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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후벼파기] 코로나는 회색 코뿔소의 습격이다

롯데그룹 임원만 읽었다는 코로나 보고서를 봤더니 ⑴

코로나는 예측 가능한 위협…5~6년 주기로 찾아오는 감염병

가보지 못했던 길을 따라 제3의 지대로 이동

디지털 세계로 가속화…한국엔 위기이자 기회

※이슈는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습니다. 넓고 깊게 살펴야 이슈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열쇳말로 이슈를 분석하는 <이슈 후벼파기>입니다.

주인공 : 롯데그룹 경영지침서

주제 : 코로나 이후

열쇳말 : 회색 코뿔소, 제3의 지대, 백신, 쇼크 독트린, 복합위기

개요

코로나19가 우려 단계를 넘어 전 세계를 뒤흔드는 실체적 위협으로 부상한 지난 4월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라는 당부를 그룹에 내렸다. 롯데그룹 인재개발원을 이끄는 전영민 원장은 곧 바로 경영지침서 작성에 돌입했다. 그는 정치·사회·문화인류·경영·공학·생물·심리학 석학들을 일일이 찾아가 심도 있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렇게 나온 보고서가 ‘Before Corona and After Corona’다. 롯데그룹은 해당 보고서의 대외유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계열사 대표와 기획담당 임원들에게만 열람을 허용했다. 시중에는 롯데그룹이 코로나 경영지침서를 만들었다는 뉴스만 나왔을 뿐 그 세부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라이프점프가 롯데그룹 임원들만 봤다는 보고서를 입수해 복수에 걸쳐 요약해 전달한다.

회색 코뿔소는 몸집이 커 멀리 있어도 눈에 잘 띄며 진동만으로도 움직임을 느낄 수 있지만 코뿔소가 달려오면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예측 가능하지만 간과하는 위협을 뜻한다. 예측할 수 없는 위협을 의미하는 블랙 스완의 반대개념이다.

열쇳말 1. 회색 코뿔소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를 블랙스완이 아닌 회색 코뿔소의 습격이라 규정하며 서문을 연다.

회색 코뿔소는 개연성이 높고 파급력이 크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위협을 뜻하는 사회적 용어다. 예측할 수 없는 위협을 의미하는 블랙 스완의 반대개념이다. 코로나19는 의료전문가들이 누누이 예단했던 위험이 현실화된 사건이다.

돌이켜 보면 지구인들은 5~6년을 주기로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병을 마주했다. 지난 2003년엔 사스가 2009년엔 신종플루, 2015년엔 메르스가 펜데믹 공포를 몰고 왔다. 감염병 유행은 새로운 일상이 됐으며 경험적 증거에 비춰볼 때 바이러스 폭풍은 또 다시 찾아올 것이다. 1980년 독일 철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를 통해 기후문제와 테러리즘을 지구 생태계 위협요인으로 지목했다. 이제 그 자리를 감염병이 대체하게 됐다.

열쇳말 2. 제 3의 자리

보고서는 토머스 프리드먼, 헨리 키신저, 누리엘 루비니 등 세계 석학들의 코로나 관련 멘트를 인용하며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극명하게 엇갈릴 것이라고 예측한다. 코로나19는 의학적 사건이 사회경제적인 사건으로 전이된 매우 독특하면서 위험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번 위기를 잘 마무리한다 해도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대신 우리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제 3의 자리로 이동할 것이다.

공포와 두려움이 지배할 때마다 미래 예측에 목말라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기독교인들이 박해 받던 시절 요한 계시록이 등장하고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토정비결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다.

그러나 지금은 과학과 증거, 그리고 사실이 필요한 세기다. 노스트라무스 식의 모호한 예측이 아닌 확률에 기반한 미래 예측이 필요하다. 코로나 이후 패권은 제 3의 자리를 확률 높게 예측한 자들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열쇳말 3. 백신이라는 희망고문

보고서는 코로나 사태가 오랜 기간, 그것도 매우 오랜 기간 지구인들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생래적 특성 탓이다.

코로나19는 RNA 바이러스다. 인간의 DNA에는 약 30억 개의 염기쌍이 있는데 반해 RNA 기반의 바이러스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염기쌍이 1만개 정도에 불과하다. 이 극단의 단순성으로 인해 RNA는 돌연변이가 너무나 쉽게 발생한다.

바이러스의 일부를 인체에 주입해 항체 생산법을 훈련하고 몸이 기억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백신의 원리다. 애써 항체를 만들었다 해도 항체 작용부위에 변이가 생기면 이미 형성돼 있는 항체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오랜 기간 인류를 괴롭혀온 HIV, 에볼라, C형 간염 백신이 아직 나오지 않는 이유는 이들이 코로나19와 동일한 RNA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백신개발이 임박했다는 보도는 회의적으로 봐야 한다. 1~2년 내에 개발한다는 이야기 역시 희망고문일 뿐이다.

열쇳말 4. 쇼크 독트린과 디지털 가속화

관성이 멈추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일종의 리셋이다. 코로나19는 단순히 생명위협에 머물지 않고 인류의 가치관과 생활습관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설명하는 사회적 용어가 쇼크 독트린이다. 판데믹과 같은 큰 충격이 발생하면 그 충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과의 질서와 기억이 소멸 되고 사회 문화적으로 백지 상태가 된다. 이때 인간은 새로운 가치관과 프레임을 받아들이기가 쉬워지고 이전과는 판이한 세계가 도래하게 된다.

코로나19가 야기한 쇼크 독트린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가속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테크놀로지 인프라가 가장 잘 구축돼 있는 한국은 디지털 세계로 급속하게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열쇳말 5. 복합위기

198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국 사회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초반 타격은 거대했지만 분명한 사실은 전 국민의 합심으로 난관을 극복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다르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인 임모빌리티(자본노동상품의 이동 정지), 과잉공급과 과잉유동성(과도한 가계부채), 인구감소로 누적된 생산성 저하,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좀비기업 등이 함께 작용하는 복합위기이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를 찾아왔던 위기는 공급의 문제였다. 코로나19는 총수요(투자+수요) 위축의 문제다. 금리인하, 양적완화 등의 통화정책만으로는 위기극복이 어렵다. 결국 중앙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세계 각국이 재난지원금, 나아가 기본소득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이유다.


<2편에 계속>

/박해욱기자 spooky@lifejump.co.kr

박해욱 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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