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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야독으로 일군 국내 유일 환경 명장

[대한민국 명장을 찾아서] 류옥환 젠스 생산본부장

어려운 가정 형편에 못 이룬 대학 꿈

야학으로 이뤄내… 자격증도 16개나

고농도 폐수 처리 난제도 나홀로 해결

이젠 없어선 안될 존재로 자리매김해

"국내 수처리 모두 내 손으로 해결"

대한민국 환경 분야 명장인 류옥환 젠스 생산본부장이 충남 천안 테크노파크 생산관에 위치한 젠스 사무실에서 수처리 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충남 천안=송영규 선임기자


대한민국 명장은 지난 1986년 박동수 명장이 처음 선정된 후 지금까지 633명이 탄생했다. 상당수 분야에서 최소 두 명 많게는 네 명까지 선정됐다. 하지만 환경 분야의 명장은 단 한 명뿐이다. 2010년 선정된 류옥환 젠스 생산본부장이 그 주인공.

류 명장은 자신을 ‘노력파’라고 소개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 밤에는 공부하면서 동양공업전문대와 한밭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이루지 못한 학업의 꿈을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이뤄낸 것이다. 그가 보유한 수질환경기사·폐기물처리기사 등 16개의 자격증 역시 밤공부를 통해 일궈낸 성과다. 류 명인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일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라’는 것”이라며 “지금의 내가 있게 된 것도 능력이나 실적이 좋아서가 아니라 자기 일에 대한 신념을 갖고 뚜벅뚜벅 걸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류 명장이 처음부터 환경 전문가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니다. 1985년 한국야쿠르트에 입사할 당시 그의 담당 업무는 냉동 등 유틸리티 관리였다. 3년 후 갑자기 환경 담당자가 회사를 그만뒀다. 낙동강 페놀 사태로 가뜩이나 환경 문제에 민감했던 시절, 회사는 류 명장을 환경 담당자로 지목했다. 그의 운명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위기는 첫해부터 찾아왔다. 1988년 호상 발효유인 ‘슈퍼100’ 신제품이 생산되면서 다량의 고농도 폐수가 폐수처리장으로 밀려들었다. 폐수처리에 문제가 발생했고 이는 회사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그는 당시를 “슈퍼100 문제가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아 자칫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었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누구에게도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류 명장은 직접 생산공정을 개선하고 방지 시설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 폐수처리장 안정화에 성공했다. 이 과정을 통해 폐수처리 진단 능력을 터득한 것은 물론 환경 전문가로서 입지를 굳히게 됐다.

대한민국 환경 분야 명장인 류옥환 젠스 생산본부장이 충남 천안 테크노파크 생산관에 위치한 젠스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충남 천안=송영규 선임기자


류 명장은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폐수나 소음·분진·먼지 등 모든 공정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업무지만 이 분야를 지원하는 이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항상 더럽고 지저분한 것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환경 관리 분야는 대표적인 ‘3D’ 업종”이라며 “어려운 일을 하면 다른 부서보다 혜택이 많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환경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화학물질관리법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 한마디로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류 명장은 “화학물질 유출로 사고가 날 경우 최대 매출액 5%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규정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것”이라며 “산업화 시기 지어진 많은 공장들이 이 규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노후 시설을 교체하거나 다른 곳으로 부지 이전을 해야 하는데 중소기업들에는 모두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한국야쿠르트를 정년 퇴임한 후 류 명장은 올해부터 ‘젠스’라는 환경 전문 기업에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의 모든 수처리를 내 손으로 이루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위해 적어도 70세까지는 현업에서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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