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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 사회의 여행은 사치에 불과했을까?



요즘 여행이 어렵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은 괴롭고 당연히 여행사도 죽을 맛이다.

누구나 예전처럼 이동과 여행이 정상화되길 원한다. 하지만 현실의 뒷편은 그렇지 않다. 여행을 위한 자가격리 완화 이야기만 꺼내면 잠재적 확진자 또는 그것을 원하는 이기심 쯤으로 백안시하는 이들이 있다.

여행하고 먹고 노는 것을 쾌락과 사치의 범주에 놓는 시각은 필자가 여행기자를 하던 20년 전이나 비슷하다. 아무리 관련 문화와 산업이 발전했어도 그렇다. 국내 방문 여행객이 최고점을 찍고 이를 통한 경제효과가 지대하다고 많은 연구자료가 나왔대도 여전하다.

당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과거 3대 생활필수품으로 꼽히던 의식주(衣食住). 현대에 들어선 누구나 문화와 산업으로 인정하는 놀기, 즉 유(遊)가 추가되어 ‘의식주유’가 4대 생필품 대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현실 속에선 여행이 삶에 필수적인 것이 아닌 ‘한량들 놀아나는 얘기’ 쯤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여행을 ‘죄악시’하는 일부의 시각은, 특히 코비드19 팬데믹 시대에 강한 반동을 동반하며 커져가고 있다.



“여행이라니 꼭 지금 떠나야겠어?”

“어딜 돌아다니며 누구를 감염시키려 하는가”

“왜 이런 시국에 굳이 이곳에 여행을 와서 병원균을 퍼뜨리나”

“우리 동네에 제발 좀 오지마라”

실제 관광정책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갖은 독설을 퍼부으며 여행업계와 여행자를 백안시한다.

여행산업 쯤은 일상에서 사라져도 될만한 구색 쯤으로 보고 있다. 여행 행위 자체가 애초 삶에 그리 필요하지 않은 ‘사치’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이동의 자유가 있다.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잠재적 확진자’로 보는 편협한 시각 역시 차별이며, 타인의 선택에 대한 존중이 없으며 심하게는 인권을 침해하고 있음을 망각한 처사다.

저잣거리 잣대도 눈금이 같을 때나 모두가 인정하는 법이다.

물리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어려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과 생산을 하는 일은 어쩔 수 없으니 괜찮다 인정하고,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다 못해 자기 충전의 일환으로 여행을 택한 이들에겐 차가운 힐난을 보내는 것은 과연 얼마나 정당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정부 당국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이동 자제 권고가 ‘전가의 보도’가 아닐진대 늘 여행부터 규제하려고만 든다.

당국의 주장대로라면 외교나 통상, 경제활동 등의 이유로 이뤄지는 이동은 과연 방역을 일부 포기할 수 있을만큼 합리적인 것일까. 민간 개인 차원의 여행은 부질없고 치기어린 이기(利己)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그만큼 여행을 ‘부가적인 사치 행위’쯤으로 보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민간 여행사나 지방자치단체의 관광 상품 홍보나 축제에 대한 알림을 그저 방역 체제를 위협하는 일로만 여긴다면, 애초 관광이란 문화와 산업은 우리 사회에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그동안 관광을 굴뚝없는 청정 산업이니 미래 성장 동력이니 극찬했다. 관광산업의 성과와 그 낙수효과에 대해도 떠들어댔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잘 알려졌다시피 여행은 현대인의 우울증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일상을 벗어나 정서적 안정을 찾는 행위는 백약보다 낫다는 이야기다. 외국에는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겪는 환자에 대해 여행을 ‘처방’하는 곳도 있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우울증 환자가 발생하는 ‘스트레스 취약국’이다. 또 그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적 상황 역시 가장 우려할만큼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코비드19 바이러스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여행하지 못해 생겨나는 스트레스와 우울은 자신과 주변에 대단한 위해를 끼친다. 치명률로만 따지자면 사상 최대의 역병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수 년간의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



스스로 여행하는 이들에게 손가락질하기보단 그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여행 행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이번 코로나 사태의 추이와는 상관없이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미래는 없다.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선 정부와 공기관이 앞장서야 한다. 앞서 행해왔던 여행 캠페인 전개는 물론, 이동 자제에 맞춰 연수, 워크숍, 시찰 등 멈췄던 모든 활동을 재개해야 한다. 감염병 유행 시대의 여행도 ‘정당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건강한 삶에 도움을 주는 여행에 대한 인식 개선에 주력하는 것도 또 다른 차원에서의 ‘국가적 방역’이다.

‘언 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관광산업 종사자에게 지원금으로 그저 숨만 쉬도록 살려놓고, 정작 그 분야가 고사하도록 내버려둔다면 이 또한 이율배반적인 일이다.



정부와 당국은 국민에게 방역을 강조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여행이란 키워드를 단기 효과를 거두는 데 역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여행에 대한 그릇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데도 그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한민국 여행산업은 이미 골든 타임을 지나 빈사(瀕死) 상태에 이르렀다. 막상 여행이 사라져 버리면 우울한 세상이 감염병처럼 올 수도 있다.

다시 한번 ‘과연 우린 무엇을 위해 방역을 하는지’를 돌이켜봐해야 한다.

결국 인간의 행복 추구가 아닐까 한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 소장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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