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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상 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 "당신의 몸값은 얼마인가요"

삼성SDI·현대카드 등 대기업서
마케팅, 브랜드 전략 담당
대기업 '로열티' 따지는 시대 지나
간판보다 중요한 건 전문성
6개월 마다 이력서 수정
헤드헌팅 객관적 평가 맡겨

  • 서민우기자
  • 2020-05-19 05:10:12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대기업을 입사 후 3년 6개월 만에 그만뒀다. 괴롭히는 직상 상사가 있었던 건 아니다. 일이 힘들었던 것도 아니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했고, 나름 인정도 받았다. 퇴직을 결심한 이유는 단 하나. 회사로부터 더 이상 얻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내가 회사에 주는 것보다 회사가 내게 돌려주는 것이 적다고 여겨지는 순간,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났다.


누군가는 말한다.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떨어진다', '조직은 그런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첫 직장을 떠나 이후 10여년 간 또다시 여러 번 회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적어도 '로열티' 문제로 불이익을 받거나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적은 단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회사의 간판만 바뀌었을 뿐 마케팅 분야에서 그의 전문성은 해가 갈수록 쌓여만 갔다. 교육업체이자 콘텐츠 프로바이더인 패스파인더넷의 공동 대표 강재상 씨의 이야기다. 하루에도 여러 번 회사를 뛰쳐 나가고 싶다가도 별다른 대안이 없어 고개를 떨궈야 하는 보통의 직장인들에게 강 씨의 삶은 강한 울림을 준다.


강 씨는 한번이라도 이직을 생각해 본 직장인이 있다면 '철저한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주기적으로 자신의 업무 능력을 외부기관에 맡겨 평가 해보라는 것이다. 자신만의 전문성을 살려 재취업에 성공하려면 평소 '나의 몸값이 얼마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강재상 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 '당신의 몸값은 얼마인가요'

- 삼성SDI,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두산인프라코어 등 다수의 대기업에서 근무했다. 산업군을 넘나드는 커리어 패스가 인상적인데 의도한 것인가.


“의도한 건 아니다. 겉만 보면 회사 속성도 다르고, 업종도 다양하다. 하지만 그곳에서 주로 마케팅 분야에서 일했다. 대학 시절부터 마케팅 쪽에 관심이 많았다. 마케팅의 범위는 매우 넓다. 마케팅이라는 직무를 가져가되 수평으로 펼쳐 보이고 싶었다. 산업군, 기업의 규모 등은 중요하지 않았다.”


- 회사는 바뀌어도 하는 일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많이 옮기다보니 면접관들로부터 ‘왜 이직을 했냐’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그 때마다 회사의 간판만 바뀌는 것일 뿐 나는 마케팅 직무, 하나만을 파왔다고 말씀 드렸다. 그분들도 별다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수긍하시더라.”


- 듣다보니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로열티’만 강조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맞다.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말은 구직자나 회사 모두 부담이 되지 않을까.(웃음) 오히려 회사에 내가 기대하는 것, 내가 회사에 줄 수 있는 것을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 잘 통하는 것 같다. 정말 보수적인 회사가 아닌 이상 적어도 10년 전부터 기업들에게 이런 문화가 형성된 것 같다."


- 마케팅 분야가 유독 더 그런가.


"그렇다. 마케팅 직무는 다른 분야보다 일찍 깬 것 같다. 아무래도 최신 트렌드를 먼저 반영하다 보니 일하는 문화도 빨리 변하기 마련이다. 최소한 내 분야에서 로열티 문제로 면접에서 떨어진 적은 없다."


- 남들은 한번 들어가기도 어려운 대기업을 여러 곳 옮겨 다녔다. 어떤 계기들로 이직하게 된 건가.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웃음) 지금보다 젊었을 땐 ‘배울 만큼 배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건방져 보이겠지만 돌이켜보면 뭔가 더 좋은 것을 찾아 기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건 아니었다. 내가 갖고 있는 능력 대비 회사에서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느낀 순간, 다시 말해 나와 회사의 균형이 깨진 순간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났다. 뭐랄까. 직장인들은 공감할 텐데, 조직을 보면 능력은 별로 없는데 좀비처럼 살아서 높은 지위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꼭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와, 저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저렇게 해야만 저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 때 이직을 결정했던 것 같다."


