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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적자생존(適者生存)? 우리는 적자(赤字), 그리고 생존(生存)

[라이프점프] 김세종의 적자생존(赤字生存)(1)

  • 김세종 통할통 대표
  • 2020-02-18 15:01:35
적자생존(適者生存)? 우리는 적자(赤字), 그리고 생존(生存)

‘일단 글을 적자.’


여유부리다 마감에 쫓겨 급히 글을 쓰는 작가들의 마음이 이럴까. 발등에 불 떨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8년된 은회색 노트북과 구겨진 담배, 구식 학생증, 500원짜리 동전을 들고 곧장 집을 나섰다. 늘 그랬다. 공부든, 독서든, 혼자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든, 이렇게 글을 쓰든, 회기동에 위치한 모교의 중앙도서관에 가야만 한다. 1층 로비 한 켠에 위치한 붉은색 자판기에서 믹스커피 한잔을 뽑은 뒤, 담배한대 태워줘야 뭐가 되도 되더라.


그 맛을 아는 사람으로서 이미 일하러 간다는 사실은 뒷전이요, 가는 길이 그렇게 경쾌할 수 가 없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가재는 게 편, 좌절은 내편, 승리는 걔 편 아닌가. 없어진 자판기를 찾아 벙찐 표정으로 서성이는 나를 반겨준 것은 그 옛날 ‘기계전사 109’(아이큐점프 1989년 연재) 같은 모습을 한 로보트 였다.


사장으로 보이는 그(?)의 첫인상은 매우 세련되고, 깔끔했다. 작은 가게치고는 인테리어에 매우 신경을 쓴 듯 했으며,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학생들에게 커피를 내려주고 있었다. 지금까지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식당은 많이 보았는데, 당당히 현금 결제를 거부하는 저 애국심과 손님에게는 말 한마디 섞지 않는 도도함도 한껏 멋을 더해주었다. 온전히 커피에만 신경을 쏟는 그의 장인정신에 흡사 고귀함이 느껴지더라.


그는 주문이 아무리 밀려도, 아무런 불평 없이, 아무런 체력 저하 없이, 똑같은 맛과 향의 커피를 학생들 손에 쥐어 준다. 또, 희한하게 다른 카페였으면 ‘왜 아직도 커피가 안 나오느냐!’ 불평했을 학생들이 말 한마디 하지 않더라. 당연하지. 눈 앞에 있는 저 바리스타는 아마 세계적인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보다 더 일정한 맛과 향을 전달해 줄 거니까. 아니나 다를까 15분 지나 받게 된 아메리카노는 정말 씁쓸하더라.


세상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다. 카운터 앞에 서서 ‘어떤 햄버거가 맛있냐’ 직원에게 물어보던 그 시절은 이제 끝났다. 햄버거 하나 먹고 싶을 뿐인데, 최소한 나에게 10번 이상의 선택을 강요하는 그 기계가 나의 담당 직원이다. 딱 봐도 트랜디해보이는 젊은이가 머뭇거리는 내 뒤에 서는 날이면, 음식 고르다가 체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어떡할까? 도서관 앞에서 먹던 믹스커피의 추억은 곧 사라질 것이다. 넌지시 재고 처리가 급한 햄버거를 추천하고, 또 그걸 알면서 받아주는 매니저와 고객의 사랑싸움도 이젠 없다. 알뜰살뜰 쿠폰 30개 모아 탕수육을 서비스를 받는 일도, 혼자 술을 먹고, 밥을 먹는다고 이상하게 쳐다보는 일도 없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고객’도 ‘사장’도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어 버리는 자영업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시대. 이를 부정 할 수 없다.


뭘 어떡해. 받아들여야 한다. 기술의 발전은 위대하고, 시대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우리 자영업자들은 이에 대비하여 계속 공부하고, 나아가 그 흐름에 올라타 살아남아야만 한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은 약자는 강자에게 살아남을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죽으란 법 있나? 약자는 약자의 생존법으로, 적자를 흑자로, 바꾸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 이처럼 적자(赤字)지만 오늘도 생존(生存)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시대 자영업자들, 그들이 주인공인 글을 써보려 한다. 그 수 많은 자영업 컨설팅과 교육이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진짜 그들의 현실 이야기를 독자들께 전달해 드릴 것이다. 그 어떤 소설과 수필보다 희로애락 찐하게 담은 그들만의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적어 나가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첫 글을 마친다.



/김세종 통할통 대표
김세종 통할통 대표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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