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검색창 닫기

[탐사S] 빚이 늙어간다...'파산절벽' 내몰리는 6070

전체 개인파산자 25%가 노인층

60대 이상 '신불자' 나홀로 증가

노년층 한계차주, 빚내 빚 막기 악순환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실물경제 침체로 사회 취약계층인 60대 이상 노년층의 생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노인들이 폐지가 담긴 리어커를 끌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물경제 둔화가 가시화되면서 60대 이상 노년층이 빚을 갚지 못하고 파산하는 ‘노후파산’의 절벽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 사각지대에 있는 노년층은 자산과 소득이 동시에 줄어들기 시작하는 세대로, 한국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 중 하나다. 실물경제 위기가 증폭되면 이들 약한 고리부터 끊어질 가능성이 크다. 노후파산이 잇따를 경우 금융권은 물론 경제 전반에 큰 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빚의 노후화’ 가속화로 인한 경제충격이다.

전 연령층 가운데 60대 이상 노년층만 유일하게 신용불량자 숫자가 늘고 있다. 19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신용정보원에 따르면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지난 2015년 87만3,938명에서 2019년 83만7,767명으로 줄었다. 반면 60대 이상 노년층은 같은 기간 7만3,282명에서 11만8,202명으로 4만4,920명이나 늘었다. 노후파산의 절벽으로 내몰리는 60대 이상 노년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채무 부담으로 인한 노년층의 자살 급증, 소비절벽, 재정절벽, 사회 분위기 하락 등이 그렇지 않아도 늙어가는 한국 경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병원 의원은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지만 60대 이상 노년층의 가계부채와 연체율은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며 “별도의 관리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법원이 2016년 파산 선고를 내린 1,727명을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이 428명에 달했다. 전체 파산자 가운데 4분의1인 24.8%가 노년층이었다. 서울경제가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만7,000건을 웃돌았다. 1만7,000건 밑으로 떨어진 때는 2017년 한 번뿐이다. 경기부진의 여파 등으로 파산신청이 줄지 않고 있다. 올해 1월에만 이미 1,361건이 접수됐다. 코로나19발(發) 실물경제 부진이 깊어질 경우 숫자는 수직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생활고와 빚에 내몰린 노년층 한계 차주(借主)들은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빚을 끌어다 쓰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60대 이상 노년층이 빌려 쓴 보험 약관대출과 카드론은 각각 5년 만에 배 이상 급증했다. 60대 이상 차주의 보험 약관대출은 2015년 5조5,000억원에서 2019년 말 10조1,667억원으로 84.86% 늘었다. 60세 이상 차주의 카드론 규모 역시 2016년 2조4,488억원에서 2019년 말 4조5,363억원으로 85.24% 확대됐다. 이는 전체 보험 약관대출과 카드론 증가세보다 가파르다. 60대 이상 노년층의 은행권 가계대출이 꾸준하게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제2금융권인 보험사와 카드사 대출까지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경기부진과 저성장 기조 속에 전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노년층의 빚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운데 그동안 한국 경제 성장의 주역이었던 베이비부머가 올해부터 65세 이상 고령층에 편입된다. 인구구조상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노년층의 부채가 한꺼번에 부실화되지만 않는다면 금융혼란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로 소득 없는 노년층이 급증하는 추세가 앞으로 10년 이상 지속된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탐사기획팀=김정곤기자 mckids@

김정곤 기자
mckids@sedaily.com
< 저작권자 ⓒ 라이프점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메일보내기

팝업창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