- 주특기가 있어 이직이 쉬웠을 것 같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대안이 없어 움직일 수가 없다.


"동의 한다. 하지만 나 역시 첫 직장을 떠날 때 두려움이 컸다. 실은 내 인생 계획에 '사업'은 전혀 없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사업을 하셨다. 한남동 45평 넘는 집에 살다가 반지하 집으로 이사가고, 다시 큰 집으로 옮겼다. 대학 4학년 1학기 때 취업한 것도 유년 시절 겪었던 불안정한 삶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재상 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 '당신의 몸값은 얼마인가요'


- 이직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나.


“회사를 먼저 떠난 존경하던 선배가 있었다. 앞서 말한 이유 등으로 이직 고민을 털어놨다. 그랬더니 "왜 넌 모든 해결책을 회사 안에서만 찾으려고 하냐"고 나무랬다. 그 때 '탁!' 하고 머리를 한 대 맞는 느낌이 들었다. 회사 안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분야는 한정돼 있고 시간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회사 선배의 말을 듣고 더 늦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이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두 번째 직장이 현대카드다. 옮긴 이유는.


“개인적 욕심이 컸다. 삼성SDI에서 시장수요 조사, 시장 공략 방안에 대한 업무를 했다. 그러다보니 실제 고객을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마침 현대카드·캐피탈 쪽에서 브랜드 매니저 직을 제안해와서 이직했다.


- 제조업과 금융업, 이질적일텐데 적응에 어려움은 없었나.


“운이 좋았다. 브랜드 매니저로서 전문성은 좀 부족했지만, 회계 지식을 갖춘 것이 도움이 됐다. 워낙 이쪽엔 브랜드 에이전시나 크리에티브 출신들이 많다보니 '숫자를 좀 아는' 브랜드 매니저가 필요했던 것 같다. 실제 옮긴 회사에서 원했던 것이 브랜드 매니저 중 한 명 정도는 숫자를 좀 다루면서 사업과 매출을 연계하는 것이었다. 부서에서 경영진에 보고할 땐 결국 이 사업이 돈이 얼마나 되는지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


- 세번째 직장은 중후장대 업종이었는데, 거기선 뭘했나


"당시 그 회사가 전세계 모든 웹사이트를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업무를 맡을 디지털 마케터가 필요했고, 제안이 와서 응했다. 보통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전에 받던 연봉 대비 15% 이상 되지 않으면 가지 않는다는 룰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이직을 결정할 때 돈보다 가능성을 봤다. 마케팅과 브랜드 전략이라는 내 전문성을 키워 가는게 우선이었다. 세 번째 회사는 연봉은 좀 떨어졌지만 이런 이유로 이직을 결정했다."





강재상 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 '당신의 몸값은 얼마인가요'

-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소개해달라


"대기업 생활 후 브랜드 컨설팅 회사를 거쳐, 에듀테크 스타트업 ST유니타스에서 본부장 생활을 끝으로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끝냈다. 지금은 인생 계획에 없었던 '사업'을 하고 있다. 기업과 성인 대상으로 교육 및 콘텐츠를 공급하는 회사는 패스파인더넷과 스타트업 육성 폐쇄형 네트워킹 그룹 알렉스넷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스타트업 코칭과 교육, 심사와 평가를 하면서 다양한 강연도 하고 책도 쓴다."


