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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샤프트 계의 장인, 장모입니다

일제가 판 치는 골프용품 시장에 '메이드 인 코리아' 도전장
'둘이 밀고 나가자'란 뜻 담은 기업명…함께할 수 있어 중년창업 두렵지 않아
프리미엄 샤프트 시장 선두가 되겠다

  • /광주=박해욱 기자 서민우기자 spooky@lifejump.co.kr
  • 2020-06-02 17:53:38
‘우리’는 샤프트 계의 장인, 장모입니다
박건율(오른쪽) 두미나 회장과 정두나 대표가 국산샤프트의 핵심 기술의 보고인 회사 부설 연구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박해욱기자

골프 세계엔 몇 가지 등식이 있다.


LPGA 세계 랭커는 곧 대한민국이다. 랭커들의 국적 중 가장 많은 곳이 우리나라다. 5월말 현재 LPGA 세계랭킹 1위는 고진영 프로, 3위는 박성현 프로다. 랭킹 범위를 넓히면 30위권 내 한국 국적 선수는 절반에 달하는 13명(한국계 다니엘 강, 이민지 프로 포함하면 '무려' 15명)이다.


골프클럽은 곧 일본이다. 미즈노, 브릿지스톤, 혼마 등 골프용품 브랜드는 골퍼들 사이에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다. 지난해 일본 정부의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일본 맥주, 의류, 자동차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지만 일제 골프용품은 불매운동의 무풍지대였다.


이름도 흥미로운 중소기업 두미나는 2명의 중년 남녀가 ‘골프클럽=일본’이란 등식을 깨기 위해 창업한 샤프트 제조 중소기업이다. 골프클럽의 헤드와 그립을 이어주는 막대 부분인 샤프트는 골프클럽의 전체 무게를 결정해 볼의 정확성과 비거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품이다. 일본이 전 세계를 주름 잡는 대표적 골프용품이다.


골프용품의 불모지인 샤프트 제조에 나선 것도 이채롭지만 이보다 더 이목을 끄는 것은 두미나를 이끄는 두 사람의 창업기다. 일단 두 사람은 부부지간은 아니다. 한 부부와 중년 남성, 세 명이 친목을 다지다가 부부의 남편이 일찍 작고한 뒤, 남겨진 두 사람이 고인의 꿈을 이어 받아 창업한 회사가 두미나다.


써놓고도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 특별한 창업가들의 깊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경기도 광주시 두미나 공장을 찾았다.



‘우리’는 샤프트 계의 장인, 장모입니다
경기도 광주시에 소재한 두미나의 제조공장. 공장 지붕위에 자리 잡은 캐릭터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박해욱기자


-자기 소개 부탁 드린다.


“국산 샤프트 제조기업 두미나의 박건율, 정두나 대표다. 스스로 샤프트계의 장인(박건율), 장모(정두나)라고 믿고 세계 ‘최고’의 샤프트를 만들고 있다.”



-기업명이 독특한데.


“‘둘이 밀고 나가자’란 의미를 담았다. (정두나) 학창시절 국어 선생님이 순우리말(?)이라면서 나와 단짝 친구를 지칭했던 말인데 좋아하는 단어라 기업명으로 정했다.”



-그렇구나. 제품에 대한 포부가 대단하다. 그만큼 품질을 자신하는 것 같다. 사전 취재를 해보니 전 세계적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가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이상하게 샤프트는 국산제품이 크게 인정 받는 시장은 아닌 것 같더라.


“아직 브랜드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지 (하하) 성능은 우리가 최고라고 믿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 중 샤프트를 만드는 곳은 대략 10여 곳이 있다. 두미나는 세계 랭커도 배출한 샤프트다.”



-선수이름을 알려달라.


“LPGA에서 활약하는 지은희 프로, 신지은 프로, JLPGA 투어 신지애 프로 등이 우리 샤프트를 휘두르고 우승했다.”



‘우리’는 샤프트 계의 장인, 장모입니다
지은희 프로가 두미나의 국산 샤프트를 장착한 드라이버로 호쾌한 스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두미나

‘우리’는 샤프트 계의 장인, 장모입니다
신지애 프로도 두미나의 국산 샤프트를 즐겨 사용하는 골퍼 가운데 한명이다. /사진제공=두미나


-유명한 이름들인데, 두미나 제품은 어떤 강점이 있길래.


