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이 흐른 지금, 열정도는 20대에게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입소문이 난 ‘핫플레이스’로, 직장인들에게는 활력을 얻고 가는 회식장소로, 인근 주민들에게는 야시장을 즐길 수 있는 문화거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낙후된 골목을 유명한 맛집 거리로, 나아가 지역문화의 장으로 탈바꿈한 청년들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열정도 고깃집’을 운영하고 계신 청년장사꾼의 박민호 대표님(이하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0대 청년장사꾼들, 텅 비어 있던 골목에 열정의 숨결을 불어넣다.
-처음 열정도에 자리잡게 된 계기는.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 곳은 보증금이나 월세 비중이 큰데, 처음에는 자본이 없다 보니 권리금이 없고 상대적으로 월세 부담이 적은 곳을 찾게 됐다. 원효로 1가에 위치한 인쇄소거리를 선택한 이유는 당시 인쇄소 거리에 빈 자리들이 많았고, 복합상권이 있어 직장인들과 주거인구가 많지만 주변에 먹거리 상권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거리였기 때문에, ‘동시에 가게 6개를 열어 상권을 형성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이곳에 자리잡게 됐다.
-상권을 살리고 열정도만의 특색을 갖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오셨는지.
우선 젊은 친구들이 하는 가게인 만큼, 손님들께 파이팅 넘치게 인사를 드리고 힘찬 에너지를 전달해 드리는 게 열정도의 특색인 것 같다. 직원들끼리도 영업 시작 전 “지쳐 있지 말고, 힘들어하지 말고, 열정 넘치게 힘내세요! 청년장사꾼 예~!” 라는 구호를 외치고 힘차게 시작한다. 감사하게도 청년들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들을 좋게 봐주신 손님들께서 입소문을 많이 내주셨다.
다양한 이벤트를 많이 여는 것도 열정도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명절에는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 손님들을 위해 동그랑땡을 서비스로 드리기도 하고,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분장을 하고 양말과 간식거리를 드리기도 한다. ‘경찰의 날’을 맞이하여 경찰관분들께 다양한 서비스를 드리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열정도 고깃집’이 띄운 세가지 승부수
-열정도 고깃집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면.
차별화 포인트는 크게 고기의 질, 서비스, 재치 있는 캐치프레이즈 이 세가지인 것 같다. 먼저 고기는 동물복지농장인 ‘무항생제 성지농장’에서 가져와 좋은 고기를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자는 마음으로 판매하고 있다. 원가가 높은 부분을 조금 감수하고 좋은 고기를 쓰니 고객만족도가 높다.
또한 서비스 역시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노키즈존이 많아졌는데, 부모님들이 아기가 있다는 이유 때문에 식사를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매장에는 부모님들도 편하게 드실 수 있게 아기의자나 식기는 기본적으로 구비가 되어있고, 스마트폰 거치대를 제공해 드리고 있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손님들이 굉장히 고마워하신다.
마지막으로는 재치 있는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 - 광고, 선전에서 남의 주의를 끌기 위한 문구)도 손님들이 많이 좋아해 주신다. 예를 들어 ‘맛있어서 목살겠다’, ‘날 두고 가브리지마’, ‘돼지고기 국내산, 직원 국내산, 결혼 산 넘어 산’ 등 고기와 관련된 재치 있는 문구를 적은 티셔츠를 입고 일을 한다. 그러면 손님들이 재미있어 하시고, 소소한 거지만 한번 더 기억해주시는 것 같다.
◆ 함께 나아가는 길, 열정도의 청년장사꾼
-열정도에 ‘청년장사꾼’ 공동체가 미치는 영향이 있다면.
가게가 모여 있다 보니 협력하면서 생기는 시너지효과가 분명히 있다. 아까 말한 재치 있는 문구들 중에 점장 회의에서 다른 점장님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것도 있다. 또, 우리 가게에서 해보고 좋았던 것들은 다른 열정도에 있는 가게에서도 할 수 있도록 공유한다. 예를 들어 ‘네이버 리뷰 이벤트를 했더니 네이버 예약 건수가 늘었더라’ 이런 식으로 서로 공유를 하다 보니, 혼자였다면 하기 어려웠을 일들을 조금 더 쉽게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집단지성의 힘인 것 같다.
장사할 때 재료나 인력을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쌀이 부족하면 옆 가게에서 스스럼없이 빌리고 갚곤 한다. 모르는 가게라면 경쟁상대일 수도 있기 때문에 쉽게 재료를 빌리기 어려울 텐데, 청년장사꾼이라는 공동체 안에 속해 있어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력을 공유하기도 하는데, 바로 옆 매장인 감자집과 피크타임이 다르기 때문에 바쁜 시간에 서로 도와주러 오고 간다. 이런 식으로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구조이다 보니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효과가 나는 것 같다.
-‘청년장사꾼’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와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고 들었다. 열정도 사장님들은 지역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고 계시는지.
주민들과 소통하는 게 가장 큰 것 같다. 3월부터 10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야시장을 여는데, 이 때 주민들이나 열정도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셀러를 모집한다. 거리에 가판대를 설치해 수제 쿠키나 의류, 각종 핸드메이드 제품들을 판매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드린다. 외부에서 행사가 들어오면 고객들을 많이 유치하고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야시장에서 진행하려고 한다. 대표적으로는 클라우드와 함께한 프로젝트나, 푸드트럭, 버스킹 공연 등을 진행했다. 야시장을 통해 주민들과 소통하고, 서로 윈윈하는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다.
청년 대표님이 작은 골목에서 성공할 수 있던 비결은 각박한 사회 속에서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닌, 주변을 돌아보며 함께 나아가는 길을 택한 것이었다. 하나됨의 가치를 믿으면서, 함께 성장하는 길을 택한 대표님과 열정도의 청년장사꾼. 청년들의 뜨거운 열정이, 따뜻한 연대가 모여 열정도를 더욱 굳건하게 성장시킨 것이 아닐까.
/글&사진 김주은 썸데이 기자단
- 조민교 기자
- mink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