 많은 사람이 워라밸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소득원이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소득은 기본적으로 일자리에서 창출된다. 그런 점에서 워라밸의 대전제는 일자리 확보이며 일자리는 워라밸, 즉 삶의 안정성을 뒷받침한다.

4050세대 10명 중 4명은 은퇴연령으로 70대 이후를 희망한다. 과거 휴식을 뜻했던 은퇴 개념이 삶의 안정성 확보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김명진 소망이엔씨 대표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 입사한 지 2년 만에 뛰쳐나왔다. 높은 복지와 처우로 젊은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직장이었지만 정작 40대 중반의 선배들이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퇴사를 결심했다. 남들의 시선보다 조직 안에서 내가 어떻게 미래를 안정적으로 그려나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퇴사 후 전기기사 자격증을 딴 그는 현재 30년간 전기공사 일을 해온 아버지와 동업을 하고 있다.

김명진 대표는 “꾸역꾸역 쫓겨서 일을 하는 것보다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평생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면서 “자신의 기술로 평생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즐겁게 전기공사 일을 하는 아버지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해욱·서민우기자 spooky@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 저작권자 ⓒ 라이프점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메일보내기

팝업창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