“써 보면 안다. (하하) 농담이고 샤프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 확보한 샤프트 종류만 50여가지가 넘는다. 각 골퍼마다 스윙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해서 이런 점이 좋다, 저런 점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런 말씀 죄송하지만 인지도에 비해서 유명 프로들이 우승할 때 썼던 채라고 하니까 특별한 마케팅 비법이라도 있나.


“우리는 아직 작은 기업이라서 마케팅에 쓸 비용적 여력이 크지 않다. 제품개발에 진정성을 다한 보상이 아닐까 싶다. 지은희 프로의 경우 지 프로 아버지가 우리 공장을 찾아오셨다. 그 분 말씀이 ”태국 전지훈련 중 두미나 샤프트 이야기를 들었고 꼭 한 번 써보라는 권유가 있어서 찾아왔다고 하시더라. 그렇게 인연이 맺어졌고 지 프로가 나중에 우승까지 하게 돼 너무 기뻤다.“



-다른 제품보다 나은 점이 있으니까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잖나. 좀 더 자세한 설명해달라.


“우리는 소재에 자신 있다. 지금까지 일본 샤프트가 시장을 다잡았던 것은 샤프트의 소재인 카본을 일본기업이 석권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샤프트 제조에 뛰어들면서 이 부분이 가장 답답했다. 아무리 정교하게 만든들 소재 원산지인 일본을 뛰어넘기가 너무 어려웠다.


우리가 선택한 전략은 소재개발이었다. 특히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확보할 수 있는 소재를 기반으로 일본제품보다 뛰어난 샤프트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나온 게 최신작 ‘오토플렉스’다.“


"2013년도에 '대한민국에서 샤프트를 한 번 제대로 만들어보자'라는 뜻으로 만나서 지금까지 온 거에요. 이제는 국산 샤프트에 대해서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해요. 두미나가 선도한거죠." 골프 좀 친다는 사람들이 아는 '샤프트 브랜드' 두미나. 두미나를 만들고 지금까지 이끌어 온 박건율 회장과 정두나 대표이사를 만나보았다.



-오토플렉스가 어떤 제품인지, 어떤 소재로 만들었기에 일본제품을 뛰어넘었다고 자평하는지 좀 더 설명해달라.


“국내 많은 연구소들이 창조해낸 소재들을 구해 기존 카본소재와 융합해 본 것만 수 백 차례다. 연구개발 시간만 3년이 걸렸다. 그렇게 ‘소재 찾아 삼만리’ 끝에 우리가 원하는 레시피를 개발해냈고 그 소재를 적요한 것이 오토플렉스다.


이 제품은 이름에 드러나 있듯이 자동(Auto)으로 샤프트 강도(Flex)를 조절해준다. 일반인들에겐 좀 어려울 수 있는데 최대한 쉽게 설명해보겠다.


샤프트 성능기준 중 CPM이란 게 있다. 1분당 샤프트 진동수를 뜻하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강도가 세고 딱딱하다.


힘이 센 성인 남자골퍼는 통상적으로 CPM 260 정도를 쓰는데 오토플렉스는 CPM이 160, 180, 210 세 가지뿐이다. 만약 CPM 강도가 높은 샤프트를 쓰던 골퍼가 우리 제품을 쓰면 골프채를 쉽게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이때 방향성을 잡아주는 게 핵심인데 오토플렉스는 가벼우면서도 방향성을 잡아준다.“



‘우리’는 샤프트 계의 장인, 장모입니다
라이프점프 취재기자가 두미나의 제조공장 안에 위치한 스윙 분석실에서 박 회장의 코칭을 받으며 샤프트 성능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사진=박해욱기자


-상식적으로 중량이 가벼우면 스윙 스피드를 내기는 쉽지만 반대로 채가 낭창거리면 일관된 샷을 하기 어려워지지 않나.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것이 이 제품의 매력이다. 남자들이 여자 채를 치면 편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문제는 힘이 강해서 공이 도망간다. 오토플렉스는 도망가는 공을 잡아준다. 우리가 개발한 소재의 힘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그 기술을 KHT라고 명명했는데 ‘코리안 히든 테크놀로지’라는 뜻이다. 일종의 영업비밀이라 기술내역을 설명할 수는 없다. 특허출원을 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샤프트의 핑크 색상이 눈에 띈다. 취재 전에 광고영상도 찾아봤는데 다시 한번 죄송한 말씀 드리면 마케팅 전략이 약간은 ‘올드’한 느낌이 든다.


