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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데이 기자단]연대생이 바라본 신촌상권 지금은

신촌에서 18년을 지킨 사장님이 말하는 ‘트렌드’

쇠퇴하는 트렌드 극복 “항상 귀 기울여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와 소비패턴은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자영업자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흔히 쇠퇴기로 접어든 트렌드는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창업 실패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따라서 지금의 유행을 따라 창업을 구상하려니 유행이 빠르게 흘러가 버리면 어쩌나 걱정이다. 하지만 막상 창업을 앞두고 도래할 트렌드를 예측하거나 지속가능한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 또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의 유행을 쉽게 외면할 수도 없다.

그야말로 트렌드를 따라 가자니 태산이요. 돌아서자니 숭산이다. 그렇다면 ‘트렌드’와 ‘지속가능’이라는 높은 산들 사이에서 주저앉지 않는 이들은 누구이고, 그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트렌드’를 대변하는 상권 중 하나로 꼽히는 신촌으로 향했다.

◆ 신촌. 트렌드의 명암



신촌의 밤. 1월, 영하의 날씨에도 신촌은 젊음과 화려한 조명으로 가득하다 (사진=썸데이 기자단 정지현)

신촌의 낮과 밤 (사진=썸데이 기자단 정지현)

연세, 이화, 서강 등의 대학가에 위치한 신촌은 20대가 유동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권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가 주 고객층인 만큼 신촌의 업장들은 여느 상권보다 트렌드의 변화에 예민한 모습을 보인다.

신촌의 연령별 유동인구 비율. (사진=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 (http://golmok.seoul.go.kr))

신촌역에서 나와 상권에 들어서자마자 근래 유행하는 ‘뉴트로(New와 Retro를 합친 신조어)’ 업장이 시선을 잡아끌고, 그 위에는 역시나 유행 중인 ‘마라탕’도 있다. 그리고 상권 내부로 들어갈수록 ‘인스타 감성’을 갖춘 업장 등 2030트렌드에 걸맞는 가게들이 줄 지어 서 있음을 볼 수 있다.

뉴트로 감성의 업장들 (사진=썸데이 기자단 정지현)

하지만 이러한 업장들 사이로 듬성듬성 영업을 종료한 업장, ‘임대문의’ 현수막이 걸린 건물 또는 공사가 진행 중인 업장들도 역시 보였다.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에 따르면, 신촌 호프-주점의 3년 생존율은 28.6%로 서울시 3년 생존율 38.2%에 비해서도 낮다. 즉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해 빠르게 생겨나는 업장들이 늘어선 만큼이나 한 쪽에는 빠르게 지나가버린 유행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공사가 진행 중인 업장(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신촌 상권분석(우) : 5개의 평가지수 중 성장성(16점)이 가장 높은 동시에, 안정성(11.3점)이 가장 낮다. (안정성의 평가 항목 : 변동성, 운영연수, 휴/폐업률) (사진=썸데이 기자단 정지현)

◆ 18년간 트렌드의 변화를 체감해 온 ‘친구친구’

트렌드에 따라 새로운 가게들이 빠르게 생겨나고 사라지는 신촌, 그 걷잡을 수 없는 흐름 속에서도 18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킨 업장이 있다.

호프집 친구친구. 세월을 짐작하게 하는 조금은 때가 탄 간판에 2000년대 노래가 흘러나오고, 입구에 빈 술병들이 장식되어 있다.(사진=썸데이 기자단 정지현)



‘친구친구’는 2000대 초부터 영업을 시작해 어느덧 한 골목에서 가장 오래된 업장이 됐다. 친구친구 사장님(이하 사장님)께 ‘트렌드와 지속 가능한 창업’에 대해 여쭤봤다.

사장님은 체감한 트렌드의 변화에 대한 질문에 “우선 초창기와 비교해보면 트렌드는 정말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신촌의 술 마시는 분위기 자체가 변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같은 학교나 학과의 선후배들이 돈독히 뭉쳐서 찾아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에는 거의 없다. 지금은 소수가 모여서 자기들만의 공간을 찾는 사람들도 많고 개인주의 트렌드로 바뀌었다”고 답했다. 그리고 “찾는 메뉴도 달라졌다. 호프집을 차릴 당시에는 생맥주가 거의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소주나 병맥주를 찾는다.” 이런 변화로 인해 “이제 신촌에는 일명 호프집이나 단체 술집들은 대부분 문을 닫고 떠났다. 이제는 ‘00포차’처럼 삼삼오오 모여 술 마실 수 있는 업장들이 대다수”라고 한다.

당시 대학가 업장 트렌드에 따라 많은 단체를 수용할 수 있는 호프집으로 구성한 ‘친구친구’ 내부. (사진=썸데이 기자단 정지현)

말하자면 신촌의 손님들이 찾는 가게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단체에서 개인, 주류, 안주류까지 2000년대 대학가 트렌드와 완전히 달라졌다. 사장님은 안주도 바꿔보고, 수입맥주나 무한리필의 열풍을 따라가는 등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무엇보다 트렌드에 맞게 설계된 “그 업장들만의 분위기”를 따라가기에 한계가 있었다.

그는 “요즘 젊고 감각 있는 창업자들이 연구를 많이 하고 들어오는데, 나는 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학생들 트렌드를 앞서 따라갈 만큼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변화하는 트렌드, 고객의 취향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와 ‘지속 가능한 아이템’ 사이에서 고민하던 사장님의 해결책 중 핵심은 ‘초심’이다. 사장님에게 초심은 “손님 한 분 한 분께 잘 해야겠다는 마음”이라고 설명한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는 “손님이 들어오기만 해도 너무 반가웠다”며 “오셨던 손님마다 시키는 메뉴까지 다 기억하고 또 오시게 되면 기억했던 손님 스타일에 맞게 준비했었다”고 말했다. “장사가 잘 되다보면 때로는 마음이 흐트러져 변화가 꺼려지는 시기도 있고, 흘러가는 유행이나 인건비⦁재료비 문제 등 이런저런 것들이 겹쳐 어려움이 찾아올 때도 있다.” 그렇지만 결국 사장님을 18년 동안 장사를 유지할 수 있게 한 비결은 처음 창업할 때와 같은 마음을 유지하려는 태도였다. 요즘에도 “손님들 한 명 한 명 말에 귀를 기울이고, 때로는 가게 앞에 나가서 지나가는 학생들이 하는 말도 새겨들으려고 노력한다”며 일화들을 소개하는 사장님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신촌에 찾아온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위기, 쉼 없이 흘러가버리는 트렌드의 틈 속에서도 업장을 ‘지속가능’하게 한 것은, ‘트렌드’에 대한 뛰어난 분석이나 기발한 ‘아이템’이 아니었다. 자신의 창업 아이템을 갖고 평생업종으로 나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장사가 잘 되고 있더라도 자만하지 않고 손님들의 말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는” 태도. 그리고 늘 창업할 때와 같은 마음으로 트렌드에 적응하고 변화하려는 유연성이 ‘친구친구’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글&사진 정지현 썸데이 기자단

조민교 기자
mink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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