- 그러고 보니 직장인들 사이에서 '나를 미치게 하는 오피스빌런'(※편집자주: 오피스빌런은 직장 생활에서 피하고 싶은 상사를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악마를 뜻하는'빌런'에 빚대어 이들과의 관게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직장인 생활 탐구서다)이 인기가 많다. 경험담인가.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난 커리어 패스가 오픈돼 있다. 누군가를 타켓팅 한 것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웃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경험담과 사업을 하면서 알게된 사례들을 섞은거다. 콘텐츠 프로바이더 사업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직장 내 '오피스 빌런'들은 자신들이 후배들 사이에서 악당으로 불리는 것을 모른다는 점이다. 오히려 의식 있는 상사들이 '혹시 나 아닌가' 하고 반응한다. 오피스 빌런들은 자신을 욕하는 줄 모르고, 다른 사람들에게 오피스 빌런이 있다며 보여준다."


- 패스트파인더넷이나 알렉스넷을 이용하는 고객층은 주로 연령대가 어떻나


"메인은 25~35세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략을 좀 수정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이상으로 확장했다."


- 이유는


"대기업들 인력구조를 봐라. 역삼각형이다. 실무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적고 관리자들이 많다. 비정상적인 구조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원격근무가 활성화되면서 기업들도 느끼는 바가 있을 거다. 각 개인의 아웃풋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는가. 아마 올해와 내년까지 40~50대 사이 인력들의 구조조정이 크게 일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이 재취업 시장에 나왔을 때 다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실제로 과거엔 스타트업 코칭 교육에 4050세대들의 비중이 적었지만 최근엔 눈에 뜨게 늘었다."



대학교 4학년 '마케팅'으로 진로를 정한 뒤 다양한 산업군, 회사에서 마케팅 & 브랜딩 전략을 담당한 강재상 대표. 그가 이직을 한 기준은 회사에 대한 '로열티'보다는 '나의 전문성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가?'였다고.
그런 그가 스타트업 컨설팅을 하면서 만난 4050 창업자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특히 회사를 다니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라이프점프 TV 에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영상 촬영 및 편집=김지영 객원에디터



- 젊은 창업가들에 대한 코칭 경험이 많다. 그들과 4050세대 창업가들을 비교한다면


"아무래도 숙련성, 전문성에서 우위에 있다.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했다면 대부분의 경우 4050세대들은 사업이 벌어지는 전후 과정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다. 물론 단점도 있다. 귀가 닫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대부분 실패한다. 벤처캐피탈리스트, 엑셀러레이터, 정부 지원 담당자들의 나이를 보면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가 많다. 나이가 자신보다 어리다고 생각하시는지 코치의 말도 잘 듣지 않는다."


- 4050 창업가가 성공하려면 열린 마인드가 중요하겠다


" 그렇다. 이런 분들은 코칭을 할 때 대화부터가 다르다. 아울러 성공하는 사람들은 동일한 특징이 있다.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창업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 이미 회사를 다니면서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나온 사람들이란 거다. 중견기업 이상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저녁에 술도 마시고, 주말엔 골프도 치러 나가고 할거다. 조기축구도 나가고 낚시도 즐긴다. 하지만 직장생활 이후에도 성공하려면 이런데 들이는 시간을 줄여 다음 커리어를 준비하는데 쏟아야 한다."


- 이직을 준비하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직장인들에게 조언을 해주다면


"첫째는 본인이 갖고 있는 전문역량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치가 얼마가 되는지 숫자로 뽑아봐라. 둘째는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 '해야 하는 것' 이 세가지를 구분했으면 한다."


- 숫자로 뽑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나의 강점과 약점을 머릿 속에 모호하게 그리지 말고, 객관화하라는 것이다. 팁을 드리자면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한 것이 있다. 회사를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을 때도 분기에 한번, 늦어도 6개월에 한번 내 이력서를 업데이트한 후 헤드헌팅 회사에 돌렸다. 그러면 내 몸의 가치가 얼마인지가 바로 나온다. 내 역량이 얼마나 되고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직장인이 좋은 이유가 내 산업 영역, 직무 영역이 명확하다는 거다.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에선 내 가치를 연봉과 같은 돈으로 환산할 수 밖에 없다. 헤드헌팅 회사의 피드백을 받아 보고,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면 된다."



/서민우기자 ingaghi@lifejump.co.kr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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