“그게 우리다. (하하) 두미나 대표 캐릭터 로봇도 그렇고 제품명(오토파워, 오토플렉스)도 그렇고 주변에서 좀 더 세련되게 만들지 그랬냐는 타박 많이 들었다. 그런데 굳이 그런 것에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우리 스타일이 그런 거라고 답한다. (하하)”



‘우리’는 샤프트 계의 장인, 장모입니다
국산 샤프트의 대명사인 두미나는 각종 단체 및 협회로부터 품질 인증서를 받을 만큼 뛰어난 제품 품질을 자랑한다. /사진=박해욱기자


-사무실에 걸려 있는 태극기나 제품명에 들어간 ‘코리아’란 용어도 그렇고 속칭 애국주의 마케팅을 할 법만도 한대.


“그런 고민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제품력을 인정 받기 전에 ‘국뽕’ 같은 것에 기대서 사업하지는 말자고 우리끼리 약속했다. 샤프트에 들어간 문양은 한국의 대표 이미지인 ‘보자기’를 형상화한 거다. 이 문양을 적용한 이유는 디자인 공부를 하면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란 믿음 때문에 선택했다. 첫 샤프트 제품에 태극기의 건곤이감 문양을 적용했는데 이 제품을 해외박람회 출품했을 때 뭔가 벅찬 기운 같은 것을 느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



-늦은 나이에 창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박건율) 17년 전쯤인가. 우연찮은 기회에 정 대표 부부를 알게 됐다. 이후 골프용품 사업을 함께 했는데 지병으로 정 대표 바깥분이 운명을 달리 하셨다. 이후 둘이 의기투합해 샤프트 시장에서 승부를 보자는 목표를 잡고 지난 2013년 두미나를 설립했다.”



-흔치 않은 창업과정이다. 늦은 나이도 그렇고 공동창업자들 관계도 그렇고.


“(정두나) 박 대표가 과거 골프 관련사업(매거진 및 브랜드 운영)을 해서 이 분야 전문가다. 제품개발 쪽은 박 대표가 총괄하시고 나는 디자인 쪽을 담당한다. 고인이 살아계실 때 셋이 죽이 잘 맞았다. 그분 역시 미술을 했던 분이라 우리 부부가 디자인을 맡고 나머지를 박 대표가 담당하시고. 즐거운 날들이었다.”



-왜 하필이면 샤프트 제조인가. 샤프트 시장성이나 연구개발 부담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 같아 보인다.


“두미나 창업 전에 샤프트 수입상이었던 적이 있다. 사업차 일본을 자주 방문했는데 한국 수입상을 대하는 일본 수출상들의 태도를 보면서 강한 회의감을 느꼈다. 속칭 가격으로 장난 치는 경우가 하도 많아서 이럴 바에 우리가 만들어보자, 란 오기가 발동했다. 그래서 시작했다.


투자비용 대비 매출을 생각했다면 샤프트 시장은 진입하지 말아야 할 곳이다. 이 시장은 일본업체가 95% 이상을 잠식하고 있다. 지배적 지위를 넘어서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데 샤프트는 다른 골프용품보다 기술력을 확보하기가 용이하다고 판단했다. 카본 원단을 활용해 높은 탄성률을 실현하는 것이 샤프트의 기본원리다.


소재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제품을 만들 때 기본이 되는 하나를 만드는 것을 ‘패턴을 만든다’고 하는데 소재의 배합비율을 각기 다르게 해서 만들어낸 패턴만 우리가 확보한 것이 400여 가지가 넘는다. 일본 샤프트를 넘어서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우리’는 샤프트 계의 장인, 장모입니다
두미나의 직원이 샤프트에 두미나의 고유 색깔인 핑크색을 도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박해욱기자


-사업하시는 분들에겐 실패, 시련, 역경이란 공통점이 있다. 두 분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나.


