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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오를 집? 내릴 집?

[라이프점프] 김윤희의 쉽게 읽는 부동산(4)



집은 결코 적지 않은 자본이 투입되는 재화인 만큼 한번 매입하면 5년이든 10년이든 또는 평생을 한 곳에서 거주하는 경우도 있다. 거주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주변 여건이 사용자에게 익숙해지고 편해진다. 그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나면 낯선 곳으로의 이동을 꺼리게 되고 다른 곳보다 익숙한 집에 더욱 애착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집은 근본적으로 ‘거주’의 기능을 지닌 재화이면서 감정적인 요인이 상당부분 녹아있는 재화이기도 하다. 필자가 집을 단순한 ‘재화’가 아닌 ‘감성 재화’라고 표현하곤 하는 이유다.

거주 목적의 재화인 집 역시 다른 일반 재화와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이 때 주변 다른 집보다 더 높거나 낮게 거래되는 경우가 있다. 매도자나 매수자의 급한 사정이 있다거나 시세가 급격하게 변동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도 동일 단지 내에서조차 호가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일자리, 교통, 학군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조망, 편의시설, 환경, 나아가 정책, 금리 등도 요인이 될 수 있다.

집에서 멀지 않은 지역에 일자리가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탄탄한 배후 수요를 갖게 된다. 통상 업무중심지역이나 중심상업지역, 산업단지, 공업단지 등과 같이 일자리가 집적되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배후 주거지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지역의 경우 시장의 부침이 있을 때에도 안정적인 시세를 나타내는 게 일반적이다. 또한 일자리는 좀처럼 지역을 옮기지 않는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직장과의 동선 및 거리가 거주지를 선정하는 주 요인이 된다. 여기에서 거리는 물리적인 거리뿐만 아니라 시간적인 거리도 포함된다. 강남권을 예로 들자면 지리적으로는 분당보다 멀지만 신분당선이 개통되면서 이동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판교나 광교 등의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이유이기도 하다.

교통은 직주근접과도 연결되어 있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거주지에서 출퇴근이나 통학, 쇼핑 등 다양한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할 때 주로 활용하게 되는 버스나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이 일반적이며, 주변 도로나 고속도로 등도 교통요인이다. 수도권의 경우 교통망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 빈도가 높다. 따라서 거주지에서 인근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역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노선들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인근 강남지역으로 연결되는 터널이 뚫리면서 접근성이 좋아진 서초동의 경우나 기존에 없던 노선이 생김으로 인해 집값이 크게 오른 김포나 고덕 등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학군 또한 집값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학군은 자녀가 학교를 다니는 특정 기간에 국한된 니즈에 해당하지만, 제한된 지역에 많은 수요가 집중되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일자리 수요보다 더욱 강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맹모삼천지교’라는 옛말도 있듯 자녀의 학업을 위해서 잦은 이사나 월세살이를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맹목적인 학구열은 이러한 특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최근 사립학교 폐지 등의 이슈로 사립교육과 학군 기반이 강한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더욱 공고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온라인 강의가 보편화 됨에 따라 학군에 따른 선호도가 다소 해소될 것으로 예측한 이들도 있지만 오프라인 교육이 지닌 강점은 좀처럼 뛰어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집값을 좌우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같은 단지라 하더라도 강이나 호수, 공원 등의 뷰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로열동, 로열층으로 구분되어 인근 세대보다 높거나 낮은 가격을 호가하기도 한다. 단지 자체의 여건이 아니더라도 ‘스세권’, ‘편세권’ 등의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선호하는 브랜드의 카페나 편의점, 마트, 병원 등의 생활 편의시설 여부가 중요하게 검토되기도 한다. 생활 반경이나 삶의 사이클이 변화해 가면서 세대별로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결국 거주 측면의 편의를 좇는다는 측면에서는 일맥상통한다.

집이나 지역 자체의 특성을 벗어난 외부 변수도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정책과 금리 등을 꼽을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 규제가 강화되면 시장이 위축되고 규제가 완화되면 시장이 활성화 되는 게 일반적이며, 금리는 자금 조달 방법이 되는 대출과 직결되어 집값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 집은 오를 집? 내릴 집?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집은 거주기간이 길고 익숙해질수록 감정적인 ‘가점’이 부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우리 집이 오를 수 있는 집인지, 내릴 수밖에 없는 집인지 살펴보려면 주관적인 판단은 잠시 내려놓고 냉정하게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주변에 일자리나 거주 편의성을 증대시킬 만한 개발호재가 있는지, 또는 주변에 대규모 공급 등과 같은 경쟁력 약화 요인이 있는지 체크하고, 인근 유사 물건 대비 내 집이 가진 강점과 약점을 살펴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부각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입지가 좋고 접근이 용이하다면 가격이 높고 인프라가 다소 부족해도 유입 수요가 있을 수 있지만, 입지적인 요건이 그다지 유리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가격 경쟁력을 갖추거나 인프라 측면에서 강한 매력이 있어야 수요를 유입시킬 수 있다. 단점을 해소하기 위한 일환으로 신축이나 리모델링, 작게는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가치 상승을 위한 개선 노력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좋아질 만한 기회나 호재가 없다면 과감히 지역이나 물건을 갈아타는 용단이 필요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는 시장 참여자 모두가 비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장 값비싼 보석일 수 있듯, 내 집의 가치 또한 자신이나 가족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시장 참여자가 판단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김윤희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 과장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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