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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창업에 앞서> 성공과 실패의 확률 게임을 벗어나

[라이프점프] 김흥록의 내 생에 첫 장사 (1)



지난 연휴에 고향 집을 다녀왔습니다. 부모님과 같이 식사를 하고 조카에게 용돈도 참새 눈꼽 만큼이나마 쥐어주고 왔더니 마음이 무척 뿌듯했습니다. 봉투에 가려져 있어 아직 용돈의 규모를 파악하지 못한 조카가 상기된 표정으로 거듭 감사의 인사를 해댈때 얼른 뒤돌아 나왔지만, 가족들에게 최소한의 도리를 할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라 느꼈습니다. 물론 직장인이라 가능한 여유일겁니다. 자영업자라면 이번 연휴에도 일을 해야 했을테니까요.

가게를 운영하는 일은 힘듭니다. 아무리 작은 가게라도 운영자라면 원재료 구매와 조리, 손님응대는 기본이고 원가관리, 재고관리, 시설관리, 노무·인사, 세무회계, 전략수립 등 사실상 기업 경영과 동일한 분야의 일을 총괄해야 하니까요. 각분야 담당직원이 있는 중소 중견기업과 달리 대부분의 자영업 운영자는 이 모든일을 혼자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제 입장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시간이었습니다. 카페나 식당 등 음식점의 경우 특히나 남들 일할때 일하고, 남들 쉴때도 일해야 합니다. 단순히 바쁜 것이야 감내 하겠지만 주말에 부모님을 뵈러 가는 일도, 아이들과 근교에 소풍을 가는 것도 그림의 떡입니다. 오너의 가게 관여도가 높은 시스템의 매장일 수록 비용이 절감되고 관리 수준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가게에 내내 매여있어야만 하는 모순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내어줄 저의 시간이 모자라다는 점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제발 명절 제외하고 1년에 두번만 더 부모님께 인사갈 수 있다면, 가깝게 지내는 아이의 친구 가족이 동반 근교여행을 가자고할 때 응할 수 있다면, 주말에 아이들과 식사를 마치고도 계속 같이 놀아줄 수 있다면, 하는 아쉬움의 연속이었지요. 일요일 오후 쫓기듯 가족들과 식사를 한 뒤, "아빠! 다시 가게 가야해?"라고 묻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올때면 마음이 굉장히 무거웠거든요.

가게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크게 두가지 이유일 것 같습니다. 하나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한 창업일 것이고, 또 하나는 부가 수익을 내기 위한 창업입니다. 어느 경우건, 예비 창업자들은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부터 준비를 시작합니다. 인터넷과 책을 통해 정보를 찾기도 하고 첫 시작의 열정으로 비슷한 아이템의 대박집을 발품팔아 찾아가 보기도 합니다. 요새는 자영업 관련 정보가 많아져 쪽박집도 한번 가봐야 한다고들 하니 장사가 안되는 집도 일부러 찾아가 봅니다.

가보면 나름의 분석도 나옵니다. "잘되는 집은 깍두기나 파채 등 사이드 메뉴가 특화됐더라", "메뉴를 간소화해 퀄리티를 높였더라", 또는 "메뉴가 너무 없어 손님의 선택권이 너무 제한됐다." 등등…

김 기자가 직접 창업해 경영했던 한 브런치 카페의 주방에서 손님들이 주문한 메뉴를 직접 요리하고 있다. /사진제공=김흥록기자


모두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저는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대박과 쪽박의 비결을 연구하기에 앞서 자영업자들의 삶부터 한번 들여다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들에게는 개인 시간이 얼마나 있는지, 가게에 있지 않을 때 그들은 무엇을 하는지, 또 무엇을 해야하는지, 가족과 동료와의 관계 유지는 어떻게 하는지, 노동의 강도는 어느 정도인지,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이런 자영업자의 삶이 내가 감내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물론 운영 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오너가 거의 관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카페 등 특정 업종은 요구되는 전문성이 낮아 영업시간 내에 특별히 오너가 필요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오너의 관여가 적으면 적을 수록 수익성이 점점 낮아지거나, 위기상황에 대처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오너가 없이 잘 돌아가는 가게를 갖췄다 하더라도, 영업일에 아예 신경을 쓰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쉬는게 쉬는게 아니지요.

물론 가게를 하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즐거움과 보람도 많습니다. 오픈 초기 몇 달 간 전전긍긍하다 갖은 노력 끝에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목표 매출을 훌쩍 넘기기 시작하던 순간도 기억나고, 이 동네에서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주셔서 되려 감사하다고 인사해주시던 손님도 기억납니다. 단골손님의 아이가 생일 때 꼭 여기서 먹고 싶다고 해서 아이 생일에 찾아와 주신 가족, 해외 여행 다녀오시면서 사장님네가 생각나서 샀다며 선물을 주시던 손님도 계셨습니다. 직원들과 머리 맞대 더 나은 조리법이나 관리법을 찾아냈을 때도 보람찼습니다.

창업을 한다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지만 그 이전에 샐러리맨과는 또 다른 정체성으로 살아가게 된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그래서 창업을 준비하신다면 먼저 해당 업종 선배 창업자들의 평균적인 삶의 모습을 꼭 보시길 당부드립니다. 첫 시작의 열정이 계속 이어지려면 자영업자로서의 삶에 지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하루 이틀이 아니니까요. 지치지 않는다면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고 더 나은 가게로 개선해 나갈 수 있습니다. 삶이 있고 가게가 있습니다.

/김흥록 서울경제 기자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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