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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호 농심 창업주 별세] 신라면·새우깡···K푸드 시대 연 개척자

故신춘호, 개발 현장마다 진두지휘

새우깡 개발 땐 1년간 공장서 숙식

떠나면서 서울대 병원에 10억 기부

장남 신동원, 농심홀딩스 최대 주주

사실상 경영 맡아와…차기회장 유력

故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신춘호(가운데) 농심그룹 회장이 임직원들과 새로 출시한 컵라면을 맛보고 있다. /사진제공=농심


27일 향년 92세의 나이로 영면한 고(故)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생애는 'K푸드' 외교관으로 도전의 역사였다. 신춘호 회장은 1965년 자본금 500만원으로 현재 농심 사옥인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공장에서 시작해 100여 국에 수출되는 2조6,000억원의 ‘K라면’ 신화를 일궜다. 창업 6년 만인 1971년 라면을 처음 수출해 이제는 남극의 길목부터 알프스 최고봉에서까지 ‘신라면’을 팔고 있다. 한국의 경제 위상이 낮았던 시절, 해외에서 대한민국은 몰라도 '신라면'은 통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농심의 라면 수출액은 2004년 1억달러, 2015년엔 5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농심은 전체 매출의 약 40%인 1조1,000억원을 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서 달성했다. 신 회장은 고령에도 별세 한 달 전까지 매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본사로 출근해 경영 현안을 직접 챙길 정도로 평생 라면 생산에 애정을 쏟았다. ‘K라면’이 곧 그의 인생이라 불릴 정도다.

라면 왕조의 시작은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 농심그룹 회장은 당시 일본 롯데에 재직하고 있던 중 일본에서 유행 중인 라면을 보고 국내 출시를 결심한다. 하지만 신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신 농심그룹 회장은 당시 심정을 1999년에 내놓은 자서전에서 “신적인 존재나 마찬가지인 큰형이 반대하자 일종의 오기가 생겼다"고 밝혔다. 끝내 1965년 신 농심그룹 회장은 34세 당시,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 농심그룹의 전신 ‘롯데공업사’를 설립한다. 1978년 기업명을 ‘농심’으로 바꿔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면서 롯데그룹에서 독립했다. 농심은 1970년대 초 닭고기 육수 중심의 국내 라면시장에서 주목 받지 못했으나 신 회장은 닭고기 대신 소고기 육수를 사용한 ‘소고기라면’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후 ‘너구리’ ‘육개장 사발면(1982년)’ ‘안성탕면(1983년)’ ‘짜파게티(1984년)’ ‘신라면(1986년)’ 등 히트 상품을 줄줄이 출시하며 1991년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이후 단 한번도 라면 시장에서 1위를 내주지 않았다.

이같은 성과는 신 농심그룹 회장이 직접 발로 뛴 결과다. 1971년 출시된 새우깡의 개발 일화가 유명하다. 신 농심그룹 회장은 연구원들과 함께 1년 가까이 공장에서 가마니를 깔고 자며 4.5톤 트럭 80대 분의 밀가루를 사용해 새우깡을 개발해냈다. 미국에서 ‘맛있는 라면 1위’로 꼽힌 신라면블랙의 탄생도 신 회장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신 회장은 2010년 조회사에서 “식품도 명품만 팔리는 시대”라며 프리미엄 라면의 출시를 지시했다. 신라면블랙은 출시 초기 규제와 생산중단의 역경을 딛고 지난해 뉴욕타임즈가 꼽은 ‘세계 최고의 라면 1위’에 올랐다.

마지막 떠나는 길도 아름다웠다. 신 농심그룹 회장은 서울대 병원에 10 억원을 기부하며 생을 마감했다.

농심은 후계구도 역시 일찌감치 준비했다. 농심 창업주인 신춘호 회장이 27일 별세함에 따라 차기 회장에는 현재 농심 대표이사인 장남 신동원 부회장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신춘호 회장은 별세 이틀 전인 지난 25일 농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지 않으면서 경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난 상태였다. 신동원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박준 부회장과 함께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신 회장은 2003년 농심을 인적 분할해 지주회사 ‘농심홀딩스’를 신설하면서 후계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현재 상장, 비상장, 해외 법인 계열사 총 35개사를 산하에 두고 있다. 상장사는 농심홀딩스·농심·율촌화학 등 3곳이다. 농심그룹은 현재 신 회장의 세 아들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장남),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차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삼남)을 중심으로 승계 판이 짜여 있다.

신동원 부회장은 1997년 농심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데 이어 2000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사실상 농심 경영을 맡아 왔다. 농심홀딩스는 신동원 부회장 지분율이 42.92%로 최대주주이고 신동윤 부회장이 13.18%를 보유하고 있다. 율촌화학은 농심홀딩스(31.94%)가 최대주주이고 차남인 신동윤 부회장이 2대 주주(13.93%), 신춘호 회장이 13.5%를 가지고 있다.

신동원 부회장은 이미 재계 안팎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신 부회장은 1958년생으로 고려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농심 전무, 1997년 농심기획 대표이사, 1997년 농심 국제담당 대표이사, 2000년부터는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아 농심을 이끌었다. 지난해 농심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홀딩스 신설 당시부터 후계를 위한 작업이 이뤄졌다”며 “추후 신동원 부회장이 차기 회장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보리 기자 boris@, 박형윤 기자 manis@
김보리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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