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검색창 닫기

패자 부활전 없는 중년, 한 번의 실패로 빈곤 전락

아마미야 카린 작가의 <98%의 미래, 중년파산>

사회 안정망에서 비껴간 50대, 가족에게서도 고립돼…중년 자살률 높은 이유

중년 파산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사회적 문제, 결국 ‘양질의 일’자리 만이 해결 방법

삶은 길어졌지만, 은퇴 시점은 그대로다. 노후 준비가 제대로 안된 중년들은 두번째 인생에서 먹고 살 걱정을 해야만 한다./이미지=위즈덤하우스


#50대 중반 문턱에 들어선 김 씨는 대기업을 다니다 2년 전 명예퇴직을 했다. 퇴직금으로 2억원이 넘는 금액을 받아 퇴직 당시에는 경제적 조급함이 없었던데다 나이도 50대 초반이라 중소기업으로 재취업을 바로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50대 중반이 된 지금 경력을 살려 재취업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접었다. 퇴직 후 300여 곳이 넘는 곳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을 단 한 곳에서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를 반기는 곳은 보험영업 아니면 다단계회사뿐이었다. 결국 체념한 김 씨는 한 달에 169만원을 받기로 하고 빌딩 경비직을 시작했다. 이제 김 씨의 바람은 빌딩 경비직 계약이 연장되는 거다.

100세 시대인 요즘 다가오는 은퇴가 반갑지 않은 이유는 남은 인생을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해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1월과 2월 파산선고를 받은 채무자 1,727명 중 50대가 전체의 37.17%(642명)이었으며, 40대는 28.2%(487명)였다. <98%의 미래, 중년파산>의 아마미야 카린 작가는 일할 수 있는 나이라는 이유로 사회안전망에서도 배제된 중년의 빈곤 전락은 단순한 생활고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대체로 정부 지원 대상이 40세 미만의 청년이나 고령의 시니어 취업에 한정된 것도 문제라고 작가는 지적했다. 그래서 50대는 우울하다. 평생 몸 바친 직장에서 나와 재취업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젊은 시절 직장에 투신하느라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죄로 가족들에게서조차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35~54세는 한창 일할 시기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마다 증가해 2015년에는 780만 명에 육박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78.2%가 월수입 200만원 미만을 번다. 100만원 미만도 36.7%에 이르는 등 도저히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들 대부분은 대학을 졸업할 때 200~300개 회사의 채용공고에 지원했다가 계속 탈락하고 채용되더라도 대부분은 파견이나 아르바이트 형태인 사람들이다. - ‘단 한번의 탈락으로 모든 것을 잃는 사회’ 中-

책에는 또 한 명의 사례가 소개된다. 파견 계약직으로 8년을 근무한 52세의 중년이다. 파견 계약직이라는 불안한 삶의 끝은 결국 재계약 불가 통지다. 그는 조합 활동을 통해 회사 측과 단체 교섭을 했지만 결국 얻은 것은 한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보상금과 한때는 동료였던 사람들의 냉담한 시선뿐이었다. 결국 52세에 구직활동을 다시 시작한 그는 당장 생활을 위해 일용직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 작가는 이 사례를 들어 중년을 위한 안전망은 사회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중년에 맞이하게 되는 단 한 번의 실패는 곧 빈곤층 전락을 의미한다는 무서운 말을 남겼다.

중년의 실패가 빈공층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중년의 실패는 패자 부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데서 그 이유를 찾는다. 게다가 ‘중년 파산’은 가족의 위기로 이어져 모든 세대를 병들게 만든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40대와 50대의 사망률 2위가 자살이었다. 우리 사회의 무엇이 중년들을 자살에 이르게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는 5년 후 65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이런 현실에서 중년의 파산 문제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작가는 지적한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이자 시민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 팽배한 나와 내 가족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각자도생’적인 자기방어적 사고에서 가장 먼저 벗어나야 한다.

지금의 일본 사회는 사회적인 책임을 묻게 되는 사안은 뭐든 자기 책이라며 책임을 개인에게 떠안기는 경향이 있다. 원래 있어야 할 ‘사회 책임’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사회 책임의 대부분이 개인에게 전가돼 있다. 원래 국민의 생활을 보호할 의무는 사회 측에 있으므로 빈곤 문제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개인이 떠안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 ‘부모 간병으로 인한 가난’ 中 -

중년의 가난, 중년의 파산에 대해 젊은 시절 열심히 살지 않아 생기는 인과응보 같은 거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비판에 작가는 ‘가난한 중년은 정말 근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던 것일까’라고 반문한다. 헛짓하지 않고 열심히 앞만 보며 살아왔지만, 여전히 가난한 이들이 있다. 파트타이머로 월급 100만원 남짓 받고 살아온 이들의 노동일지라도 그것은 사회가 사회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모두의 문제로 다가온 중년 파산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작가는 미래의 나의 문제가 될 수 있는 중년의 파산 문제에 대해 우선적으로 ‘생활보호제도의 보완책’을 제시하고 사회보장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변화’를 촉구한다. 무엇보다 중년의 행복을 위해서는 ‘고용의 질’이 보장되고 ‘자신의 능력과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직장’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인생2막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중년 파산은 한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전체를 향한 엄중한 경고로 이해돼야 한다. 중년 파산은 곧 가족의 위기고, 모든 세대를 병들게 한다.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턱없이 낮다. 이건 ‘약 먹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약을 먹지 않을’ 상황을 만드는 게 국가의 존재 이유이자 시민의 역할이다. 그래서 중년 파산은 엄중한 경고다.

- ‘중년파산은 사회 전체를 향한 엄중한 경고다’ 中 -

/정혜선 기자 doer0125@lifejump.co.kr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 저작권자 ⓒ 라이프점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메일보내기

팝업창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