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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사장님들 뼈 때리는 이야기

[라이프점프] 김세종의 적자생존(赤字生存) (3)



직장 생활 총 2년여 만에 빠른 퇴사를 결심하고, 그간 모은 돈으로 작은 술집을 하나 차렸습니다. 오목교역 앞에 있는 3평 남짓한 가게는 외식업의 A~Z까지를 학습하기에 매우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웬만한 산전수전은 다 겪었다 자부했었는데, 지금 운영 중인 가게들에서도 배워가는 것이 또 새롭습니다. 그래서인지 ‘식당 사장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하면서, 외식업 광고가 회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사장님들 덕분에 전국 팔도 안 돌아다녀 본 곳이 없습니다. 이미 줄을 세워 놓고 장사하는 소문난 맛집부터, 정말 하루에 한 명의 손님도 받지 못하는 위기에 처한 식당까지.

그렇게 수많은 사장님들과 소통하면서 나름대로 재미난 통계를 찾아내었는데, 장사가 잘되는 집이건 안되는 집이건, 열에 아홉 사장님들은 “이 지역에서 내 가게 음식이 제일 맛있다.” 꼭 말씀하신다는 것!

그런데 저는 조금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외식업자 10명 중 1명 살아남는다’라는 말은 다 거짓말이었는지, 아니면 대한민국 외식업계의 맛의 상향 평준화가 너무 이루어져, 이미 ‘맛’ 하나로는 승부가 안돼서 이렇게 자영업자들이 힘들어하는 것인지 말이죠.

물론 당연히 자기 음식 맛에 겸손하다고 하여 외식업으로 성공한 1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음식 장사는 수많은 요인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만들어 내는 하나의 복합 예술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점의 성패를 좌우하는 불변의 핵심 요인은 ‘맛, 가격, 서비스’ 일 것입니다.

이 중 ‘가격과 서비스’는 사실 ‘맛’이라는 절대적인 요인에는 미치지 못한다 단언합니다. ‘맛’만 있다면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지든, 가격이 높든, 위치가 산속에 있든 찾아가고, 재방문하는 것이 사람들이 심리이고, 그만큼 음식 장사에서 ‘맛’은 가장 기본이자 어쩌면 전부일 수도 있는 요소이니까요.

그래서 눈앞에선 민망해 말씀드리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렇게 지면을 통해서라도 말하려 합니다. 용기내어 말씀드리니 용서해 주십시오!

“왜… 우리 사장님들은 그렇게 자기 식당의 음식에만 유독 감수성이 풍부해지시는 거죠…?”

이 맛을 내기 위해 들였던 공과 시간에 대한 보상심리인지,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한 맹목적 신의 인지, 이전에는 이 음식으로도 잘 팔았었다는 과거에 대한 회상인 건지…. 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또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만큼 사장님 가게의 음식은 ‘맛’ 측면으로 전혀 특별하지 않습니다.”

왜 타인의 가게에 대한 맛의 평가는 객관적이고 냉철한 스탠스를 유지하면서도, 유독 자신의 음식에 대해서만 그렇게 관대하신지….

사장님들은 마지막에 꼭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난 거기가 왜 그렇게 잘되는지 잘 모르겠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장님들의 그 마음이 순수함인지 교만인지.

코로나로 인해 자영업계의 위기가 찾아 왔음에도, 이와 전혀 상관없이 대기 줄을 세우시는 식당들을 몇 군데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식당들의 공통점은 뜬금없이 ‘먹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가게였습니다. 광고로 인해 만들어진 ‘맛집’이 아닌 광고조차 필요 없는 진짜 ‘맛집’은 어떤 위기에도 흔들림이 없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광고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엔 이미 사람들은 너무 많은 광고에 노출되어 있으니까요.

/김세종 통할통 대표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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