“그렇지 뭐. 우리는 스스로를 ‘바보’라고 부른다. 하도 당해서 바보, 순진하게 믿다가 뒤통수 맞아서 바보.


두미나 창업 전에 샤프트 사업을 한 적이 있다. 국내 샤프트 제조 중소기업의 지분을 사서 경영에 참여하는 형태였는데 5년 정도 믿고만 가다가 그냥 당했다. 제품개발을 완료하고 이제 시장에서 열심히 팔아보자, 라고 생각하고 있을 찰나였는데 파트너가 고의부도를 내서 회사가 사라져버렸다. 아니, 다른 곳에 공장 얻어놓고 원래 공장은 닫았던 거지.


돈은 돈 대로 날리고, 마음은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참 힘들었다. 소송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아까 우리가 바보라고 했지? 얼마나 바보냐면 지분인수하고 나서 3년 간 결산서류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 어련히 잘하겠지 싶었는데 소송 자료도 제대로 못 챙기고 그러다가 결국 소송에 졌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시련을 겪으면서 조금은 똑똑해진 것 같다. 이제는 안 당할 것 같다.“



-늦었지만 위로의 말씀 전한다. 제품도 훌륭하고 꼭 사업이 번창하시길 바란다. 수출을 통해 외형을 확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품 잘 만든다는 소문이 좀 도니깐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외주생산 문의를 받은 적도 있다. 그런데 아직 우리는 그 정도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해서 거절했다.


우리는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샤프트 시장에서 유명한 브랜드 몇 개가 있는데 후지쿠라, AD투어, 바실리우스 등이 프리미엄 샤프트 브랜드다. 두이들 유명한 샤프트를 쓰다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아 마지막으로 찾는 제품이 두미나다. 일단은 국내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고 외형이 갖춰진 후에 수출을 시작할 계획이다.


아! 이번 인터뷰에서 최초로 밝힐 게 있다. 요즘 렌탈 서비스가 유행하잖나. 오토플렉스 샤프트 렌탈 서비스를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



-(하하) 단독 기사를 주신 거네요. 감사하다. 꼭 싣겠다. 이것과는 별개로 묻고 싶은 게 있다. 골프 하는 분들을 보면 참 신기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그 멀리까지 가는데 볼이 안 맞아서 스트레스 받는다는 분들을 많이 봤다.


“두미나가 꿈꾸는 세상이 골프 치면서 스트레스 받는 분들이 사라지는 세상이다. 우리는 다양한 골프단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중년 여성, 유망주 등 다양한 계층이 대상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특성을 지녔지만 다들 골프를 사랑하고 골프를 즐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제품을 쓰는 골퍼들도 꼭 그런 기쁨을 얻길 바란다.”



-두 분께 골프란 무엇인가


“(정두나) ‘마이 라이프’. 골프를 빼놓고는 인생 설명이 안 된다. 좋은 샤프트 만들어보려고 공장 근처로 아예 집을 옮겼다. 매일 여기로 출근하고 여기서 제품 만들고 손님 맞는다. (박건율) 나도 ‘골프는 삶’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하하) 내게 골프는 행복이다. 매일 공장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사무실 들어가는데 골퍼들에게 행복을 배달하자란 생각을 한다.”



‘우리’는 샤프트 계의 장인, 장모입니다
박 회장과 정 대표가 두미나의 향후 경영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객원에디터


-마지막 질문. 앞으로 계획은.


“골프용품과 관련해 ‘파이’를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다. 지금은 샤프트만 만들지만 멀지 않은 시점에 골프헤드를 포함해 완제품을 만들어보고 싶다. 일반적인 골프제품처럼 샵을 통해서 파는 게 아니라 앞서 말했듯 렌탈 서비스로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진심이 통한다면 파이가 커지지 않을까? (하하) 더 큰 욕심이 있다면 좋아하는 골프를 원 없이 치는 거지.(하하)”




//광주=박해욱 기자 서민우기자 spooky@lifejump.co.kr
/광주=박해욱 기자 서민우기자 spooky@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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