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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니 더 행복한 자매의 공유숙박 호스팅

[라이프점프] 홍종희의 트래블 스토리헌터(2)


대나무가 빼곡한 죽녹원 소길을 팔짱을 낀 채 담소를 나누며 걷는 조정숙(1965년생), 선하 자매(70년생). 추운 겨울 바람에 외투를 서로 여며 주는 자매에게선 소박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50대의 멋이 묻어 나온다.

사이 좋은 자매는 40대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숙님은 담양군에서 죽녹원 바로 밑 농가주택을 개조해 예술가들에게 제공한 공방에서 도예체험을 제공하는 공유숙박업체의 호스트다. 장성에서 집을 공유하는 동생의 권유로 체험 호스팅을 시작했다. 사십 넘어 취미로 시작한 도예에 빠진 언니는 이렇게 흙을 만지다 내 삶을 마무리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십이 넘어 도예차문화과에 재입학했고, 졸업후 본격적으로 도예작가가 됐다.

“저는 놀이터 정도로만 생각하고 작업실에 입주했는데, 현실은 일정 정도 유지비가 필요하더라구요. 동생 권유 덕분에 처음에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망설이다 용기를 내서 공방 체험을 시작했죠. 홍보가 되니 가까운 지역과 해외에서도 담양까지 와서 죽녹원 관광만 하고 가면 아쉽다며 체험을 하는 분들이 점점 많이 생겼어요. 그러다보니 제 작품들을 선보이는 갤러리까지 확장했어요.”

정숙님은 “여러 취미 생활을 다 해봤는데, 체험을 통해 제가 좋아하는 흙을 만지고 또 즐거워 하는 분들을 보고 저도 힐링이 된다”면서 “큰 욕심 없이 찾아주시는 분들과 만나는 시간이 즐겁고 경제적으로는 전기세를 부담 없이 낼 수 있을 정도니 저한테는 큰 도움”이라고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길로 자신을 안내해준 동생에게도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저를 잘 챙겨주고 늘 도와주고 진짜 없어선 안 되는 언니 같은 동생이에요. 그래서 제가 친정엄마한테 막내 낳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어요.”

동생인 선하님은 “품앗이를 한 것일 뿐”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제가 먼저 시작했으니 경험을 바탕으로 운영 정보도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도 드리고, 어떻게 하면 게스트들이 좋아하는 지도 알려드렸죠. 언니는 집의 침구류에 수를 놓고 장식품도 만들어 주셨어요. 서로 품앗이를 하는거죠.”

섬인 진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도 하면서 꽃 가꾸기를 좋아했던 선하님은 답답한 아파트 생활에 지치고, 마음대로 망치질도 하고 텃밭을 가꾸며 살고 싶었다. 그래서 38세에 당시 초등학생 아이들, 남편과 함께 주말이면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장성의 산자락에 가서 하나하나 직접 그리고 만들고 가꿔서, 마침내 작고 소담한 황토집을 지었다. “세련되고 멋진 집은 아니에요. 그냥 소박한 집이에요. 우리 부부의 땀방울과 아이들의 추억이 담긴 집이죠. 꾸며 놓고 보니 지인들도 하룻밤씩 쉬다 가고, 주변에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사람들도 하룻밤 힐링하고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선하님은 몇 년 전부터 산자락에 하나 둘 다른 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하자, 집에 대한 애정도 식고 더 깊은 산속으로 옮겨갈까 고민이었다. 그때 블로그에 활발하게 호스팅 글을 올리는 분을 통영까지 찾아가 만났다. 전원생활이 좋아서 호스팅을 시작했는데, 돈을 떠나서 직접 꾸며 놓은 집에 묵었던 사람들이 떠날 때 두손을 꼭 잡고 이런 집에 묵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니 보람이 크다면서 그런 행복을 느껴보셨으면 좋겠다고 호스팅을 권유 받은 게, 공유숙박업체 호스팅을 시작한 계기다.

편백나무 숲이 울창한 병풍산이 시원하게 보이고, 시끄럽게 지저귀는 새소리, 마당에는 야생화가 알록달록한 생기를 뿜어내는 누구나 한번 쯤 꿈꿔 본 전원생활이 펼쳐지는 황토집. 커플 여행자부터 가족여행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어머니, 이모, 할머니 모시고 여자들만 모인 3대가 여행을 와서 온돌방에 앉아 이틀 동안 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 것 드시고 주변 풍경을 보고 가셨는데,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렇게 관광으로 왔다가도 그냥 집에서 머무는 게 낫다고 안 나가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저의 집을 찾아오시는 분들은 전원생활을 좋아하고 동경하는 분들이라 제가 겪고 경험한 정보를 알려드리면 좋아하세요. 시골에 집을 짓거나 농가주택을 개조해서 멋지게 살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전원생활을 계속 하면 지루하고 평범해질 때가 와요. 그럴 때 변화를 주면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집에 대한 애착이 생기죠. 많은 분들이 오시니 집을 더 가꾸고 정을 쏟아 관리하게 되죠. 제 권유로 두분이 담양에서 호스팅을 시작했어요. 내 취향을 담아 만들고 가꾼 집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도 좋은 나눔이라고 생각해요.” 라고 동생이 말하자, 언니도 “작업실을 가진 작가분이라면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지요. 작업만으로 경제적인 창출을 하기엔 어렵잖아요. 작가들이 고립이 하지 않고 남과 소통을 한다는 점도 좋은 거 같아요.”라며 덧붙인다.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장성과 담양을 옆집 놀러가듯 넘나들며 쌓여가는 자매애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남과 나누면서 행복해지는 50대를 더 멋지게 꽃 피울 풍족한 자양분임이 분명하다.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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